1 대형매장 수입과일 잇따른 FTA 체결로 값싼 수입산 과일이 빠르게 밀려와 국산과일의 수요를 잠식해가고 있다. 감귤 등 11개품목 양허제외됐지만 직·간접피해 불가피 한·베트남, 한·뉴질랜드 FTA도 농축수산업 타격 예상 농업계 요구한 ‘무역이득공유제’도 도입하지 않아 불만 중국의 상류층 겨냥한 고품질 농산품 수출 전략도 요구 한·중, 한·베트남, 한·뉴질랜드 등 3개 FTA(자유무역협정)가 지난해 12월 20일 동시 발효됐다. 2004년 한·칠레 FTA 발효를 시작으로 2012년 한·미 FTA에 이어 한·중 FTA까지 전세계 50여개국과 FTA를 체결하면서 국경을 여는 일이 속도전을 방불케 할 정도다. 그동안 관세 인하가 없어도 값싼 수입농수산물이 계속 증가해온 상황에서 FTA의 종결판이나 다름없는 한·중 FTA 발효로 저가 중국산 농수산물의 국내시장 공략은 이제 피할래야 피할 수 없는 현실로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다. ▶감귤 등 11개 품목 양허제외로 급한불 껐지만… 한·중 FTA 발효와 관련 제주는 감귤을 비롯해 감자, 양파, 양배추, 마늘, 당근, 월동무, 브로콜리 등 8개 농작물과 양식광어·갈치·참조기 등 3개 수산물 등 11대 전략품목이 양허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당장의 급한 불은 껐다. 한·중 FTA 발효로 제주의 경우 조건불리지역 수산직불제 대상에 기존 추자·우도·비양도·가파도 등 4개 섬 지역에서 읍면 어촌계로 확대돼 5000여 어가가 가구당 연 50만원을 지원받게 된 것이 주된 혜택이다. 중국은 한국과 지리적 접근성이 높고, 각종 품목의 생산체계가 유사해 1차 신선식품이 우리나라로 수입될 수 있는 여지가 더욱 크다. 이미 고추, 당근, 고사리, 무 등 많은 중국산 식재료가 이미 우리 밥상을 점령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한·중 FTA 발효와 함께 중국으로 수출하는 958개 유관세 품목의 관세가 즉시 철폐됐다. 하지만 제주는 한·중 FTA에 따른 대중국 교역 확대로 수혜가 예상되는 제조업 기반이 취약한 반면 1차산업 비중이 지역총생산의 14.9%로 전국평균(2.3%)보다 6.5배 높다. 수입산의 무차별 공세속에 제주산 농수산물 시장만 내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전국농민회 제주도연맹 회원 등이 한·중 FTA 국회비준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한·중 FTA 발효로 감귤의 10년간 누적피해액만 최소 1조624억, 최대 1조5969억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식량·특용·채소 등 특화농산물의 피해도 5930억원으로 추산했다. 감귤은 양허 제외됐지만 여러 수입과일의 관세 철폐로 수입이 증가하면 대체효과로 국내산 과일 소비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한·칠레 FTA에 따른 칠레산 포도의 주수입 시기에 출하되는 국내산 딸기와 감귤 생산액이 20억~40억원 감소했다는 분석이 있다. 2012년 한·미 FTA 발효 후 2011년 4982t에 불과하던 미국산 체리 수입량은 2014년 1만3359t으로 급증해 국산과일 소비 감소의 한 요인으로 꼽힐 정도다. 한·중 FTA 발효와 관련 대부분 신선 농산물은 관세철폐 대상에 빠졌지만 20년 이내에 관세가 철폐되는 농축수산물 품목이 전체의 64%에 이르고, 중국산 김치는 현행 관세율 20%가 18%로 내려가 김치 수입가격은 더 내려갈 전망이다. 축산 강국으로 꼽히는 한·뉴질랜드 FTA로 한우산업과 유제품의 피해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뉴질랜드는 호주와 미국에 이어 한국내 수입쇠고기 점유율 3위, 국내 유제품 수입량의 30%를 차지하는 국가여서 축산업계 피해와 국내 원유 생산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쇠고기와 부산물은 15년에 걸쳐 관세가 사라지고, 치즈·조제분유·크림 등 유제품 관세는 7~20년동안 철폐된다. 특히 세계 키위시장 점유율 1위인 뉴질랜드 키위는 6년동안 관세가 모두 사라진다. 한·베트남 FTA로 마늘과 열대과일의 국내시장 선점도 우려된다. 신선·냉장 마늘은 양허가 제외됐지만 냉동·건조마늘은 10년 내에 관세가 철폐돼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고 수입도 늘어날 전망이다. 또 망고, 구아바, 파인애플 등 열대과일도 올해부터 10년간 관세가 단계적으로 낮아지다가 사라지게 된다. 방어·가자미·피조개는 3년 뒤, 성게·복어·냉동 가오리는 5년 뒤 관세를 각각 없애기로 했다. 베트남에서 많이 수입되는 새우는 저율할당관세(TRQ)를 적용, 초기 1만t에서 5년에 걸쳐 1만5000t까지 낮은 관세를 적용키로 했다. 제주자치도 1차산업 생산자단체 비상대책위원회가 FTA에 따른 제주농업인에 대한 특별지원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05년 47만6600t이었던 과일수입량이 2014년에는 66만5900t으로 39.7% 늘었다. 한·미 FTA 발효 이후 오렌지, 체리, 자몽 수입량이 늘었고, 2013년부터는 동남아 열대과일인 바나나와 파인애플 외에 망고 수입이 빠르게 늘어난 탓이다. 또 관세 인하로 2010년 1월 100이던 수입과일 가격지수는 올해 3월엔 53으로 낮아져 가격이 절반 가까이 낮아졌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전면 개방시대를 맞아 우리 농업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가 막막하지만 농업을 통해 일정소득을 얻으면서 지속가능한 농업과 경쟁력을 높일만한 대책은 딱히 다가오지 않는다는 게 농업계의 불만이다. FTA로 인한 우리 산업의 긍정적인 측면에 비해 농업분야는 희생을 강요받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한·중 FTA협상이 진행되면서 농업계에서 줄기차게 요구해왔던 '조세 방식의 무역이득공유제'는 정식으로 도입되지 않아 농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무역이득공유제는 FTA로 이득을 보는 기업으로부터 이익의 일부를 조세 또는 부담금 형태의 준조세로 환수해 피해산업인 농업에 지원토록 하는 제도인데, 여·야·정협의체는 무역이득공유제 대신 민간기업·공기업·농수협 등의 자발적인 기부금을 재원으로 매년 1000억원씩 10년간 1조원의 기금을 조성해 농어촌상생협력사업을 수행한다는 대안을 내놨다. 이에 대해 문대진 제주도농업인단체협의회장은 "FTA로 직접 피해를 보는 농어민이 줄곧 제기해온 무역이득공유제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고 법제화가 어렵다는 핑계로 농어촌 상생협력기금으로 변질됐는데 실효성이 없는 대책"이라고 지적했다. 문 회장은 또 "대·중소기업협력재단이 운영하는 기금의 수혜대상에 농어민을 넣는 방법으로 1조원이라는 액수만 강조하다 보니 농어업인들은 별로 수혜도 못보면서 국민들에게 밑빠진 독에 물붓기로 비쳐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밝혔다. ▶1차산업 경쟁력 강화 국비지원 없인 불가능 감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2년 연속 가격 급락으로 농가들은 희망을 잃어가고 있고, 대통령의 공약사업으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7020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할 계획인 제주감귤명품화사업도 국비지원 부족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제주도는 현행 국비지원비율 30%를 50%로 상향 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양배추·당근 등 월동채소도 한 해 걸러꼴로 가격폭락이 되풀이되지만 과잉생산을 막기 위한 작부체계 개선은 대체소득작목의 한계 등으로 갈 길이 멀어보인다. 하지만 위기속에서도 기회를 찾아야 한다. 인접국인 한·중 FTA 발효에 따라 제주의 청정환경을 기반으로 한 친환경농업 육성과 농산물우수관리인증(GAP) 확대로 13억 거대시장인 중국의 상류층을 겨냥한 농산물 수출 확대를 위한 치밀한 생산·유통·마케팅 전략이 요구된다. 또 농민들이 판로 걱정없이 농산물 생산에만 전념할 수 있는 생산자단체의 유통기반 확대와 국내 친환경농산물의 국내 학교급식 확대 정책, 로컬푸드운동 확산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들이다. 감귤 등 제주 특산물의 기능성물질 산업화가 절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가공용감귤은 농축액을 생산해 주스용으로 판매되고 있지만 관세 철폐로 ㎏당 가격이 2900원으로 낮아진 미국산 오렌지 농축액과의 경쟁에서 밀려 재고량만 늘어나는 상황이다. 지난해 12월 23일 열린 '감귤산업 생존전략 세미나'에서 고성보 제주대학교 교수는 "덜익은 감귤인 청과에서 기능성 물질을 추출하고, 현재 단순히 착즙 가공하는 감귤을 고부가가치 기능성 주스로 만드는 등 기능성물질의 산업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주자치도는 지난해 6월 한·중 FTA 등에 대응한 1차산업 경쟁력 강화종합대책으로 2020년까지 5년동안 6개 분야, 536개 사업에 총 4조4941억원을 투자하는 종합대책을 세웠다. 이 가운데 국비 지원액이 1조6643억원에 달한다. 정부의 도움없인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사업에는 감귤명품화사업 국비 향상, 체험관광 6차 감귤 테마파크 조성, 친환경·GAP 선도마을(단체) 육성, 6차산업화 지구 조성사업 지원, 축산업 폐업시 폐업지원금 지원 등이 포함돼 있다.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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