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싼 갈등이 올해로 10년이 되어가는 가운데 새해 해군기지 준공을 앞두고 마을 주민 주도의 공동체 회복을 위한 사업, 생명평화문화마을 조성 등 또다른 평화운동이 추진될 예정이다. 사진은 강정해군기지로 입항하는 군함. 사진=한라일보 DB 10여년 해군기지 갈등 넘어 공동체 회복 사업 추진 청년 일자리 창출 등 주민 주도 지속가능 마을 육성 눈발이 날리던 그날 저녁, 수백여명의 주민들이 마을 의례회관으로 향했다. 마을을 새로이 이끌 회장을 선출하는 자리였다. 자신을 마을회장으로 뽑아달라며 주민들 앞에선 이들은 한목소리로 구럼비의 아픔을 말했다. 2012년 3월, 제주해군기지(민군복합형관광미항) 건설 공사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린 서귀포시 강정마을 해안가의 바위 발파 이야기였다. 그들은 빛깔이 조금씩 달랐지만 '빼앗긴 구럼비'를 언급하며 해군기지 확장은 더 이상 안된다고 입을 모았다. ▶2007년 이래 끝나지 않는 반대 운동=어느덧 10년이 되어간다. 강정마을은 기나긴 싸움을 이어왔다. 2007년 8월 '강정해군기지 유치 찬·반 주민투표 실시'를 기점으로 주민들은 거친 파고를 넘고 또넘었다. 애초 마을 사람들의 의견이 왜곡없이 모아졌다면 상황이 바뀌었을지 모른다. 2007년 4월, 대다수 주민들이 알지 못한 사이에 치러진 강정마을회 임시총회에서 해군기지 유치가 결정됐다. 국방부는 두 달쯤 뒤인 6월에 강정마을을 해군기지 건설 지역으로 정해버렸다. 해군기지 협정에 서명하고 있는 우근민 당시 도지사. 그 사이에 해군기지는 서서히 얼굴을 드러냈다. 지난 연말 해군작전사령부 제7기동전단이 강정으로 이전했다. 이보다 앞서 수중작전을 맡는 제93잠수함전대가 해군기지로 옮겨왔다. 지난달 초에는 해군과 해병대 인력이 혼재했던 제주방어사령부에서 해군 병력을 끌어온 해군제주기지전대 창설식이 열렸다. 해군기지 반대 시위 모습. 고권일 강정마을회 부회장은 주민들과 힘을 합쳐 일찍이 반대 운동을 천명할 때 거론된 '생명평화문화마을'을 가꾸며 해군기지 이후 강정의 미래를 그릴 것이라고 했다. 고권일 부회장은 "공동체 회복 사업과 더불어 평화를 주제로 내건 다양한 예술활동이 펼쳐지는 마을로 키워나갈 계획"이라며 "문화의 거리 지정과 문화특구 조성 등을 준비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정마을회는 지난해 8월 자생단체장 등 9명으로 강정마을 공동체 회복 지원계획 수립을 위한 추진위원회를 꾸렸다. 정부가 내놓은 1조771억원대의 '민군복합항 지역발전계획' 수용을 거부했던 마을 사람들은 공동체 지속 방안을 주민 스스로 만들겠다며 머리를 맞대고 있다. '민군복합형관광미항갈등해소지원단'을 운영중인 제주도는 마을에서 공동체 회복 사업 계획을 확정지으면 필요한 예산을 지원할 계획이다. 마을에서 만난 한 노인은 "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 절차상 문제가 있었음에도 정부는 지금까지 강정 주민들에게 사과 한마디 없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정부에서 제시한 지역발전계획을 수용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제주해군기지 토론회 해군기지 준공을 눈앞에 둔 이즈음, 어떤 이들은 마을 주민들이 결국 실패한 게 아니냐는 말을 할지 모른다. 하지만 다른 시각도 있다. 공동체에 커다란 상처가 나는 등 고통이 컸지만 주민들이 평화적 감수성을 키우고 마을에서 자라날 미래세대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는 점이다. 주민들의 동의를 제대로 구하지 않은 채 국익만을 내세우며 사업을 밀어붙이는 행태가 얼마만한 사회적비용을 불러오는지도 드러났다. 제주땅 어딘가 국책 사업이라는 이유로, 제주국제자유도시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일방통행식 개발이 추진되는 현실에서 해군기지는 우리와 먼 이야기가 아니다. 해군기지전대 창설식. 강정생명평화교회 목사로 활동하는 강정 출신 조영배 제주대 교수는 "마을 주민 절대다수가 찬반을 떠나 '함께 어울려 살자'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강정마을의 총의를 다양한 방식으로 모아가는 노력과 함께 그 결과를 존중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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