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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큰제주희망은사람이다
"법조계 무한경쟁 시대, 제주출신 법조인 역량강화 중요"
[더 큰 제주, 희망은 사람이다]김명철 변호사·재경제주법조인회 부회장
부미현 기자 bu8385@ihalla.com
입력 : 2016. 02.11. 00:00:00

서울서 변호사로 활약하며 재경제주법조인회(회장 현천욱)의 부회장직을 맡아 법조계 제주출신들의 역량을 모으는 데도 일익을 담당하고 있는 김명철씨.

서울서 10여년 동안 법조인 생활, 법률 소외계층 지원 관심
"제주대학교 로스쿨 활성화에 제주 출신들 힘 모아야"

현재 국내에 등록된 변호사 수는 2만 명을 넘는다. 2009년 로스쿨 도입 이후 제주도에서만 매년 50여명의 변호사가 배출되는 등 법조 분야는 이제 무한 경쟁 시대로 돌입했다.

법조계의 분석에 따르면 적어도 국내 변호사의 70% 정도가 서울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이 중 1만 2000명 정도가 국내 법조 1번지라고 할 수 있는 서울 서초동에 집중돼 있다. 이곳에서 변호사로 활약하면서 재경제주법조인회(회장 현천욱)의 부회장직을 맡아 법조계 제주출신들의 역량을 모으는 데도 일익을 담당하고 있는 이가 있다. 종합법률사무소 정언의 김명철 대표변호사(50)다. 김 변호사를 지난 3일 서울 서초동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서울·경기 지역 제주출신 법조인이 300여 명에 육박하면서 기존의 모임을 보다 활성화하기 위해 2011년 모임이 새로 출범됐습니다. 현천욱 회장(법무법인 김앤장 소속)을 중심으로 판사, 검사, 변호사 한 명씩 부회장을 맡고 있으며 제가 변호사 부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모임에서는 고향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모색하고 있는데 가장 큰 관심사가 제주대학교 로스쿨의 활성화 방안입니다. 매해 일정 수의 변호사가 배출되면서 제주지역에도 변호인 시장이 포화되고 있는 실정이어서 제주대 로스쿨에 대해서도 관심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졸업생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구상 중입니다."

로스쿨 제도는 사법서비스 문턱을 낮추기 위한 도입 취지에도 불구하고 사법시험 존치를 둘러싼 논란과 시장포화로 인한 과다경쟁 등의 부작용도 드러나고 있다. 김 변호사는 제도가 도입된 이상 양질의 교육을 제공할 수 있도록 환경을 개선시키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대 로스쿨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무엇보다 역량있는 법조인을 배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그는 지적했다.

"기존 사법연수원과 달리 로스쿨은 실무 교육이 부족하다는 인식이 많습니다. 모임에서 활동 중인 경험이 많은 선배 변호사들이 제주대 로스쿨에서 실무교육 강의에 나선다면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주 출신들이 운영 중인 법무법인이나 법률 사무소에서 로스쿨 졸업생의 취업을 돕는 부분도 회원들이 함께 고민하고 있습니다. 졸업생들이 제주뿐만 아니라 타 지역에서의 개업이 활성화될 때 제주대 로스쿨의 위상도 따라 올라갈 것입니다."

김 변호사는 자신이 변호사가 되기까지 세상으로부터 많은 특혜를 받고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서울대학교 진학까지 항상 주변의 기대와 격려를 받은 그다. 알게 모르게 주변 친구들에 비해 많은 특혜를 받았다고 생각하는 그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사회에 환원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항상 생각한다.

"80년대에 대학을 다녔는데 당시는 수많은 대학생들이 데모에 나섰다가 고초를 겪는 시기였습니다. 동시대를 살아가기 위해 대학에서도 공부를 많이 하지는 못했고 졸업 후에도 비관 속에서 5~6년간을 무위도식하며 살았습니다. 부모님께는 죄송했지만, 다행히 아들에 대해 어렴풋이 이해하셨는지 지켜봐 주셨습니다. 세상을 바꾸려면 '호랑이굴로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사법고시에 도전한 것 같습니다."

실제 그는 2004년 변호사를 개업했을 때부터 시민단체인 참여연대 법률부문 실행위원으로 활동해오고 있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는 대한변협 여성폭력방지법률지원변호사단 고문변호사, 2010년 중소기업고문변호사단 고문변호사, 2011년부터 2013년까지 대한변협사법인권소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참여연대에서는 우리 사회의 공익을 위해 사회적으로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법률적인 사안에 대해 다른 실행위원들과 연구하고 토론을 거쳐, 개선방향이 잡히면 국회에 입법청원, 헌법소원 제기 등 적극적인 입법개선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법률 소외계층의 사건을 맡기도 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2000년대 초 르네상스호텔 룸메이드 여성 노동자들의 해고 취소 소송이다. 르네상스 호텔 측의 구조조정에 의해 일방적으로 용역전환과 계약해지로 해고를 당한 여성노동자들은 결국 투쟁 9년 만에 원직 복귀 판결을 받았다.

"긴 시간 재판을 하고 대법원까지 간 사건으로 회사 측이 선임한 국내 최고 유력 법무법인과 싸워야 했습니다. 오랜 소송 끝에 결국 대법원에서 전원 복직과 복직 시까지의 임금 지급 판결을 받아냈고, 지금까지 가장 보람된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

시민단체를 통해 의뢰받은 사건들은 모두 형편이 어렵고 사회적으로 취약계층의 사건이어서 수임료가 없을 수도 있고, 아주 저렴하다. 그는 이런 사건을 수임했을 때는 개인의 욕심을 채워주기 위한 민사사건도 아니고 불법 행위를 저지른 형사범들을 변호해야 하는 일이 아니기에 변호사로서 신명나게 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변호사로서 영위하기 위해서는 형사·민사사건을 수임해야 하는데 법조인의 일은 한 개인뿐만 아니라 그 가족의 삶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일인 만큼 법조인으로서의 삶도 녹록지만은 않다고 김 변호사는 말했다. 특히 형사사건에서 가해자를 변호하는 입장에 선 이상 가능한 무고하게 처벌받는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데 주력한다. 또 가해자의 처벌(응보적 정의)에만 관심을 두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에게 원래의 삶을 돌려줄 수 있고, 가해자가 진심으로 반성하고 처벌에 대한 불만을 갖지 않도록 하는 '회복적 정의'를 구현하는 것이 그의 목표다.

"처음 법조인의 삶을 살겠다고 결심했을 때 법조사회를 바꾸겠다는 게 저의 포부였습니다. 다양한 경험과 생각을 갖고 있는 변호사가 많아져야 변화도 가능하다는 생각이었지요."

제주 출신 법조인으로서 그가 꼭 챙기는 것이 또 있다. 제주에서 의뢰가 들어오는 사건이다. 일부러 예닐곱 건의 사건을 수임하는데 재판을 한번 맡으면 제주를 여러 번 다녀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식으로 제주와의 끈을 계속 유지하려고 한다. 그는 부부 법조인으로도 법조계에서는 잘 알려져 있다. 그의 아내는 현직 판사로 헌법재판소에 파견돼 있으며 외가가 제주이다. 인터뷰 말미, 그는 제주를 대한민국의 성장 동력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 고향에 대한 사랑을 드러냈다.

"우리나라는 지금 성장이 정체돼 있습니다. 최근 제주도의 발전상을 보면 제주도가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걸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제주의 힘만으로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습니다. 관광이나 오락산업만이 아니라 국제적인 금융인프라 구축, 각종 국제회의 유치 등 국제적 위상을 높일 수 있도록 중앙정부가 관심을 갖고 전폭적인 지지를 해줘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대통령이라면 제주도에 대해 정말 연구를 많이 할 것 같습니다.(웃음). 제주도가 우리나라의 마지막 남은 성공신화를 쓸 수 있는 곳이라고 믿습니다."

[김명철 변호사는?]

서귀포시 중문동에서 나고 자란 김 변호사는 중문초등학교와 중문중학교를 거쳐 오현고등학교,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 2001년 사법시험(43회) 합격, 2004년 사법연수원(33기)을 수료했다. 2004년에 변호사 개업 후 2006년 법무법인 청솔, 2007년 법무법인 해우, 2014년 해인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를 거쳐 2015년 정언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참여연대 실행위원(2004년~), 서울제주도민회 고충상담위원(2009년~), 재경제주법조인모임(2011~) 부회장직을 맡고 있으며 대한변협 여성폭력방지법률지원변호사단 고문변호사(2009~2011년), 중소기업 고문변호사단 고문변호사(2010년), 대한변협 사법인권소위원회 위원(2011~2013년)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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