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밴드 '한라윈드앙상블'에서 23년째 지휘봉을 잡고 있는 김승택 음악감독. 강경민기자 1993년 '전국 최초의 순수 아마추어 밴드' 창단 첫해부터 일본 등 국내외 교류연주회 명성 쌓아 23년째 음악감독 맡아…여전히 연습실은 '숙제' 제주의 음악사를 되짚어보면 특별한 이력을 가진 음악단체가 있다. 1993년 '전국 최초의 순수 아마추어 밴드'로 탄생한 시민밴드 한라윈드앙상블이다. 탄생부터 지금까지 올해로 23년째 지휘봉을 잡고 있는 김승택 음악감독(80)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가시밭길'을 헤쳐 오롯이 지켜낸 이름임에 틀림없다. 그의 반지하 작업공간은 공연을 담당했던 기자들에게는 특별한 추억의 공간이다. 10년 만에 찾아간 공간. 오랜시간이 흘렀지만 그곳은 여전했다. 그가 내려주는 커피향도 여전히 향긋했다. 달라진 점은 그가 받은 기념패와 차곡차곡 쌓여진 앨범과 악보가 늘었다는 정도. 그의 열정도 그대로인 듯 했다. 시민밴드 한라윈드앙상블이 시작된 것은 23년 전이지만 오현고등학교에서 음악교사로 활동하면서 밴드를 지도했던 것까지 합치면 음악과 함께 한 것은 65년이 넘는다. 오현고 재학시절 악기를 다뤘던 것을 포함하면 더 오래된 음악사를 관통한다. ▶전국 최초의 순수 아마추어 밴드 23년=밴드의 음악감독 겸 지휘자 김승택. 단원들의 면면을 보거나 연습 여건, 단체의 재정상태가 좋지 않지만 23년을 버텨온 시민밴드 한라윈드앙상블의 버팀목은 '흔들림 없는 강한 자세'라고 말한다. 그들의 연주회에는 고정팬들이 있다. 단원들은 고교시절 밴드부 출신이거나 음악에 관심있는 '보통사람들'이다. 아마추어단체이지만 연습은 거르지 않는다. 23년동안 주 2회 4시간 연습 원칙을 철저히 지켜왔다. 한라윈드앙상블은 '악보욕심'이 강하다. 정기연주회에서 연주되는 곡의 악보 대부분이 새로게 구입한 것으로 이를 후원하는 이들이 있다. 이들이 소장한 악보만 해도 수백작품이 넘는다. ▶고교시절 길버트 사령관의 권유로 음악의 꿈 간직=그는 1935년 오사카에서 태어났다. "길버트씨가 제주에 와서 한국보육원, 제주중, 제주농고, 오현고, 화북에 있는 보육원, 경찰 여섯 곳에 악기를 갖다 줬죠. 당시 고봉식 선생이 밴드를 정상적으로 만들기 위해 제1훈련소 군악대에 찾아가서 전원 합숙 시키기도 하면서 오현밴드부가 발전했지요. 길버트는 일주일에 한번 수요일 날 찾아와서 악기를 갖다 줬어요. 휴가 받으면 일본 가서 악기를 수리해 줬습니다." 길버트는 결국 고국으로 돌아갔지만 제주에 '관악의 씨'를 뿌렸다. ▶꾸준히 일본과 교류연주회 갖는 단체=그의 꼼꼼함은 명성이 나 있다. ▶안정적인 연습실 확보가 가장 큰 숙제=그는 아직도 연습실을 마련하느라 늘 걱정이다. 그는 "한 길을 걷다보면 길이 보인다"고 말한다. 그만큼 음악감독을 향한 단원들의 존경심도 대단하다. 10여년전 제24회 정기연주회에서 단원들은 지휘자에게 편지를 써서 낭독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열린 연주회가 끝날 무렵 문예회관에는 편지가 낭독됐다. 읽어내려간 편지낭독에 지휘자도, 단원들도 눈물을 쏟았던 모습은 현장을 찾았던 이들의 기억속에는 남아 있다. '길바닥으로 쫓겨났던' 단원들은 공연 며칠전 곡을 맞추고 무대에 섰던 상황이었다. 단원들은 "힘들 때마다 힘이 되어 주시고 진정한 음악이 무엇인지, 어떻게 사는 것이 멋있게 사는 것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직접 보여주셨다"며 "음악적으로, 인간적으로 사랑이 무엇인지, 믿음이 무엇인지, 열정이 무엇인지, 그리고 강한 위기대처능력이 무엇인지 직접 보여주신다"고 말한다.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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