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사회에서 형성되는 인간관계 성격은 일반적으로 법률적이거나 도덕적이다. 하지만 우리는 부자·형제자매, 특히 부모자식 사이인 '부자' 관계는 법률이나 도덕 등 규범적 성격 이상의 높은 차원의 성격을 지니고 있음을 현실생활에서 공감한다. 이를 보다 효과적으로 이해하고 그 이해를 깊게 하기 위하여 필자의 졸고(한라일보 '하루를 시작하며' 2015년 12월 9일)에서 논의했던 내용 중 다음 대목과 연계해서 검토하고자 한다. 즉, '경로효친 사상은 군신·부자·형제·촌수·항렬·신분·나이 등 상하존비(上下尊卑)의 인간관계나 질서, 즉 윤리의식에서 나온다. 그러므로 상존(上尊)위치에 있는 사람은 평소 언행 등에 신중을 기해서 상존자로 존경 받을 만한 자격이 되도록 노력하는 일, 그리고 하비(下卑)위치에 있는 사람은 평소 상존자를 잘 섬기고 우러러보는 언행으로 인사불상(人事不祥)의 부실한 사람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일, 이 두 가지 일이 경로효친 실현의 필수 요소다'라는 대목이다. 이 대목에서 열거한 상하존비의 인간관계 유형들도 법률이나 도덕 등 규범적 성격에 의해 형성된다. 이들 상하존비의 인간관계에 있어서 운영이 잘 되는 경우와 잘 안 되는 경우 그 요인이 무엇이며, 또 운영이 잘 안 되는 경우 이를 제어해서 잘 운영되게 하는 동력은 무엇인가를 검토해 보자. 첫째, 운영이 잘 되는 경우 ▷법률적인 성격에서:법률이 잘 지켜질 때. ▷도덕적인 성격에서:상호성이 평등할 때. 둘째, 운영이 잘 안 되는 경우 ▷법률적인 성격에서:법률이 잘 지켜지지 않을 때. ▷도덕적인 성격에서:상호성이 불평등할 때. 셋째, 운영이 잘 안 되는 경우 이를 제어해서 잘 운영되게 하는 동력. ▷법률적인 성격에서:가이드라인 설정, 공권력에 의한 강제, 법률의 타당성 검토 및 개정. ▷도덕적인 성격에서:도덕의 황금률인 역지사지에 의해 상호간 입장을 헤아려 서로 존중. 이상의 검토에서 '부자' 관계는 법률이나 도덕 등 규범적 성격에 한정되지 않고 그 이상의 고차적 성격에 의해 운영됨을 알 수 있다. 즉, '부자' 관계는 법률과 달리 외적 강제력으로서의 성격도 아니며, 역지사지로서의 인간 상호관계를 규정하는 도덕적 성격도 아니다. 그렇다고 종교적인 초월자로서의 성격도 아니다. 그것은 혈연에 의한 낳고·닮음의 정(情) 및 기르고· 함께 생활한 정분에 의해 개개인의 내면적 원리로서 작용하는 관계의 성격이다. 천륜에 의한 부자간의 고유한 도리로서 조건이나 대가(보상)를 바라지 않는 내리사랑과 치사랑 관계의 성격이다. 논어 안연편에 나오는 공자의 정명(正名)사상이 떠오른다. '君君, 臣臣, 父父, 子子(군군, 신신, 부부, 자자)' 임금은 임금답게, 신하는 신하답게, 아버지는 아버지답게, 아들은 아들답게 생활할 때 잘 사는 사회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처럼 된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없겠지만, 부자간에는 상존 하비의 자격 여부를 초월하여 자신의 분신으로서 아끼고, 위하고, 희생하고, 양보하며 잘 섬기고 잘 돌보는 일을 보람스럽고 행복해하는 관계의 성격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최선을 다하여 자신의 몸처럼 부모님을 잘 섬기고 자식을 잘 보살펴 양육해야 하는 의무를 다 해야 한다. 혹여 이러한 도리를 행하지 않거나 못한다면 제정신이 아닌 비정상인이라는 도덕적인 비난과 법적인 치료 및 제재를 받을 것이다. 그렇다면 비정상의 근본 요인은 무엇일까…? <정한석 전 초등학교교장·수필가>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이 기사는 한라일보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ihalla.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webmaster@ihall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