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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담론]트렌드로 읽는 제주관광
편집부 기자 sua@ihalla.com
입력 : 2016. 04.07. 00:00:00
트렌드(Trend)는 '해류의 흐름에 따라 몸을 맡기다'라는 뜻에서 보듯이 거대한 흐름이며, 개인을 특정한 경향으로 이끄는 또 다른 힘이기도 하다. 최근 트렌드는 사회 전반적인 경향을 파악하거나 소비자들이 무엇을 사도록 영향력을 이끄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미래학자이며 트렌드 예측가인 '미래생활사전'의 저자 페이스 팝콘은 '유행'은 시작은 화려하지만 곧 사라져버리는 것으로 장사꾼들의 민첩한 속임수이며, '트렌드'는 소비자를 이끄는 원동력으로 바위처럼 꿋꿋하다고 했다. 지난해 열풍을 몰고 왔지만 지금은 시들해진 '허니버터칩'이 유행이라 한다면, SNS와 같은 경우는 트렌드라 할 수 있다.

요즘 혼자서 제주를 여행하는 관광객이 부쩍 늘었다. 실제 지난해 관광실태조사 결과도 그렇다. 이는 최근의 혼자서 밥을 먹거나 술을 마시는 '혼밥', '혼술'과 연관성이 크며, 경제 불황에다 굳이 내 취향을 상대방과 맞출 필요가 없다는 개인주의 확산과 혼자만의 편안함을 추구하는 경향 때문이다.

이러한 나 홀로 문화는 '셀프인테리어'로 진화하고 있으며, 여행에 있어서도 '셀프여행' 즉 'DIY(Do It Yourself) 여행'을 서비스하는 여행앱이 인기를 끌고 있고, 이런 나만의 특별한 여행으로 남긴 사진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일상의 자랑질'로 이어지고 세상과 연결되고 있다.

한림읍에 가면 오래전에 돌로 지어진 전분공장을 수리해서 운영하는 카페가 있다. 이 돌공장 카페는 SNS를 통해 알려지면서 유명해졌다. 비단 이곳만이 아니다. 중산간 도로를 따라 예전 감귤을 저장하던 돌창고는 카페와 공방으로 변신, 관광객으로부터 호응이 크다. 바로 로트렌드(Raw Trend)다. 로트렌드는 '익히지 않은, 가공되지 않은 날 것' 쯤으로 이해하면 좋다. 낡고 허름한 공간들을 새롭게 꾸미는 현상을 이야기한다.

제주의 소길댁 이효리 씨로 대표되는 '킨포크 라이프' 트렌드는 직접 텃밭을 가꾸고 제철 음식을 이웃과 나누며, 각박한 삶에서 벗어나 느리고 소박하면서 자연친화적인 삶으로 회귀하려는 경향을 뜻한다. '제주에서 한 달 살기' 여행은 이러한 로망과 무관치 않다.

장기불황으로 소비 패턴은 급격히 바뀌었다. 명품을 대신하는 자기위안적 소비인 '작은사치' 트렌드가 소비시장에 화두이다. 비싼 명품보다는 고급커피, 고급공연, 프리미엄 과자가 불티나게 팔린다. 여행도 마찬가지다. 제주는 '작은사치' 트렌드의 최대 수혜지다. 해외여행을 대신할 수 있는 핫한 느낌과 이미지를 가진 제주로 재방문이 늘어난 것이다.

이러한 소비 경향은 물질보다는 가치와 경험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더욱 각박해져 가는 삶에서 여행의 의미는 나만의 특별함을 넘어, 여행지와 나를 동일시하기 위해 그 공간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공감한다. 그리고 박제화된 건물이 아닌 여유와 낡았지만 옛 원형 속에서 잔잔한 위로와 제주가 품은 인사이트를 얻고 싶어 한다.

트렌드에서 보듯이 여행객들에게 가치와 경험의 전달은 결국 스토리와 지역의 날 것(제주만의 옛것)의 힘에서 나온다. 거기에 여행객의 원초적 본능을 잡아끄는 무언가는 덤이다. 이러한 가치를 줄 수 있는 보물이 있는 곳은 유명 관광지도 도심도 아닌, 바로 우리 농어촌 지역으로 지역관광이 왜 중요하고 방향이 무엇인지 시사하고 있다. <오창현 제주관광공사 지역관광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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