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참사 이후 맞는 두번째 봄, 생존학생과 형제자매에게 지난 2년은 어떤 시간이었을까. "일년 넘게 똑같은 악플을 보니 감정이 많이 딱딱해진 거 같아요. " 가슴아프게도 아직 이 아이들은 감정이 딱딱해져선 안될 10대이다. 세월호참사를 온몸으로 겪어낸 10대들의 이야기가 최초로 공개된다. 이 책은 참사 당시에 생존한 단원고 학생 11명과 형제자매를 잃고 어린 나이에 유가족이 된 15명이 털어놓은 2년여 삶의 구술이자, 그들이 어디에도 털어놓지 못한 속내를 담은 최초의 육성기록집이다. 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이하 작가단)은 서울과 안산을 수십차례 오가며 세월호 가족과 형제자매, 단원고 생존학생을 만나 그들과의 인터뷰를 수백분 분량의 녹음파일로 담아냈다. 담긴 이야기들은 '어린 유가족'의 또다른 선언이다. 개인의 살아 있는 증언으로서도 소중하지만, 생생한 육성과 날것의 감정을 오롯이 담아냈다는 점에서 '금요일엔 돌아오렴'을 잇는 기록문학이자 르포이다. 무엇보다 이들이 '세월호세대' 즉 10대의 목소리를 대변한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작가단은 기성세대가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하면서도 여전히 어린 존재들의 의견을 묵살하는지 의문을 품은 데에서 집필을 시작했다. 1부 '나는 무엇을 잃어버렸나'에는 그들이 겪은 참사 당일의 경험 그리고 참사 이후의 일상이 담겨 있다. 그들의 슬픔과 죄책감은 2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일상 곳곳을 지배한다. '나만 살아나왔다'라는 자책감, 혹은 '엄마아빠도 힘든데 나까지'라는 지레짐작으로 그들은 선뜻 속내를 털어놓지 못했다. 대화상대를 찾지 못해 묻어두었지만 말하고 싶었고 결국 입을 열게 된 10대들의 이야기는 그것 자체로 많은 울림을 준다. 2부 '이름의 무게'는 '살아 돌아온 사람'(생존학생) '유가족'(희생학생의 형제자매)이라는 이름을 그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 무게감을 전혀 상상하지 못한 이들의 당혹함이 이야기 곳곳에 배어 있다. 학교에서 혹은 거리에서 자신의 이름이 지닌 무게를 실감하는 순간들, 하지만 자신만의 목소리를 낼 수 없었던 상황들이 이어진다. 참사를 겪으며 경험한 여러 다양한 사람과의 관계맺기는 구술자들의 삶에 큰 변화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3부 '우리는 새로운 여행을 시작합니다'는 구술자들이 맞닥뜨린 또다른 세상에 대한 기대와 불안을 담고 있다. 세월호 이후 2년, 그들의 관계는 크고 작게 변화해왔다. 잃어버린 친구를 애도하며 자신의 우정을 되새겨보기도 하고, 다시 누군가를 새롭게 만나야 했다. 가족 안에서는 자신의 달라진 역할을 실감하며 이제는 누군가를 돌봐야 하기도 했다. 관계의 변화는 그들이 살아갈 세상에 대한 기대와 불안과 겹치면서, 그들이 발디딜 새로운 여행의 모습도 바꿔놓았다. 생존학생과 형제자매는 과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고, 어떤 사람으로 커나가야 할까라는 질문에 그들 스스로 내리는 답이 한편으로는 뭉클하게, 다른 한편으로는 뿌듯하게 다가온다. 생존학생들에게 이 책은 '친구들을 위한 책' '작은 희망' 이라고 했다. 형제자매들은 이책을 읽고 엄마가 울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 이 책은 참사 피해자의 실상뿐 아니라 그들의 미래를 담아내고 있다.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일이 곧 위로의 출발점일지 모른다. 작가단은 이 책의 출간에 즈음해 만화가 다섯명과 함께 '다시 봄이 올 거예요'웹툰을 제작하기도 했다. 창비. 1만5000원.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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