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해 1만4000여명의 인구가 순유입될 만큼 너나없이 살고 싶어하는 제주는 단기간에 급등한 집값과 땅값으로 미래의 모습을 심각하게 걱정해야 할 상황에 맞닥뜨렸다. 대단위 아파트가 즐비한 신제주 전경. 사진=한라일보 DB 땅값은 1년새 20% 오르고 도심 아파트 1억5000만원 급등 근로자 임금은 전국 최저인데 아파트값은 서울 강북 수준 농촌지역에서 땅은 부의 상징…마을공동체도 차츰 사라져 국민들이 너나없이 살고 싶어한다는 제주도는 그야말로 '핫(hot)한' 곳이다. 제주에서 인생2막을 펼치기 위해 2014년 1만1000여명에 이어 작년에도 1만4000여명의 인구가 순유입된 사실만으로도 제주의 인기를 말해주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인구유입과 개발바람을 타고 불러온 더 '핫한' 문제가 바로 제주의 '부동산 폭등'이다. 땅에는 관심조차 없던 도민들까지 과도한 대출을 끼면서까지 재테크 수단으로 부동산에 시선을 돌리는 이들이 적잖으니 말이다. 하지만 땅값이 급등하면서 재산가치도 높아져 경제적 여유를 얻고 행복해질 수 있는 도민이 과연 얼마나 될까? 그보다는 편안히 쉴 집 한 채 마련하지 못하는 삶의 무게에 짓눌리는 이들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제주의 부동산가격을 안정화시키지 못하면 10년 후, 또는 미래 제주가 어떤 모습일지 걱정이 크다는 데 한 목소리를 낸다.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를 보면 제주시 노형동 A아파트(전용면적 84㎡)의 경우 2010년 4분기 2억5000만원 안팎에 거래되던 것이 2014년 4분기에는 3억3000만원까지 올랐다. 그러던 것이 2015년 4분기에는 4억8000만원으로 1년 새 1억5000만원이 올랐다. 제주시 아라동의 B아파트(84㎡) 매매가도 2014년 4분기 3억8000만원에서 작년 4분기에는 5억~5억5000만원까지 거래될 정도로 아파트시장은 이상과열 양상을 보였다. 이같은 도내 아파트 가격은 서울 강북 소재 브랜드아파트 가격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웃도는 수준이다. 하지만 고용노동부의 자료를 보면 작년 4월 기준 도내 상용근로자 5명 이상 사업체의 1인당 임금총액은 245만5000원으로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가장 낮았다. 같은기간 서울 근로자의 경우 1인당 370만8000원으로 제주보다 125만원 많음을 감안하며 제주의 소득 대비 집값은 오히려 서울보다 비싼 셈이다. 제주 근로자의 임금은 전국 평균임금(330만5000원)의 74.3% 수준으로 열악하다. ▶부동산 급등으로 심화되는 빈익빈 부익부="노부모님이 살고 계신 고향에선 정겹던 예전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농사짓는 공간이었던 땅을 외지인과 주택 개발업자들이 수억, 수십억원에 사들이면서 순박하던 고향 어르신들 사이에서도 땅은 '부의 상징'이 됐다. 같은 마을에 살면서도 땅이 없는 이들은 상대적 박탈감이 크고, 아름답던 마을공동체도 차츰 붕괴되고 있어 안타깝다. 이런 상황으로 치닫기까지 제주도에선 도대체 뭘 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제주 출신으로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최근 제주로 발령받은 김모(48)씨가 바라본 고향 풍경이다. 그는 "수도권보다 비싼 집값과 심각한 교통체증으로 제주의 매력은 상당히 반감되고 있다"고 했다. 2016년 1월 1일 기준 제주지역 표준지 공시지가는 19.35% 올라 전국 17개 시·도 중 최고를 기록했다. 전국 상승률(4.47%)의 4배가 넘는 상승률이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제주 땅이든 아파트든 사두기만 하면 오를 것이란 기대심리로 실수요자 외에 기획부동산과 개인투자자 등 전국의 투기수요가 제주로 몰려들었고, 정부의 저금리 정책은 기름을 붓는 격이 됐다. 특히 집값이 크게 상승한 2015년에는 주택 가수요 비중이 더욱 확대됐다. 한국은행 제주본부에 따르면 도외인이 구입해 사실상 가수요(투기수요)로 볼 수 있는 도내 주택은 2015년 5224호로 2013년(2694호)과 2014년(3387호)에 비해 크게 늘었다. 2015년 도내 토지매입 면적 94.2㎢ 중 도외인의 매입면적은 32.9㎢(34.9%)에 이른다. "제주도내 주택과 토지가격 상승기에 서울 등 수도권의 높은 집값을 경험했던 도외인들은 제주 아파트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고 보고 시세차익을 염두에 둬 망설임없이 구입했다. 하지만 상당수 도민들은 경험해보지 못한 비싼 아파트값에 살까 말까를 망설이는 사이 주택시장 호황을 타고 가격이 더 오르면서 내 집 마련은 더 어려워졌고, 결과적으로 시세차익을 챙긴 이들은 도외인들이 도민보다 훨씬 많다고 보면 된다." 도내 한 부동산중개업자의 얘기가 부동산 투기장이 된 제주의 현실을 잘 말해준다. 제주시 구도심 모습. 사진=한라일보 DB 한국감정원의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을 보면 2014년 8월 이후 거침없이 오르기만 하던 도내 아파트 가격이 올들어 상승폭을 줄이다 4월 들어선 보합세로 돌아섰다. 이를 두고 '도내 아파트가격이 고점을 찍었다', '추가 상승을 위한 잠깐의 조정일 뿐'이라는 등 의견이 분분하다. 도내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아파트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름세를 보였던 작년까지만 해도 시세차익을 노려 아파트 등 주택을 사고파는 가수요자들이 상당해 거래가 끊이지 않았지만 최근엔 사겠다는 사람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했다. 문제는 전국 최저수준의 임금을 받는 서민들과 젊은이들이 내집 마련의 꿈을 꿀 수 있고, 도민이 행복한 제주가 되려면 단기간에 천정부지로 치솟은 부동산가격을 일정수준까지 떨어뜨려야 한다는 데 있다. 도민 행복도는 곧 도시경쟁력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선 도민주거실태 조사를 기반으로 한 제주형 주택공급정책이 필수다. 제주자치도는 집값이 치솟자 젊은층의 주거안정을 위해 올해 처음으로 행복주택 건설사업을 시작하면서 3년안에 3000호의 공공임대주택 준공을 목표로 삼고 있다. 2025년까지는 2만호까지 늘려나간다는 구상이다. 또 작년 신규택지조성계획을 밝힌 제주도는 오는 10월까지 관련용역을 진행중이다. 하지만 택지개발 예정지가 발표될 경우 인근지가의 동반 상승을 노린 투기수요를 차단할 수 있는 보완책도 함께 마련해야 하고, 공공임대주택 공급만으론 치솟은 아파트 등 주택가격을 잡을 수 없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공공임대주택과 아파트 시장은 서로 다른 별개의 시장이라는 것이다. 정수연 제주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제주부동산 가격은 버블이 심각한데, 제주도가 내놓는 주택공급정책은 임대주택에 너무 쏠려 있다"며 "자연녹지에 빌라만 마구 들어서게 놔둘 게 아니라 공공에서 대규모 택지를 조성해 수요가 부족한 브랜드아파트 공급을 늘려 가격을 안정화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또 "세종시나 인천은 투자유치면에서 이미 제주를 뛰어넘고 있다. 제주의 도시경쟁력을 주거복지를 실현하면서 어떻게 높여나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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