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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시작하며
[하루를 시작하며]e하우스에서 녹색섬을 꿈꾸다
편집부 기자 hl@ihalla.com
입력 : 2016. 05.04. 00:00:00
이사를 했다. 지난해 아파트의 가스폭발로 이십 년 넘게 살아온 공간의 흔적을 공중에 날려 보내고 계획에도 없던 집을 지었다. 오래전 분양받아 놓았던 서귀포혁신도시 귀퉁이, 한라산 용암이 숨어있던 거대한 암석덩이를 들어내고 나는 1년간 공사현장에서 살았다. 공간의 형체가 드러나고 이삿짐을 옮기던 날 폭발에도 살아남은 오래된 가재도구에 코끝이 아렸다. 그 아파트에서만 이십여 년, 두 아이 모두 성인이 될 때까지 정말 진득하게도 살았다. 햇볕이 잘 들어 밝은 집, 가족 모두 잘 자고 잘 먹어 건강한 집, 그래서 나는 오랜 아파트를 쓸고 닦으며 네 식구의 희망을 키워왔다. 겹겹이 동여맨 짐꾸러미 사이로 묵은 기억들이 고개를 내밀었다. 트럭의 꽁무니를 타고 줄행랑치던 빈한한 청춘의 흔적들.

이사한 집은 범섬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있다. 늙어가는 나에게는 과분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그 집의 참맛은 멋진 풍광도 넓은 공간도 아니다. 아직 사례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애써 시도해본 스마트에너지시스템의 구축이다. 새집은 지붕 전체를 태양광으로 마감했다. 10kW 남짓의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한다. 지하에는 ESS(에너지 저장장치)를 설치하여 생산한 전기를 저장할 수 있다. 전기실에 부착된 모니터에는 실시간 발전량이 기록되고 부하관련 데이터를 저장, 제어하기 위한 EMS(에너지 관리시스템)설치도 준비중이다. 주차장에는 충전기를 설치해서 전기차 배터리에서 역으로 에너지원을 얻는 V2G(vehicle to grid)에 대한 도전도 계획중에 있다. LPG없이 모든 에너지를 전기로 대체하고 사용하는 전기는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에너지자립주택'의 시현, 이를 'e하우스1호'라 명명하였다. 수요와 공급이 양방향으로 이루어지는 스마트그리드의 작은 모델하우스라고나 할까. 규모는 작지만 나도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사업자가 된 것이다. 그러나 이렇듯 장황한 구상과 희망찬 기대 이면에는 미래 사업성에 대한 부담과 녹색기술정착에 대한 사명감이 함께 요동치고 있었다.

폭발로 경황없던 그 시기에 에너지자립주택을 짓겠다고 나선 것은 직업의식의 발로였다. 전기분야의 설계, 감리, 시공을 전문으로 하는 엔지니어링회사를 운영하면서 늘 고민해왔던 딜레마, 그것은 제주가 갖고 있는 환경가치에 대립각이 될 수 있는 대규모 단지개발이나 고층빌딩 신축이 건설업과 더불어 엔지니어링이 먹고 살 수 있는 양식이라는 진실이었다. 이 시대 최고의 화두가 환경임에 동감하면서도 대형 건축물이 들어서야 직원들 일거리를 찾을 수 있는 아이러니한 현실, 결국 나는 환경유해요소 이산화탄소 배출을 절감하는 녹색기술개발의 필요성을 느꼈고 그 설계와 시공만이 사업영역 보전과 환경보전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조건임을 절실히 인지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녹색기술의 접목은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었다. 수요자는 선진환경의식과 초기 비용이 전제되어야 했고 사업적 측면에서는 투자만 있을 뿐 이익창출이 어려워 아직도 R&D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번거롭지만 일회용 컵을 자제하고 불편하지만 기꺼이 전기차를 충전하며 타는 이웃들을 보며 나는 그 불편한 일들을 시행중이다. 누가 뭐래도 제주의 가치는 녹색섬에 있고 우리 모두는 그 섬에서 살아가고 있으므로. <허경자 ㈜대경엔지니어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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