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휴 반가운 뉴스를 접했다. 제주도의회에서 지난 5월4일 '제주특별자치도 청년 기본조례안'을 입법 예고했다는 뉴스이다. 평소 청년에 대한 관심이 많고, 제주도 청년 정책을 위한 법적 근거와 정책 추진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 왔으며, 이를 제주특별자치도에 의견 제시했던 사람으로서 조례안 입법 예고 뉴스가 참으로 반가웠다. 제주사회는 현재 청년층 순유입 인구가 늘어나면서 도 전체의 청년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미래의 제주 공동체의 비전을 그려 볼 때, 그 미래를 만들어 갈 원동력은 바로 청년들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현재 제주사회가 청년층이 미래에 대한 비전과 역량을 마음껏 키워 나갈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하고 있는지 자문할 때, 안타깝게도 긍정적인 답을 내리기 어렵다. 청년층 실업률은 타 연령층에 비해 가장 높고, 청년들이 희망하는 양질의 일자리도 부족한 실정이다. 이러한 문제는 비단 제주사회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청년들이 전반적으로 겪는 구조적 문제가 된 지 오래되었다. 한국 역사에서 청년이라는 용어는 1900년 전후로 잡지·신문 등의 근대적 인쇄 매체를 통해 등장하다가 점차 사회의 광범위한 영역으로 확대되었다. 청년의 출현 과정을 사회문화적 관점에서 조명한 한 학자는 청년을 '흩어져 가는 균열의 경계선에서 소용돌이를 만들어내는 장본인'으로 묘사한 바 있다. 기존의 질서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가치와 문화를 추구하는 근대적 인간으로서의 청년은 1990년대 말까지 거의 한 세기동안 일종의 문화적 기호로 지칭되었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한국의 청년담론은 이전과 사뭇 다른 경향을 보인다. 2000년대를 지나며 청년기에 붙여진 별명은 88만원 세대, 대오족(대학교 5학년), 이태백(20대의 태반은 백수), 패러싱글족(부모에게 붙어사는 싱글족), 그리고 최근에는 7포세대(연애, 결혼, 출산, 내 집 마련, 인간관계, 희망, 꿈을 포기한 세대)등이 주를 이룬다. 과거 청년의 이미지와 비교하면 참으로 가혹한 별명이다. 꿈을 먹고 사는 젊은이라는 문화적 상징성을 상실하고, 영혼을 팔아서라도 취직을 하고 싶다고 절규하는 취업 취약 계층으로 전락한 청년세대. 이러한 청년세대를 지속적으로 양산해 내는 사회에는 희망이 없다. 우리 사회에서는 이러한 청년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청년문제 해결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늘어나면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청년정책이 제도적으로 마련되고 시행되는 추세이다. 2015년 이후 서울, 전남, 경기, 광주, 대구, 충남 등 몇몇 광역 자치단체들에서 청년 관련 조례가 제정되었고 서울시, 광주광역시 등 일부 지자체에서는 청년 정책 전담 부서도 마련되고, 청년들이 직접 참여하는 청년 정책 거점 기관도 설치되고 있다. 이번에 입법 예고된 '제주특별자치도 청년 기본조례안'은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제주 청년의 사회참여 기회를 보장하고, 청년 간 교류 확대와 자립기반 형성을 통해 청년의 권익을 증진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도지사는 5년 단위로 청년정책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청년정책에 대한 주요사항을 심의하기 위한 청년위원회도 운영한다. 조례안은 입법 예고 기간이 완료된 후 도의회의 의결을 거쳐 법제화되게 된다. 제주특별자치도 청년 기본조례의 제정을 앞두고, 청년문제에 대한 제주사회의 지지와 관심이 모아지고, 무엇보다도 청년들 스스로가 청년정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청년정책 거버넌스가 구축되기를 희망한다. <고지영 제주여성가족연구원 연구원>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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