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제1차 에코투어 코스는 안돌오름에서 북오름 입구까지 3개 오름과 목장길, 연못, 곶자왈 등으로 이어졌다. 강희만기자 3개의 오름과 너른 목장길·연못·곶자왈로 이어진 코스 후박나무에서 금새우란까지 야생 식물과 향기로운 만남 차창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에서 느껴졌던 설렘도 잠시, 안돌오름의 가파른 언덕은 투어의 시작을 알리며 가쁜 숨으로 짓눌렀다. 경관을 즐길 여유도 없이 앞 사람의 속도를 따라가기 바빴다. 점차 무거워지는 발걸음에 돌아가야 하나란 생각이 찾아들 때쯤 청명한 바람이 정상임을 알렸다. 앞서던 사람, 뒷서던 사람 모두가 안돌오름 정상에 나란히 섰다. 그제야 올라오다 놓쳤던 하늘, 작은 풀꽃, 오름들이 눈에 들어왔다. 높은오름, 다랑쉬오름, 동거미오름, 아부오름, 따라비오름, 새끼오름, 거문오름 등 오름들이 서로가 서로를 빙 둘러 안고 있었다. 송당리가 도내 마을 중 가장 많은 오름이 위치해 신들의 마을로 불린다는 말이 실감나는 풍경이었다. 안돌오름. 안돌오름에서 내려와 완곡한 경사를 따라 걸으니 제주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웅장한 모습이 펼쳐졌다. 족히 건물 10층 가까이 되는 높이의 능선까지 식나무, 후박나무 등 곶자왈 안에서만 볼 수 있는 식생이 가득했다. 상산나무의 짙은 향을 따라 걷다 어느새 체오름의 분화구 안까지 들어온 것이었다. 분화구 가득 퍼진 수풀 향과 울창한 숲은 사람들의 발목을 붙잡았다. 좋은 기운을 받고가자며 다같이 기념사진도 찍었다. 나무를 헤치며 능선을 따라 올라가니 제주 농기구인 '골체' 형상(U)를 닮은 분화구 모습이 더 뚜렷해졌다. 그렇게 오름들을 오르고 내리고 나니 너른 목장길이 사람들을 반겼다. 들판을 가로지르며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흐르는 땀을 식혔다. 양지꽃, 갯무꽃 등 들꽃들은 초록색 들판 가운데 밤하늘 별처럼 곳곳에 박혀 봄기운을 내뿜었고, 곳곳에 올라온 취나물, 제피 등의 나물들도 봄을 알렸다. 사람들은 양팔을 벌려 바람을 만끽했고, 발 아래 들꽃이 자리잡을 땐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어느새부턴가 시작된 고사리 꺾기는 사람들에게 또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선흘곶자왈은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곶자왈 특유의 녹음을 뿜어냈다. 왼쪽부터 둥굴레꽃, 새우란, 금난초, 등심붓꽃. 이날 눈에 띄는 참가자가 있었다. 서울에 살다 3년전 아내와 제주로 이사한 일본인 요시다 히로시(70)씨.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에코투어를 알게 돼 참여하게 됐단다. 그는 선흘곶자왈 입구에서 새우란을 만나자 사진을 찍기 위해 바닥에 엎드리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처음 본 들꽃의 이름을 묻고 휴대전화에 적으며 제대로 제주의 자연을 즐기고 있었다. 그는 "에코투어에 참여해 이처럼 좋은 제주 사람들과 함께 걷게 돼 즐겁다"며 "다음에 또 참여하고 싶다"고 전했다. 잠시 곶자왈에서 벗어나니 전세미못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권성 제주트레킹연구소장은 "전세미못은 아무리 가물어도 물이 마르지 않는다"며 "방목하는 말과 소가 자주 찾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실제로 전세미못 근처에는 점박이 무늬를 지닌 얼룩말들이 목을 축이고 있었다. 사람들은 봄 기운을 가득 담은 오름과 말, 전세미못을 배경으로 한컷씩 기념사진을 남겼다. 서로 도우며 가시나무 숲을 오리걸음으로 지나고, 돌담을 몇 차례 더 넘었을까. 가까이 차 소리가 들리는 듯하더니 곧 큰 길 옆 돌담이 투어의 마지막을 알려왔다. 어릴 적 마을공터 한 귀퉁이 쌓인 하수도관 안을 들락거렸던 추억을 되살리듯, 이번 투어는 돌담 사이 자리한 하수도관을 통과하며 마무리됐다.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이 기사는 한라일보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ihalla.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webmaster@ihall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