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고도의 성장을 추구해왔고 또 고도의 성장을 목표로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성장의 이면에는 많은 불안 요소가 작동하고 있다. 그런 불안감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행위 중의 하나가 소비다. 우리는 잔류 농약과 중금속의 두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해 유기농 생산물을 구매하는 것으로 안심한다. 낮은 금리와 요동치는 글로벌 금융시장 때문에 위험이 더 낮은 저축이나 지속 가능한 펀드를 골라내려고 애를 쓰기도 한다. 왜 우리는 농업 생산의 일반적 조건을 직접 규정하지 못하고, 금융시장이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지를 집단적으로 결정하지 못할까? 1968년 서유럽의 학자와 기업인, 전직 대통령 등 각계 지도자 30명이 인류와 지구의 미래에 대해 연구하는 세계적인 비영리 연구기관인 로마클럽을 결성했다. 이어 1972년에는 성경책과 '자본론', '종의 기원'과 함께 인류가 남긴 가장 중요한 책이라 평가받는 '성장의 한계'를 발간했다. 경제성장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한 이 보고서는 탈성장 운동의 기폭제가 됐다. 바르바라 무라카(Barbara Muraca)의 '굿 라이프:성장의 한계를 넘어선 사회'는 '성장의 한계' 이후 지난 40여년 동안 성장 담론 비판과 탈성장 담론이 발전해온 경로를 살펴보고, 다양한 갈래로 나눠진 탈성장 운동을 비판적으로 분석한다. 탈성장 이념은 산업화된 현대의 수많은 가치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나 탈성장 논의는 보수적으로 반전되거나 생태파시즘으로 변질될 가능성도 있다. 사회과학자인 마인하르트 미겔의 탈성장 개념이 복지국가를 파괴하는 신자유주의 프로그램과 결합한 예가 그렇다. 프랑스의 우파 지식인 드 브누아는 탈성장 담론을 통해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인종주의에 불과할 뿐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저자는 이렇게 탈성장의 외피를 입은 우파뿐만 아니라 탈성장 진영 내부의 몇몇 사상에서도 위험 징후를 밝혀낸다. 탈성장의 문제를 해결하고 함정을 피하기 위한 대안은 뭘까?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저자는 경쟁을 대신하는 협력과 새로운 형태의 공유가 탈중심적이며 협력적인 네트워크로 연결된 혁신의 새로운 시대로 우리를 이끌 수 있다고 주장한다. 불평등에 맞서는 재분배 역시 탈성장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꼭 거쳐야 할 과정이다. 지난 10여 년 동안 진행돼온 탈성장 사회의 흐름과 논쟁을 정리하고, 기존 자본주의 체제와는 다른 새로운 형태의 탈성장 사회를 제안한 책이다. 2014년 독일에서 출간된 후 탈성장 담론의 포괄적인 안내서로 인기를 얻었다. 문예출판사. 1만2000원.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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