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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칼럼]부동산 광풍 부메랑 되어 제주에 비수 꽂다
오태현 기자 oh62@ihalla.com
입력 : 2016. 08.23. 00:00:00
부동산 광풍이 제주사회에 몰아쳐 생채기가 깊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땅값, 집값이 치솟고 있다. 집없는 서민들은 닭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다. 내집마련의 꿈이 산산조각 나버렸다. 어떻게 손쓸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오죽하면 '기승전땅'이란 자조섞인 신조어가 나오겠는가. 이는 어디든 가면 대화가 결국 치솟은 땅값 얘기로 끝난다는 의미다. 전문분석 기관이 수치상 오름세가 진정국면을 맞고 있다고는 하나 피부에 와 닿기 까진 아직 멀다. 부동산 광풍을 잠재우지 못한다면 제주의 미래도 희망도 없다. 이 바람을 잠재워야 하는 절절한 이유다.

광풍은 미친바람이다. 미친탓에 폐해가 심각하다. 기존 건축물을 활용한 공공사업은 올스톱 위기를 맞았다. 제주에 내려와 터를 잡으려던 기업과 이주민들은 부동산 가격 부담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도심속 부족한 주차공간의 오아시스 역할을 했던 무료주차장들이 줄줄이 건축행위가 이뤄지고 있다. 농어촌학교 살리기 빈집 정비를 비롯 기존 건축물을 활용한 각종 공공사업들이 대상 건물을 구하지 못해 사실상 포기 상태다. 제주시의 빈집 정비사업의 경우 물량이 올해는 한건도 없다. 빈집 자체가 드물고 있더라도 건물주 등이 수요급증에 편승해 공공사업에 관심이 없는 탓이다. 서귀포시 지역도 지난해 12곳 21가구의 물량이 있었으나 올해는 4곳 6가구로 확 줄었다. 제주시의 원도심 활성화 사업이 곧 젠트리피케이션(둥지 내몰림)현상으로 내몰리고 있다. 도 개발공사가 집값 안정과 주거복지를 위해 기존 공동주택을 사들인 후 리모델링해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사업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지난해 기존 주택 150호 매입을 추진했지만 전무고, 올해도 50호 매입을 목표로 신청을 받고 있지만 매물이 없다. 도 관계자는 "부동산값 폭등과 건축물 가수요로 여러 사업들을 계속할지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제주도는 도시 첨단산업단지 조성사업을 잠정 보류했다. 부동산 가격 급등과 새후보지 확보가 여의치 않고 경제성마저 불투명 한 탓이다. 이 때문에 도는 불통행정과 신뢰하락, 주민반발 자충수 등 굴욕의 멍에만 안게됐다. 제주도의 고통은 이 뿐만이 아니다. 지역경제활성화와 고용창출을 위해 유망기업 유치를 추진하고 있지만 이 역시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제자리 걸음이다. 서귀포시에 입주한 로커스는 본사 제주이전을 계획하고 있으나 정주여건악화로 고민에 빠졌다. 또 테마파크 조성사업과 JDC가 추진중인 제2첨단과학기술단지는 오는 2021년 준공될 예정이나 가능할지 미지수다. 희망적인 것은 고공행진하던 제주지역 아파트 매매가격이 1년 8개월만에 멈춰선 것이다. 일시적인 현상일 수도 있지만 고공행진 부동산 가격에 대한 경계심리가 작용한 탓일게다.

단기간에 천정부지로 오른 부동산 가격은 결국 도민들에게 부메랑이 되고 있다. 도민의 삶을 팍팍하게 만들고 목을 옭죄는 비수로 되돌아 온 것이다. 기획부동산과 떳다방, 심지어 영농조합법인까지 쪼개기 등 꼼수로 시세차익을 노린 불법들이 만연하다. 투기장으로 변한 작금의 제주는 한마디로 가관이다. 늦었다고 손놓고 하늘만 쳐다볼 수 만은 없다. 다소 진정세 국면을 맞는 지금이 부동산 광풍을 걷어낼 적기다. 투기세력과의 전쟁은 물론이고 가수요에 대한 촘촘한 감시망이 절실하다. 제주로의 투자 철회는 곧 제주의 미래를 송두리째 흔들게 된다. 청정의 가치와 공존의 미래를 위해 원도정이 밤잠 설치면서 대안을 내놔야 하는 이유다. <오태현 이사/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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