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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세상] 새로운 슈퍼소비자 '시니어'를 읽어라
전영수의 '피파세대 소비심리를 읽는 힘'
표성준 기자 sjpyo@ihalla.com
입력 : 2016. 09.30. 00:00:00
여성전용 피트니스클럽 '커브스'는 'Three No Moon'이 특징이라고 한다. 남자(Man)가 없고, 따라서 화장(Make-up)할 필요가 없으며, 거울(Mirror)이 없다는 것이다. 샤워시설과 목욕탕도 없는 이 피트니스클럽은 성공했을까 아니면 실패했을까? 거대한 인구집단이면서 새로운 슈퍼소비자로 떠오른 복잡하고 미묘한 스마트시니어들의 숨겨진 문화와 소비행태를 분석한 책이 나왔다.

일본의 시니어들은 세계적인 기업 일본브릿지스톤이 만든 골프클럽 화이즈를 외면했다. 이 클럽을 이용한다는 사실 자체가 자신이 노인이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신호로 해석했기 때문이다. 반면 일본시니어들은 이키이키가 내놓은 여행상품 '보스턴 1개월 여행'에 열광했다. 단순 관광이 아니라 1개월 동안 주민처럼 생활하며 영어를 배운다는 지식체험적 아이디어가 먹혀들었다.

저자는 이 두 사례를 통해 시니어로 불리는 중·고령 고객의 마음을 읽어냈느냐 여부가 사업의 성패를 갈랐음을 알려준다. 일본브릿지스톤은 편리는 읽었지만 속내는 못 읽었다. 충분히 제품 수요가 있을 것으로 추정했지만 요즘 시니어는 자신이 늙어간다는 사실을 굳이 일깨워주는 상품을 외면한다는 단순한 사실을 놓친 것이다. 시니어를 위한 상품에 '실버·고령'이라는 글자는 피해야 한다.

이와 반대로 잡지사인 이키이키는 기획기사를 통해 일찍부터 고객의향을 묻고 분석했다. 나이가 들어도 뭔가 시작하고 싶은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는 수단으로 '여행'과 '영어'를 조합해냈다. 앞날이 불투명하지만 내적 호기심은 되레 커진다는 점이 증명됐다.

경제학자이자 한양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인 저자는 일본 게이오대학 방문교수를 역임했다. 성장한계·인구악재·재정압박 등 무겁고 어두운 거시환경이 우리와 닮은꼴인 일본은 고령소비와 관련한 천국과 지옥을 모두 경험했다. 책에서 저자는 사업의 성공과 실패는 고객을 이해하느냐와 못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한다. 잠재고객의 내재성향은 물론 외부환경까지 정확하고 확실히 읽어내는 소비자 분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책 제목의 피파세대(PIPA)는 소득이 줄어서 가난하고(Poor), 외롭고(isolated), 아픈(Painful) 세대(Age)를 뜻한다. 베이비부머 1세대가 65세로 접어들게 되는 2020년 이후 고령 사회에서는 은퇴세대가 소비열쇠를 쥐게 된다. 저성장·장기불황을 이길 최후의 블루오션인 일본의 시니어마켓 보고서라 할 만하다. 라의눈.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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