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차 에코투어 참가자들이 세찬 비바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하늘하늘 메밀꽃이 들판 가득 피어난 길을 지나고 있다. 강희만기자 비날씨 속에도 지친 줄 모르고 약 10㎞ 코스 탐방 억새밭 위로 떠오른 색색의 무지개와 조우하기도 안개 자욱한 노리소니오름 등 신비로운 광경 연출 가을의 초입, 억수같이 쏟아붓는 비바람에 세차게 흔들리는 메밀꽃을 바라보며 메밀밭을 걷는 묘미란 제주섬 에코투어만이 줄 수 있는 경험일 것이다. 빗속의 오름을 오르며 늦여름을 보내고 억새밭을 지나 가을을 맞이했다. 지난달 17일 '2016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11차 프로그램이 열렸다. 매회 40여명의 탐방객과 함께하는 이날 에코투어는 비날씨가 예보됐지만 버스 안은 꽉 찼다. 탐방객들은 너나할 것 없이 우비를 챙기고 장비를 가다듬으며 비날씨 속 에코투어를 즐길 준비를 했다. 탐방 내내 가을의 초입을 알리는 세찬 빗줄기에 흐르는 땀방울을 느낄 새도 없이 걷고 또 걸었다. 다른 일정보다 평단한 코스였지만 비날씨 속에 오름의 숲을 헤치며 걷는 일은 그리 순탄치 않았다. 앞서 걷는 사람의 발자국을 바라보며 미끄러질까 조심조심 한참을 오르니 노리소리오름 정상에 다다랐다. "노리소니오름은 제주어로 '노루를 쏜다', '노루를 사냥한 오름'이라는 뜻"이라는 이권성 제주트레킹연구소장의 설명 때문일까. 안개가 자욱하게 내려다보이는 노리소니오름은 금방이라도 노루들이 뛰쳐나올 듯 신비로운 광경을 자아냈다. 감상은 잠시, 다시금 세찬 비바람이 몰아치자 서둘러 배낭을 정비하고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검은오름 정상에 오른 탐방객들이 저 멀리 회색빛 도시 풍경을 바라보고 있다. "무지개다!" 어린아이 같은 외침에 머루 삼매경에 빠졌던 탐방객들의 이목이 그곳으로 집중됐다. 색색깔 무지개가 영화의 한 장면처럼 억새밭에 걸쳐져 있었다. 탐방객들은 너나할 것 없이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안개낀 억새밭의 무지개, 희미한 검은오름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에는 제주의 가을이 고스란히 담겼다. 내 키만한 억새들 사이로 길을 내며 한참을 걸었다. '이제 가을이 왔구나'하는 뭉클한 감정에 가슴이 뛰었다. 눈앞에 아른거리던 억새의 잔상은 검은오름 정상에 이르자 잠시 사그라들었다. 바로 앞에는 민오름이, 저 멀리에 사라봉과 별도봉이 나란히 보였다. 발 밑으로 멀리 회색 도시가 안개속에 싸여 신비로웠다. 하지만 곧 억수같이 쏟아붓는 빗줄기에 탐방객들은 서둘러 발길을 옮겼다. 메밀밭을 지나는 내내 마치 남은 여름을 서둘러 물러가게 하려는 것처럼 비가 세차게 쏟아졌다. 비바람에 옆으로 몸을 뉘인 메밀꽃들은 가을을 부르는 손짓처럼 느껴졌다. 탐방길에서 만난 구찌뽕(위)과 머루. 즐거운 식사가 끝나고 '기러기가 줄지어 날아가는 형상'에서 유래했다는 열안지오름을 찾았다. 산간 호우주의보가 내려 정상 대신 오름 둘레길을 걷는 것으로 일정을 변경했다. 탐방객들은 밤송이가 가득 달린 밤나무를 지나며 유년기 시절의 이야기를 떠올렸다. 도심 속에서는 볼 수 없었던 풀과 나무를 관찰하고 제주의 생태계를 가까이서 마주하며 연신 감탄사를 내뱉었다. 빗속의 에코투어는 이렇게 마무리 됐다. 탐방객들은 궂은 날씨 속에서도 즐거운 표정으로 연신 "더 걷고 싶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매번 선착순에 밀려 1년여 만에 다시 참가할 수 있었다는 백선옥(62·제주시 연동)씨는 제주 오름의 매력에 빠져 5년째 주말마다 오름을 찾는 '오름꾼'이다. 그는 "이번에 어렵사리 동호회 식구와 함께 선착순에 들어 빗속에 제주의 자연을 만끽했다. 비와 바람과 억새와 메밀, 정말 매력적인 코스였다"고 소감을 전했다. 2016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는 앞으로 4회를 남겨 두고 있다.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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