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침략을 주도했던 이토 히로부미와 과거사에 대한 반성은 커녕 우경화 노선을 더욱 노골화하고 있는 아베 신조 총리. 두 사람이 동향 출신이며 정신적 스승이 같다는 건 과연 우연의 일치일까? 일본은 조선을 탐했다. 그리고 한일합병을 통해 조선은 일본에 넘어갔다. 수도가 함락된 전쟁에도 무너지지 않던 나라가 전쟁도 없이 그렇게 망했다. '그렇다면 왜 일본에게, 일본의 어떤 세력에 의해 조선은 무너졌나'. 이 질문이 바로 이 책의 시발점이다. 저자는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조선 개항 유적지인 강화도, 초량왜관은 물론 일본 개항 유적지 등을 수십 차례 현지답사하며 조선과 일본의 상반된 근대사를 복원해낸다. 일본은 1894년 갑오개혁, 청일전쟁에 이르는 시점부터 조선 내정에 본격적으로 개입한다. 그 후 1910년 합병으로 17년에 걸친 일본의 침탈 작업은 완결된다. 이 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한 인물 10인이 있다. 그 중 한 명이 바로 이토 히로부미다. 저자는 이 10인의 족적을 짚는 과정에서 실로 놀라운 공통점 하나를 발견한다. 이들 중 8인이 한 지역, 야마구치 현 출신이며 심지어 5인은 같은 동네(하기)에서 나고 자랐다는 사실이다. 대체 왜 이 지역에서 유독 조선 침탈의 주역들이 무더기로 쏟아졌을까? 그 배경엔 '쇼카손주쿠'란 사설 학숙과 '요시다 쇼인'이란 그들의 스승이 있었다. 당시 쇼인은 '일군만민론'을 제자들에 설파했다. 천황에 대한 충성이란 명제 아래 신분을 차별하지 않으며 '사무라이의 나라'를 '천황과 국민의 나라'로 전환시키는 동기를 제공한 이가 바로 쇼인이다. 다만 '국민'이란 존재를 천황을 위한 소모품으로 던져 버리도록 했다는 점이 쇼인 사상의 비극이었다. 이 사상은 가미카제 특공대란 이름으로 부활해 수많은 일본 젊은이들을 사지로 내몰았다. 그럼 전후(戰後) 쇼인의 정신은 사라진 걸까? 결코 아니다. 여전히 쇼인은 일본 극우세력들의 사상적 비조로 추앙받고 있다. 역대 총리들 중 극우 색이 짙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와 아베 현 총리가 대표적이다. 쇼인의 학숙 '쇼카손주쿠'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까지 등재시킨 인물이 바로 아베 총리다. 저자는 최근 한·중·일 3국의 국제 정세가 조선 망국을 불러왔던 당시의 데자뷰처럼 전개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저자는 조금 아플지라도 망국의 국치, 그 역사와 직면하라고 충고한다. 그리고 일본이 왜 조선을 탐했으며, 왜 여전히 한국에 도발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고 치열하게 반성하라 강조한다. 같은 실수를 두 번 반복하는 어리석은 국민이 되지 않으려면 말이다. 포북.1만8000원.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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