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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김영란법과 대학사회
편집부 기자 hl@ihalla.com
입력 : 2016. 10.10. 00:00:00
지난 9월28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이른바 김영란법이 발효되었다. 이 법의 발효로 대학가에서도 여러 가지 논의가 끊이지 않고 있는데 법 시행 초기의 예상 가능한 혼선이라 요란스럽지는 않고 비교적 차분함 속에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이다. 그런데 한 학생이 교수에게 1000원가량의 캔커피를 전달하였다는 것이 김영란법 위반에 관한 최초 신고내용이라는 것에 비추어 보면 같은 법의 취지를 희화화하려는, 같은 법의 시행을 마뜩잖게 여기는 사람들도 많이 있는 듯하다. 어찌 되었든 같은 법의 시행이 우리 사회에서 당연하게 여겨졌거나 그럴 수 있다고 여겨졌던 많은 것들을 다시 생각하게 만들고 우리 스스로를 다시 돌아보게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대학가에서 크게 논란이 되는 부분이 있다. 바로 학기 중 취업학생에 관한 문제이다. 학기 중 취업이란 졸업 이전에, 일반적으로 4학년 2학기 재학 중에 취업을 한 경우를 의미한다. 학기 중 취업이 논란이 되는 이유는 취업하여 출근을 하면 법정 출석일수를 채우지 못하게 되고, 출석일수를 채우지 못한 학생에게 학점을 부여하는 것은 교칙을 어기는 것이 되어 담당교수는 학점을 부여할 수 없다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같은 법시행이전에는 교과목 담당교수가 취업을 용인할만한 결석사유로 여겨 재량으로 학점을 부여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취업한 학생의 노고를 치하하고 축하해주고 격려해 주었다. 그런데 법이 시행된 지금 이는 명백한 불법에 해당한다. 왜냐하면 이제까지 교수 재량으로 합당한 결석사유로 인정하였던 '취업에 의한 결석'은 학칙상 합당한 결석사유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 같은 법은 학생이 취업을 사유로 담당교수에게 졸업을 위한 학점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부정청탁의 범위에 해당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담당교수가 이를 용인할 수 없게 되었다.

논란은 여기에서 시작된다. 학생의 취업을 합당한 결석사유로 규정하면 되는 것 아닌가하고 간단히 생각할 수 있는데 사실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취업이 합당한 결석사유라 한다면 대학이 공식적으로 취업자에 대해 졸업자격을 인정하는 셈이 된다. 대학의 졸업자격은 학위과정을 충실히 마친 자에게 부여되어야 하는데, 취업자에 대해 졸업자격을 인정함은 결국 취업을 하면 학위과정을 마친 것으로 인정하는 것이 된다. 일관성이 없어지고 형평성에도 맞지 않다. 무엇보다 대학은 스스로의 존재이유 중 하나를 취업이라 공식적으로 선언하는 것이다. 진리를 탐구하고 사회에 필요한 인재를 배출하는 대학의 존재목적이 학생의 취업에 맞추어져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취업이 되지 않은 학생들은 사회에 필요한 인재가 아니라는 것인가? 이는 취업이 잘 안되는 학과는 대학에서 존재이유가 없는가하는 질문과 연결이 되고 그렇다면 취업이 잘 되지 않는 기초학문 영역의 학과들은 대학에서 사라져야 하는가의 질문에 이르게 된다.

학생의 취업은 축하해주고 축복해주어야 마땅한 일이다. 제자가 스스로 자신의 길을 개척해 나아가니 얼마나 대견스러운 일인가. 그리고 취업 학생에 대한 학점인정도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취업을 출석의 사유로 공식적으로 인정하여 학칙에 규정하는 것에 대해 착잡하고 씁쓸한 마음이 드는 것은 왜일까.

이웃나라 일본에서 또 노벨상 수상자가 나왔다. 그것도 기초과학분야에서 말이다. 양적 축적이 질적 변화를 일으킨다. 양의 축적 없이 질적 변화를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대학사회도,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이다. <오태형 부경대학교 국제통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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