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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세상]식민시기 제주 버섯재배의 실상
김선주의 '제주도여행일지'
이윤형 기자 yhlee@ihalla.com
입력 : 2016. 10.21. 00:00:00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이 식민지 경영의 일환으로 제주도에서 산림을 수탈하고 버섯재배에 나선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버섯을 좋아하는 일본인들은 한라산 중턱의 광대한 산림지역을 표고버섯 재배지로 눈독을 들였다. 하지만 일본인 자본가들이 제주도에서 버섯재배를 시작한 시기와 방식 등 구체적 실상은 아직까지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일본인 자본가들이 제주도에서 일본 수출을 목적으로 버섯재배를 계획한 것은 1905년부터다. 1900년 전후로 일본에서 인공재배법이 확립된 것과 동시에 일본과 기후가 비슷한 제주도에 인공 버섯재배를 시험한다. 이때 버섯재배 사업을 시작했던 주요 인물 가운데 한명이 후지타 간지로(藤田寬二郞)다. 후지타는 1905년 이후 처음으로 제주도에서 버섯재배를 시작한 인물이다. 주목되는 점은 그가 제주도에서 표고버섯을 재배하는 과정과 여행을 그림일기 형식으로 남겼다는 사실이다. 물론 그가 직접 그린 것이 아니고 동행한 화가에 의해서 그려졌다.

그가 남긴 책 '제주도여행일지'의 존재가 알려진 것은 2003년이다. 현재 하버드대학 옌칭도서관에 소장돼 있으며, 최근 하버드옌칭도서관학술총서 12집으로 번역 출간되기에 이르렀다. '제주도여행일지'(책임편집 김선주)는 한국과 미국 일본에서 활동하는 학자들이 3년 이상의 준비기간을 거쳐 최근에야 비로소 빛을 보게 됐다.

이 책은 20세기 초(1909년 추정) 후지타가 일본 도쿄를 떠나 한라산에서 버섯을 재배·수확한 후 초가을에 시모노세키로 귀국 해산하기까지 4개월에 걸친 제주도 여행을 그림과 글로 기록하고 있다. 제주도 거주 일본인들의 생활상과 버섯재배지를 발족하고 제주도민들을 동원하여 버섯재배를 한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의 사례는 일본제국주의가 국가 차원에서 주도한 대규모 식민지 경영이 아닌 초기 개인자본가들에 의한 식민지 경영의 대표적 사례로 볼 수 있다.

책은 부록을 포함 4책으로 구성됐다. 1책은 35장 69면, 2책 32장 63면, 3책 12장 23면으로 구성됐으며 부록은 17장 33면이다.

이 책의 특징은 다양하면서도 풍부한 그림이다. 그림 속 인물의 표정이나 행동 하나하나가 매우 섬세하다. 버섯재배 현황을 실제 그대로 보여주는 기록서의 역할도 하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앞으로 초기 일본인 자본가의 식민지 경영의 구체적인 사례와 제주거주 일본인의 생활상 등을 연구하는 자료로서 활용가치가 높다. 민속원. 4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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