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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건강보고서
[제주, 제주인의 건강보고서Ⅵ](34)위-식도 역류질환 대처법
아침은 먹고 2~3일 저녁 금식… 식습관 개선을
조상윤 기자 sycho@ihalla.com
입력 : 2016. 10.21. 00:00:00

위-식도 역류질환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선 가장 먼저 식습관을 바꾸는게 중요하다. 제주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김흥업 교수가 내시경 검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주대학교병원 제공

수면중 신물 올라오고 목·가슴에는 통증
속쓰리면 물 천천히 마시고 제산제 복용
식습관 개선 후 호전안되면 병원 찾아야

"새벽에 잠이 깼다. 옆에서 심하게 코를 골아대는 사람이 있기도 하지만 일어나서 정신 차리니 속이 쓰리고 가슴이 따갑다. 가슴이 이렇게 따가우니 별별 생각이 다 든다. 혹시 이러다가 잘못되는 것은 아닌지, 아직 내 나이 창창한데 무슨 큰 병이라도 올 것 같고 무언가 불안한 느낌이 몰려온다. 가슴이 아프다면 가장 걱정되는 것이 심장이다. 주위에서 심장마비로 돌아가신 분들도 봐왔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이내 잠이 든다. 그리고 아침에 깨어보니 아직도 속과 가슴이 불편하다." 40대 한 주부의 이야기다.

위-식도 역류질환은 보통 이런 식이다. 식도는 목에서 가슴을 거쳐 위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증상도 같은 부위를 따라 나타난다. 오목가슴의 통증, 흉통, 그리고 목 따가움 등으로 제각각 나타나지만 결국은 위장에서 산을 포함한 음식물이 식도와 목으로 올라와 자극해 발생하는 증상이다. 우선 가슴이 아프기 때문에 심장 걱정을 하게 된다. 때로는 등까지 아프다 보니 큰 심장병이라도 걸린 것처럼 생각이 들기도 한다. 실제 통증 정도에 대한 연구에서 위-식도 역류에 의한 흉통이 심장에 의한 통증보다 약하지 않다고 보고돼 있다. 오목가슴이 아프니까 역시 생각할 것이 많아진다. 불과 20년 전까지만 해도 위, 십이지장 궤양이 많았고 원인을 몰라 평생 약을 먹는 병이었다. 그리고 췌장염, 담낭질환, 심지어 맹장염이라고 흔히 말하는 충수염까지도 모두 오목가슴이 불편한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목에 생기는 증상도 실제 겪는 사람은 매우 불안하게 느낀다. 목이 따갑고 때로는 뭔가 걸려 있거나 조이는 듯한 느낌이라 상당히 성가시다. 위-식도 역류질환의 대처법에 대해 제주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김흥업 교수의 도움으로 알아본다.

위-식도 역류질환은 왜 생기는 것일까. 위와 식도 사이에 체크 밸브가 달려서 한번 위에 들어간 음식은 절대 식도로 올라오지 않는다면 이런 문제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불편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특히 전통적으로 체하면 체내림을 하고 구토에 의해 증상 경감을 시키는 것이 일반화 된 제주에서는 더 이상 말할 것도 없다. 절제된 식사를 하는 사람에서도 식사 후 트림을 위해서라도 위와 식도 사이는 어느 정도 열려 있어야 한다. 나이가 들면 침 분비가 감소하는데, 침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넘어가 조금씩 식도를 씻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여러 가지 원인으로 침 분비가 감소하게 되면 이러한 이로운 작용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돼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로 꼽을 수 있는 것은 위와 그 이하 부분의 문제이다. 위장에서 내려가는 장관이 좁아지거나 막혀 음식물이 제대로 내려가지 못한다면 위에 들어있는 음식물이 위장을 떠돌다가 식도로 역류할 가능성이 많아진다. 또 고령화 사회에서 고혈압 등을 치료하기 위해 여러 가지 약을 먹게 되는데, 이런 약들은 근육을 이완시키는 것이 목적이므로 심장이나 혈관뿐 아니라 장관의 운동성도 떨어뜨릴 수 있고, 이에 따라 음식물이 잘 내려가지 않고 남아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아무 약도 먹지 않고 건강한데 왜 이 증상이 생길까. 식습관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대인은 주간에 일을 하고 야간에 개인 시간을 갖는다. 아침은 바빠서 거르는 경우가 많고 점심 식사도 동료들과 간단히 먹는데, 오후가 되면 빨리 퇴근해서 마음 편하게 즐기면서 식사하고 싶은 생각이다. 보통은 집에서 저녁 식사를 하는데, 하루 중 가장 마음이 홀가분하기에 식사량도 가장 많다. 식사가 끝나면 TV를 켜고 누워서 편하게 시청하면서 약간 출출해지면 과일이나 고구마 등을 먹으면서 자유를 만끽한다. 이후 저녁 늦게 잠자리에 든다. 이 경우 장관에 아무런 이상이 없더라도 위의 내용물이 식도로 역류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더 이상할 것이다. 회식이라도 하고 기분 좋게 술 한잔 걸친 사람들은 부푼 배를 이끌고 집에 와서 숙취에 그냥 골아 떨어지게 된다. 역시 마찬가지 상황이 된다. 다음 날 새벽부터 같은 증상의 반복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증상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에게는 타 질환 가능성을 배제한 후 우선 내시경 검사를 시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이유는 한국의 위암이 세계적으로 가장 많고, 건강보험 규정이 내시경을 해야 강력한 약물 처방이 가능하며, 우선적으로 여타 국가보다 내시경 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위암의 빈도가 낮고 내시경 수가가 높은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약을 먼저 투여해 증상의 개선 정도를 보고 진단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가슴과 속이 쓰리면 어떻게 해야 하나. 우선 물을 천천히 한 잔 마셔보자. 산이 역류해서 식도를 적시고 있다면 후련히 씻어낸다는 생각으로. 보통은 마음의 불안감이 있기에 쉽사리 호전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제산제가 집에 있다면 먹어보자. 많은 경우 효과가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증상이 곧바로 호전될 것이라고 기대하면 안 된다. 이렇게 해서 효과를 본 경우 위-식도 역류질환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나 이 증상은 내 몸에 큰 문제가 생겨서 발생한 증상이 아니다. 다만 내 식습관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그것을 깨달았다면 다음의 대처법을 한 번 따라 해본다. 아침을 먹어 저녁의 심한 공복감을 줄인다. 그리고 2~3일 정도 저녁에 금식을 해본다. 아침과 점심으로 끼니를 해결해 보라는 말이다. 그러면 3일째쯤 증상의 호전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이후로는 저녁을 일찍 먹고 소식하는 습관을 유지한다.

이 증상은 생활 습관의 잘못으로 발생한 하나의 현상이며 습관의 개선 없이는 증상이 유지되므로 이를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한번 성공한 사람이라면 아마도 다음 번 증상의 재발에도 예전처럼 불안한 마음은 훨씬 줄어들 것이다. 그래도 호전이 되지 않는다면 병원을 찾아야 한다. 처음부터 숨이 차거나 두근거리고 평소와 다른 심한 증상이었다면 심장병의 가능성도 있기에 별도로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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