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경실 제주시장이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취임 이후 '쓰레기와의 전쟁'을 선포하더니 주민설명회와 함께 요즘 유행하는 '토크 콘서트' 형식의 강의성 토론회도 진행했다. 심지어 환경 콘서트를 개최한다며 7억원을 배정하고, 각종 행사에서는 쓰레기 문제 해결에 주민들의 동참을 당부하는 것으로 인사말을 대신하고 있다. 고 시장이 제시한 생활쓰레기 요일별 배출과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등의 대책은 충분히 공감할 만한 내용들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관광객과 이주민 증가로 말미암아 가중된 문제의 책임을 지역주민들에게만 전가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의견에 고 시장은 "관광객이 더 많은 서울보다 제주도의 1인당 쓰레기 배출량이 많다"는 논리로 맞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고 시장의 주장은 큰 허점을 지닌다. 제주도의 1일 생활폐기물 발생량은 2010년 전까지만 해도 전년 대비 1~3%의 증가율을 보이다 2011년부터 두 자릿수의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1인당 생활폐기물 증가율도 마찬가지다. 이는 이주민이 밀려들면서 인구가 크게 늘고, 관광객이 급증하기 시작한 시점과 일치한다. 인구·관광객 증가와 쓰레기난이 깊이 연관돼 있음을 알 수 있다. 고 시장은 서울 또는 전국 평균과 비교해 쓰레기를 많이 배출하는 제주도민의 의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자주한다. 그렇다면 인구와 관광객이 급증하기 전 제주의 1인당 생활폐기물 배출량이 서울이나 전국 평균과 비슷한 수준이었다는 건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지금의 쓰레기난은 양적 성장을 추구하는 제주도 정책이 자초한 결과다. 고위공직자로서 깊이 관여한 그동안의 개발·관광 정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 주민들에게 책임을 묻기 전에 과오를 반성하고, 개발·관광 정책에 반대의 목소리를 높여라. 그게 '쓰레기 시장'을 자처하는 자신의 주장에 힘을 싣는 방법이다. <표성준 교육문화체육부 차장>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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