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후배의 SNS 프로필 사진을 보면서 울컥했다. 그 사진에는 유모차에서 잠든 딸의 모습이 있다. 차가운 광장에서 잠들었을 아이의 무릎담요 위로 '박근혜 퇴진'이라고 쓰인 팻말이 놓여 있었다. "이 아이가 자라 살아내야 할 세상을 위해 우리가 다시 일어서야죠." 그 후배는 서울광장에서 촛불을 들고 있었고, 선배인 나는 하루 전 대한민국 최남단 서귀포시 일호광장 한켠에서 촛불을 들었다. '혼이 비정상' 인 정치인은 '촛불은 바람 불면 꺼진다'고 했지만 이렇게 촛불은 횃불이 되어 전국의 광장을 메우고 있다. 이렇게 촛불이 가슴시리도록 아름다운 건, 그 촛불을 든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들을 보면서 다시 느낀다 '사람만이 희망'이라고. 불현듯 큰 인기를 얻는 방송프로그램 '런닝맨'이 떠오른다. 게임에서 그들에게 부여되는 '시간을 거스르는 능력'을 부여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지금 '시간을 거스르고 싶다'는 이들이 얼마나 많을까. 2012년 대통령선거 전으로 되돌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거스를 수 없는 시간을 되짚어 보자. "오직 민생을 챙기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이 말은 지금 '민생'을 저버리고 '민의'를 외면한 박근혜 대통령이 2012년 12월11일 서귀포 일호광장 유세에서 했던 말이다. 기자는 당시 유세현장 취재를 맡았다. 참 추웠던 날이었다. 밀려드는 추종세력들의 말을 들으면서 추위는 더 가슴을 파고들었던 때였다. 그때 당시 박근혜 후보가 했던 말, 아니 누가 썼는지 모르지만 그가 읽어 내려갔던 말은 이랬다. "마지막 기회를 주신다면 정권교체의 수준을 뛰어넘는 '시대교체'로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습니다." 이 말은 분명 기사에도 담겨졌다. 갑자기 소름이 돋는다. '시대를 바꾸겠다'고 했었다. 그는 국민이 주인인 '민주주의시대'를 '봉건주의시대' 혹은 '여왕시대'로 바꾸겠다고 했던 걸까. 당시 광장에는 빨간색 야구점퍼를 입은 지지자들의 열기가 넘쳐났다. 그의 손을 잡으려고 줄을 섰던 '추종자'들은 지금 어떤 말을 하고 있을까. 기자는 당시 그를 도왔던 '누리스타'소속 연예인들과 정치인들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찬조연설을 하면서 국민의 세금으로 유지되는 '자리'를 차지한 그들 말이다. '박근혜만이 나라를 구하고, 거짓말을 하지 않고, 공약은 100% 지킬 것'이라고 소리쳤던 그들 말이다. 대선공약이었던 쌀값을 지켜달라면서 소리를 높였던 백남기 농민을 죽음으로 내몰게 했던 그들 말이다. 그 자리에 있었던 한 정치인은 '외국에 있다가 박근혜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 돌아왔다'고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의 프레임 전쟁 속에서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는 정치인들의 모습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 최근 잠시 멘탈이 흔들렸던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지키겠다는 강한 집념을 보이며 '변신'에 나섰다고 한다. 오히려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를 '보필'하는 모습을 보였던 검찰조사에서도 '공동정범'으로 제시됐다. 결국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의 근거는 갖춰졌다. 헌정 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이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됐다. 헌법은 국회가 대통령이 법률에 위배될 경우 탄핵 소추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시간을 거스를 수 없다는 사실이 명징하듯,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도 명징하다. 더이상 우리는 국민을 포기한 대통령이 필요없다는 것이다. 기자의 SNS 배경사진이 촛불로 바뀌었다. '누가 먼저 꺼지나 봅시다' 문구가 담긴. <이현숙 제2사회부장·서귀포지사장>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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