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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포커스]렌터카 3만 시대… 끝없는 출혈 경쟁(상)
공급 과잉으로 '제 살 깎아먹기'식 싸움
2014년 2만여대 올해 3만여대 40% 급증
김지은 기자 jieun@ihalla.com
입력 : 2016. 12.19. 00:00:00

제주지역 렌터카가 3만대를 넘어서면서 '제 살 깎아먹기' 식의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사진은 제주국제공항 서측 주차장에 세워져 있는 렌터카들. 강희만기자

업체 경영난·서비스 질 하락 등 부작용 심화

제주지역 렌터카가 올해 3만대를 넘어섰다. 공급 과잉이 불러온 '제 살 깎아먹기' 식의 가격 경쟁에 업계에선 도산 위기감이 짙어지고, 제주관광에도 그림자를 드리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렌터카 예약률 '뚝'= 도내 렌터카 업체는 올해 100여곳을 넘어섰다. 18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업체 수는 2013년 63곳에서 2014년 76곳, 2015년 93곳, 2016년 107곳(이달 14일 기준)으로 매년 증가세를 띠고 있다.

렌터카 차량도 크게 늘었다. 여름 휴가철인 지난 8~9월말엔 그 수가 3만292대까지 치솟았다. 이달 들어선 2만9047대로 다시 감소했지만 2014년 2만720대, 2015년 2만6338대와 비교하면 3년 새 40% 이상 급증했다.

렌터카가 크게 불어나면서 업계 내 가격 경쟁은 심화되고 있다. 요즘 같이 예약률이 절반에 못 미치는 비수기엔 상황이 더 심하다.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이달 19~25일 도내 렌터카 업체 10곳의 평균 예약률은 44~55%에 그친다.

▶과도한 경쟁에 업체 경영난 심화= 공급 과잉으로 차량의 절반을 놀려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도내 업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과도한 할인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일정한 보험료만 받고 차량을 빌려주는 식이다. 특히 온라인상에서 업체별 렌터카 가격을 비교해 구매하는 소비 형태가 일반화되면서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고 관련 업계는 입을 모은다.

제주지역 한 렌터카 업체 대표는 "온라인 여행사를 통해 거래하는 경우 차량 대여료는 0원이고 차종별로 1일 1만원에서 2만원의 보험료만 받는다"며 "심지어 자차 보험료까지 할인해 주고 있어 사고가 발생했을 때 업체가 떠안아야 하는 부담이 크다"고 한숨을 쉬었다.

영업이익을 남기지 못할 수준의 경쟁이 지속되면서 업계 내부에선 도산 위기감도 짙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현재 도내 14개 업체가 렌터카 차량할부금을 제때 납부하지 못할 정도로 경영난을 겪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고객 서비스 질 하락 우려도= 렌터카 업체는 차량 대여료를 크게 낮추는 대신에 자차 또는 완전 자차 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있다. 일종의 '손해 보전용'인 셈이다. 그러나 소비자 입장에선 차량 대여료보다 많은 보험료를 부담해야 하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구조다.

게다가 렌터카 업체의 '자차 보험'은 보험사를 통해 가입되는 게 아니라 업체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차량손해 면책제도'여서 사고 처리와 보상 기준이 업체별로 제각각이다. 보험사를 통해 렌터카 손해담보 특약보험을 가입할 때보다 보상 폭도 낮아 소비자 불만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지난 4월 제주에 여행을 왔다가 렌터카를 이용한 최모씨는 "차량 대여비 2만원, 자차보험료 6000원에 렌터카를 빌리면서 작은 스크래치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그런데 다른 차량으로 인해 문 옆이 살짝 긁히는 사고를 입었는데, 차량 대여료보다 많은 5만원의 면책금을 내야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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