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농촌 고령화·부채 가파른 증가로 경쟁력↓ 1981년 이후 다시 부는 후계농업경영인 바람 귀농 꿈꾸지만 농사만으로 살기힘든 육성 정책 고령화 가파른데 부채도 늘어 제주지역 농촌이 위기다. 농가와 농가인구는 계속 줄어들고 고령화는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 농가소득은 10년 전과 비교해 비슷한 수준에 그치고 있으나 생산시설 단가 상승과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부채는 불어나는 상황이다. 지난해 11월 23일 호남지방통계청이 발표한 '제주지역의 지난 20년간 농업생산 변화상'을 살펴보면 2015년 도내 농가 수는 3만3487가구로 20년 전인 1995년보다 6294가구(15.8%)나 줄었다. 2015년 도내 농가인구는 9만3404명으로 20년 전보다 5만2175명(35.8%)이 감소했다. 농가의 감소 폭보다 농가인구가 배 이상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농촌을 떠나는 인구가 늘면서 농촌의 고령화는 가속화되고 있다. 2015년 도내 65세 이상 농가인구는 2만3950명으로 20년 전보다 9877명(70.2%)이 증가했다. 이 기간 고령화율은 9.7%에서 25.6%로 15.9%p 증가해 농가인구 4명 중 1명은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가가치가 낮고 영세한 농업에 도전하려는 젊은이들은 극소수에 불과해 도내 농촌이 사실상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맡겨지고 있다. 이와 함께 농가소득은 제자리걸음인데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2015년 도내 가구당 농가소득은 4381만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전국평균 3721만원보다 659만원이나 높았다. 하지만 도내 농가들은 사업이나 임대료 등 농업 이외에서 2435만원을 벌어들여 겸업농가가 대다수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가소득은 소폭 증가했지만 부채는 크게 늘고 있는 상황이다. 2015년 제주지역 농가부채는 6185만원으로 농가소득보다 1804만원이나 많다. 전국 평균 농가부채 2721만원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높다. 이는 도내 과일과 채소 하우스 시설설비에 3.3㎡당 각각 11만원, 12만원이 드는 것에 비해 육지 포도 하우스의 경우 3.3㎡당 5만원에 그쳐 농가의 생산시설 투자단가가 육지보다 2.5배 정도 높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농약과 사료 등 재료비와 노무비, 경비 등이 약 6.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축산업의 경우 경영에 따른 투자성 부채가 늘고 부동산 가격이 높아지면서 투자에 의한 금융부채도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FTA 등 무역시장이 개방되면서 가격하락, 농업재해 및 수급 불안정 등으로 농가 경영은 계속해서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1차산업의 미래 '후계농업경영인' 도내 농촌의 고령화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농촌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이는 지역경제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특히 1차산업인 농업은 제조업과 식품, 서비스, 관광 등으로 연결되는 6차산업의 출발이다. 하지만 농가에 대한 관심과 정책적 지원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후계농업경영인에 대한 관심이 다시 뜨겁다. 후계농업경영인 육성사업은 영농정착을 희망하는 농업인력 발굴·육성을 통해 농업창업과 경영 개선자금을 지원하는 정책사업이다. 이는 만 18세 이상부터 만 50세 미만까지 영농종사능력이 없거나 종사한 지 10년이 지나지 않은 이들 가운데 농업계 학교(농고, 농대)를 졸업했거나 농업 관련 교육을 이수하거나 농업경영정보 등록(예정)인들을 대상으로 자금을 지원한다. 친환경으로 해바라기를 재배하는 귀농 3년차 김승웅·김경숙씨 부부. 1981년부터 제주지역에서 26명으로 시작된 후계농업경영인 육성사업은 5년 뒤인 1986년 101명까지 느는 등 1980년대 초반 영농을 희망하는 이들이 많았다. 이후 1990년대 80여명 이상이 찾던 후계농업경영인은 2000년대 접어들며 크게 줄어들었다. 2007년 9명에 그치는 등 쇠퇴기를 맞던 후계농업경영인 육성사업은 귀농귀촌 바람이 불면서 2013년 78명, 2014년 92명, 2015년 94명 등으로 다시 뛰고 있다. 영농을 꿈꾸는 이들이 늘어나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이들이 가장 현실적인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도내 땅값이 천정부지로 뛰면서 토지구매를 위해서는 융자를 받은 2억원으로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비싼 땅값으로 인해 후계농업경영인 대출금도 못 갚고 빚만 떠안게 될 처지에 놓인 것이다. 후계농업경영인 교육에서는 대출금 2억원을 갚기 위해 감귤과수원 최소 1만3200㎡ 이상을 사야 한다고 조언한다. 기본 생활비를 벌면서 대출금을 제때 갚기 위해서는 3.3㎡당 5만원 정도 해당하는 땅을 구매해야 하는 셈이다. 현재 20~30만원 선인 도내 평균 땅값을 살펴보면 후계농업경영인에 선정된 이들이 농업을 시작하기도 힘든 상황에 놓인 것이다. (사)한국농업경영인 제주도연합회 관계자는 "후계농업경영인은 4년 차부터 원금을 포함해 3000만원 이상을 갚아야 한다"며 "하지만 이를 갚지 못해 땅을 팔아야하는 경우가 발생해도 5년 이내에 땅을 팔면 계약위반에 해당돼 원금도 못 갚는 처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후계농업경영인 대출금은 특히 3년 이내에 사용하지 않으면 자격이 박탈되는 어려움도 있다. 후계농업경영인 사업이 실질적인 육성정책으로서의 기능이 떨어지자 도내 영농을 희망하는 젊은이 대다수가 게스트하우스나 카페 등을 함께 운영하며 생활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농촌체험이나 가공식품을 판매해 별도의 수익을 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후계농업경영인 육성정책이 타 정책사업에 비해 지원조건이 불리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후계농업경영인 지원은 자금 한도가 2억원에 그치는 반면 귀농귀촌 지원정책은 농업창업과 주택 구입, 신축 자금 등을 포함해 3억5000만원까지 지원되는 등 차이를 보인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후계농업경영인 사이에서는 지원금액 한도 증액과 지원 금리 인하, 상환기간 연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또 창업기반 조성과 농가주택 구입, 신·개축용 자금 등으로 지원대상도 확대를 강조하고 있다. 특히 일본과 프랑스 등에서 실시하고 있는 청년농업인 직불금제도를 도입해 5년 차까지 보조금을 지원해 육성에 신규 후계농업경영인을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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