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사)대한노인회 제주도연합회 회장이 지난달 26일 도연합회 사무실에서 본보와의 인터뷰를 갖고 도내 노인사회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강희만기자 2015년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제주도내 총 인구는 64만1355명. 이 중 65세 이상 인구(고령인구)는 8만5893명이다. 이들이 차지하는 비율은 13.3%로 이미 제주도는 고령화사회가 진행중임은 물론, 고령인구 비율이 14%가 넘는 고령사회 진입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이에 반평생을 노인들과 동거동락하며 노인들에 대한 애착을 놓지 않았던 강경화(80) 사단법인 대한노인회 제주특별자치도연합회 회장을 만나 도내 노인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노인들의 삶 들여다 본지 50여년 강 회장은 60년대에 군 복무를 마치고 자그마한 사업체를 운영했다. 이 시기부터 국제로터리클럽 창립회원으로 가입해 어려운 이웃을 위해 봉사해 왔으며, 현재까지도 소년소녀 가장에게 정기적으로 후원하는 등 나눔을 이어오고 있다. 그가 노인사회에 관심을 가진 것도 이즈음이었다. 매해 설·추석마다 생활이 어려운 노인들에게 도움을 주기 시작하면서 그들과의 대화를 통해 노인들의 삶을 들여다 보게 된 것이다. 그렇게 지내온 지도 벌써 50여년이란 세월이 흘렸다. 지난 2014년 4월 도내 대표 노인단체인 (사)대한노인회 제주특별자치도연합회 회장에 취임한 그는 여전히 노인들을 위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임기가 끝나는 2018년 3월까지 도내 노인들의 권익 신장과 복지 증진을 위해 해야할 일이 '산더미'다. 지난해 9월 전국 모범노인으로 선정돼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상한 강경화 회장. 사진=대한노인회 제주도연합회 제공 도내 고령인구 중 1인 가구로 등록된 수는 1만7835명이다. 방문 확인 결과 실제 혼자 사는 노인으로 확인된 수는 1만694명. 특히 독거노인들에겐 실질적인 사회안전망 구축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이와 함께 노인들이 겪는 생활고나 이들이 의료 사각지대에 처해있는 현실 등의 사회문제도 어제오늘일이 아니다. 강 회장의 결론은 이같은 문제를 해결해 지금껏 부양받았던 노인들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자는 얘기일 것이다. 이를 위해선 이들 세대를 대상으로 한 복지제도 개선, 일자리 창출, 교육기회 확대 등이 선행돼야 하며 이는 현재 도내 노인사회에서 나타나는 문제점들과 맞닿아 있다. "노인 스스로 자립구조 조성 절실" 강 회장이 대한노인회 제주시지회장 직을 수행하던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했다. 당시 그는 김태환 전 도지사를 끈질기게 설득한 끝에 전국에서는 처음으로 경로당 회원들에게 간식비(1인 1100원, 주 5일)를 지원하게 했다. 이 때 지원된 간식비는 노인들이 경로당에서 여가생활을 할 수 있게 하는 기반이 됐다. 4년 뒤 우근민 전 도지사 시절에는 경로당 간식비가 1300원으로 올랐으며, 내년부터는 2000원으로 인상될 계획이다. 경로당 간식비 지원은 노인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신호탄이 됐다. 이를 위해선 노인들이 직면한 경제적 어려움을 해소하는 것이 시급했기 때문이다. 강 회장은 "현재 제주도 65세 이상 인구는 8만6000여명에 이르고 있으며 80세 이상 고령 인구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면서 "지금의 80세 노인은 10여년전 70세 노인과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인들은 조금만 건강이 받쳐주면 경제활동에 참여하려고 하는 실정인데 반해 도내 노인들의 일자리는 그 수에서나 질적인 면에서 매우 열악한 상황에 처해있다"고 지적했다. 도연합회에서는 매년 450명 이상의 노인들을 도내 사업장에 취업시키고 있음에도 불구, 노인 일자리는 한정돼 있고 경제활동을 원하는 노인은 해마다 늘고 있어 시름이 깊다. 강 회장은 "실제로 75세 이하 노인을 대상으로 각 초등학교에서 성범죄 추방 운동을 해 한달 20만원 남짓을 받는 단기 일자리에도 노인들이 줄 서 있는 상황이다"라고 하소연했다. 그나마 감귤 수확철이 되면 상황이 나아진다. 농촌지역의 젊은 세대들이 떠나가면서 일손이 부족해져 그 자리를 노인들이 메꾸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연합회에서 도내 노인과 도외 노인 250여명으로 구성된 영농작업반을 운영해 일자리가 늘어난다. 하지만 작업 특성 상 노동 강도가 쎄 노인들이 하기에는 힘들 수 밖에 없다. 도연합회 회원들의 활동사진. 사진=대한노인회 제주도연합회 제공 시대 변화에 맞춰 노인들도 안정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해선 직업이 필요하지만 현재 도내에 노인들을 위한 정기적인 일자리는 찾아보기가 힘들다. 강 회장은 "경비원이나 미화원 등에 대한 취업도 늘어나고 있지만 입주민들은 65세 미만을 원한다"면서 "노인들은 갈 수록 늘어가는 데 이들이 설 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 "제주지역은 타 도시에 비해 사업장이 소규모이고 그 수도 매우 부족하다"면서 "이로 인해 노인들이 사업장에 정규직으로 입사해 직장을 가질 수 있는 여건이 열악하다"고 진단했다. 행정이나 정책을 통한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고 안정적으로 노인들의 경제활동을 보장해 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강 회장은 "오늘날에는 의료기술이 발달하고 평균 수명이 길어짐에 따라 100세 시대를 살고 있다"면서 "100세 시대의 건강한 삶을 살아가려면 자존감을 가지고 자기 일을 지속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 부분에 대한 정책 개발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 강 회장은 "현재 제주도나 민간에서 많은 개발 사업을 하고 있는데 개발 완료 시점에 노인 근로자 채용 비율을 조례 등으로 법제화 하고 추진한다면 양질의 일자리를 노인에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시했다. 강 회장은 사회 구성원들의 관심을 당부하기도 했다. 그는 "앞으로 더 많은 노인 세대들이 경제활동에 참여하게 되면서 노인 고용률도 청년 고용률을 앞서가게 될 것"이라며 "사회 각계 각층에서 관심을 갖고 적극적인 지원과 협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재교육 싸이클·교육기회 늘려야" 노인들에 대한 교육 여건 조성의 중요성도 부각되고 있다. 도내 노인들 대부분은 어릴때부터 생업에 뛰어드는 등 정상적인 학업을 이루지 못한 세대들이기 때문에 배움의 길을 갈망하는 수요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강 회장도 "노인들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다하고 사회 유지의 주도적 역할을 하기 위해선 교육이 중요"하다면서 "이를 통해 노인들의 역량 강화와 의식 개혁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강 회장은 지난 2014년부터 현재까지 200여개소의 도내 경로당을 대상으로 방문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제주도 자료에 따르면 도내 노인대학(2년제)은 9개소(제주시 3, 서귀포시 6), 노인대학원(3년제)은 3개소(제주시 2, 서귀포시 1)가 있으며 올해 1655명이 교육받았다. 12개소 모두 제주도로부터 예산을 지원받아 지역에 따라 대한노인회 도연합회와 양 시지회가 운영하고 있다. 강 회장은 노인대학원 운영 확대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노인들이 노인대학원을 졸업한 후 다시 학습할 기회가 제공돼 지속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강 회장은 "연합회가 운영하는 제주노인대학원 졸업자 중에는 다시 재입학 할 수 없는 지 문의하는 학생들이 많다"면서 "대학과 대학원 과정을 1년씩이라도 늘리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노인대학의 경우 모두 2년제로 각 학년마다 일주일에 1회 2~3시간, 노인대학원 3개소의 경우 3년제로 각 학년마다 일주일에 1회 2~4시간까지만 강의가 이뤄지고 있다. 한 학기 당 강의 시간이 120시간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입학을 원하는 학생들도 매년 30~40명 정도 초과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 노인대학의 경우 학년별 정원이 40~80명, 대학원의 경우 50~100명이다. 강 회장은 "강의실 크기나 교육의 질 등 현실적인 여건때문에 모두 다 입학시킬 수는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 때문에 노인 교육 체계를 손질해 노인들이 교육받을 수 있는 기회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이 기사는 한라일보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ihalla.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webmaster@ihall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