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에선 예상을 뒤엎고 힐러리가 아닌 트럼프가 당선됐다. 하지만 많은 학자는 '트럼프 현상'과 같이 정치적 아마추어가 지적 엘리트를 누르고 정치적 변화를 일으키는 현상이 반복되는 미국의 역사적 특징 중 하나라고 말하고 있다. 잭슨과 조지 부시 등의 대통령들이 바로 그런 사례로, 이런 미국의 정치적 특성 원인을 '반지성주의'에서 찾고 있다. 모리모토 안리의 저서 ‘반지성주의: 미국이 낳은 열병의 정체’는 자유 지상주의가 팽배한 미국에서 민주주의에 맞서는 것 같으면서도 한편으론 평등주의로 회귀하려는 듯한 반지성주의의 정체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반지성주의의 출발점인 청교도와 신앙부흥운동부터 이를 키운 평등적 이념, 미국이 가진 성향과의 융합 등을 역사적으로 고찰해가며 반지성주의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한다. 특히 저자는 반지성주의가 흔히 생각하는 지성 자체에 대한 반감이 아니라, 지성이 세습적인 특권 계급의 독점적 소유물이 되는 것에 대한 반감이라고 주장한다. 기존의 체제를 뒤엎고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고인 물을 순환시켜주는 것과 같은 긍정적 기능을 통해 사회의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반지성주의가 포퓰리즘이나 권력에 이용될 수 있다는 부정적 측면도 간과하지 않고 있다. 또한 미국에 국한된 반지성주의와 그 사례들이 세계적 현상으로 확장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도 저자는 신중한 입장에서 다가가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여러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반지성주의가 '아메리칸 드림의 회귀'와 같이 미국을 더욱 강하게 만드는 장치 중 하나라는 것에 주목한다. 저자는 사회적 변화는 단순한 분노 표출이 아니라 새로운 시점에서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발전할 수 있다면서 이를 위해선 유착 권력에 대응할 수 있는 지성과 확고한 자기 확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현재 우리나라 역시 큰 변화를 앞두고 있다. 저자가 말하는 반지성주의가 새로운 세상을 개척해 나갈 수 있을지 책을 통해 파악해 보는 것은 어떨까. 세종서적. 1만5000원.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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