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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수의 스피시즈 한라산엔시스 탐사(4)]제1부 아득한 기억, 알타이-④ 다산 상징 시베리아잎갈나무
몽골 면적 약 10% 정도 숲 구성… 시베리아잎갈나무 70% 차지
편집부 기자 hl@ihalla.com
입력 : 2017. 01.23. 00:00:00
보그드한산 활엽수인 자작나무 숲 분포
한라산 고지대 혈연종 사스래나무 자라


김찬수 박사

우리는 2016년 7월 1일 오후 5시 30분에 칭기스칸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오후 2시 20분 인천공항을 이륙했으니 3시간 10분 정도 걸렸다. 원래 도착하자마자 자동차로 목적지를 향해 출발해 초원에서 하룻밤 야영할 계획이었다. 그러면 시간과 돈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송관필 박사가 6시간 정도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시내 호텔에 짐을 풀었다.

덕택에 우리는 여유롭게 차량을 점검하고 여행경로에 대해서 다시 한 번 논의 할 수 있었다. 물과 식료품도 준비했다. 몽골여행에서 반드시 고려해야하는 것이 차량상태다. 아무리 새 차량을 구했다고 해도 정비 불량인 차량은 탐사 내내 괴롭히기 일쑤다. 타이어펑크는 다반사로 일어난다. 필요한 물자도 울란바토르를 떠나기 전에 꼼꼼하게 체크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여행 중에 불필요하게 먼 길을 돌아야하는 경우가 생긴다.

다음날 아침 탐사대 7명은 자동차 한 대에 타고 알타이를 향해 출발했다. 예정대로라면 7월 3일 오후까지는 도착할 것이다.

칭기스칸국제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다 보면 오른쪽에 산이 있다. 이 산은 보그드한산 (Bogd Khan Uul, 몽골사람들은 ‘벅드한’으로 발음)이다. 우리는 이미 이 산을 수차에 걸쳐 탐사했었다. 울란바토르 시내 어느 곳에서나 보이고 이착륙할 때면 더 잘 보인다.

보그드한산 정상에서 멀리 울란바토르가 보인다. 이 산은 마치 광활한 초원 바다에 떠 있는 울창한 섬과 같다.

이 산을 바라보면서 느끼는 점은 왜 주위가 온통 초원인데 이 산만은 울창한 숲으로 되어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 의문은 아주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그것은 답이 어떤가에 따라 몽골초원은 숲이 있어야할 곳을 인위적으로 초원으로 만들었다는 뜻도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저 넓은 초원은 나무가 자랄 수 없는 어떤 이유가 있는 것이거나, 이 보그드한산이 어떤 그만이 가지고 있는 특수한 원인으로 울창한 숲이 형성될 수 있었다는 뜻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이 의문은 오늘 알타이를 가는 이유 중의 하나다. 물론 지금까지 몽골탐사 내내 생각했던 궁금증 중의 하나다. 어쨌거나 보그드한산은 그 외로도 우리의 식물탐사의 주요 대상지 중의 하나다. 그리고 그 이름이 가지는 의미에서 몽골의 산림 또는 자연보호정책, 몽골사람들의 자연을 바라보는 마음, 그리고 종교와 민속에 대해서까지 많은 분야에서 중요성을 가지고 있는 산이다. 그러므로 이 산에 대해서는 앞으로 자세히 다룰 예정이다.

시베리아잎갈나무 솔방울.

몽골은 초원으로만 되어 있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국토의 약 10%는 숲이다. 그 면적이 무려 10만6828㎢에 달한다. 남한 면적보다도 넓다. 그 중 72.3%는 시베리아잎갈나무(Larix sibirica)가 차지하고 있다. 이 종은 몽골 유목민들에게 아주 친숙한 나무이다. 몽골에서 사용하는 땔감이나 건축재 대부분은 이 나무다. 다음은 시베리아가문비나무(Picea obovata) 9.2%, 자작나무(Betula platyphylla), 8.7%, 시베리아잣나무(Pinus sibirica) 4.7% 순이다.

몽골 설 명절 음식.

보그드한산은 울창한 숲으로 덮여 있다. 활엽수로서 숲을 이루고 있는 나무는 자작나무가 유일하다. 이 종은 시베리아, 백두산을 비롯한 동북아에도 널리 분포한다. 북방의 아름다운 숲을 대표하는 종의 하나다. 한라산에는 이 종은 없지만 혈연적으로 매우 가까운 사스래나무(Betula ermanii)가 구상나무와 더불어 고지대에 자라고 있다.

침엽수로는 시베리아잎갈나무(Larix sibirica)가 넓은 면적에 숲을 이루고 있다. 이 종은 몽골의 산림을 형성하는 나무 중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구주소나무(Pinus sylvestris)가 넓은 숲을 형성하고 있다. 이 종은 백두산 북사면 이도백하의 미인송을 시작으로 유럽에까지 분포하는 종이다.

또 한 가지 나무로서 시베리아잣나무(Pinus sibirica)가 꽤 넓은 면적에 숲을 형성하고 있다, 몽골사람들이 겨울에 주전부리로 널리 애용하는 잣은 이 나무의 씨앗이다. 주로 가평에서 생산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잣은 말 그대로 잣나무(Pinus koraiensis)의 씨앗이다. 그러나 두 종의 씨앗 모양이 비슷해서 구분이 쉽지 않다. 어쩌면 우리나라에도 이 몽골산 시베리아잣이 수입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글, 사진=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김찬수, 김진, 송관필>





몽골의 설 ‘차강사르’


설을 몽골에서는 차강사르라고 한다. 1989년 음력 새해 첫날을 전국적인 명절로 공식 선포해 법정 공휴일로서 정초 3일간을 쉰다.

살란게렐과 쳇세그마 부부의 가족들이 설을 맞이해 자녀들과 손자 외손자 등 모두 17명이 모여 있다. 본 탐사대원 중 엥헤(가장 오른쪽) 가족이다.

오보(ovoo라고 표기하며 우리나라에서는 어버로 쓰는 경우도 있다. 실제 몽골사람들의 발음은 어워로 들린다)에 갈 경우에는 해 뜰 무렵 새벽 세배 전에 간다.

차례는 델(몽골의 전통의상으로 허리에 긴 천으로 된 부스를 맴)을 차려입고 가장부터 차례로 라마 신에게 새해인사를 올리며 마음속으로 가족의 행복을 기원한다. 그 다음 웃어른 순으로 세배를 한다. 차강사르는 가족과 친척끼리 새해인사를 하며 복을 비는 가족명절이다. 차례상을 집안에 모신 부처님 앞에 차려놓고 아르츠(향풀을 말려서 빻은 것)를 향로에 피워 가족, 친척들 몸에 세 번씩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두른다.

오보제라는 게 있다. 몽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오보에 제사를 지내는 것이다. 옛날에는 라마승이나 무당들이 집행해 성대하게 치렀으나 최근에는 주로 개인적인 의례로 축소되어 가고 있다고 한다.

몽골 윷놀이·공기놀이 등
한국과 놀이 방식 유사해


오보는 수호신적 기능과 함께 이정표의 기능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설날아침에 해가 뜨자마자 오보에 가는데 남자만 간다. 오보의 대상 신은 산신(초원의 백발노인) 또는 지역 수호신으로서 오보제는 일종의 산신제 성격을 지닌다. 특별한 음식은 차리지 않고 마유주 등을 가지고 가 바친다.

몽골에도 우리나라처럼 여러 가지 놀이가 있다. 김이숙의 몽골의 세시풍속연구(1996)에 따르면 소꿉놀이, 윷놀이, 쎄쎄쎄, 공기놀이, 자치기 같은 것들이 있는데 그 방식이 우리와 아주 비슷하다고 한다.

설음식은 아주 다양한 음식들이 있지만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여러 음식을 쌓아올린 것을 볼 수 있다. 아래에 양의 몸통 고깃덩어리와 그 아래에 앞발, 어깨뼈, 큰 갈비 등을 놓았다. 그 위에 여러 가지 유제품과 빵을 올린다.

여기에서 특이한 형태의 빵을 가장 위에 올린 것을 볼 수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시베리아잎갈나무의 솔방울이 분명했다. 주인에게 확인할 수 있었다. 시베리아잎갈나무의 솔방울에는 수많은 씨앗이 들어 있는데 후손의 번성을 기원하는 뜻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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