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면적의 1/3에 불과한 도시국가 싱가포르에는 초고층 빌딩 마천루와 아름다운 정원, 그리고 도시 전체를 에워싸는 녹지공간이 공존한다. 싱가포르 정부는 정원속의 도시를 만들기 위해 짧게는 250m, 멀어도 400m 안에 접근 가능한 공원을 조성하는 거대 프로젝트를 수십년째 진행중이다. '정원 속의 도시(City in a garden)'를 구현하자는 것이다. 강시영기자 인구 1인당 8㎡ 녹지 면적 확보 공원·주거·상업·문화시설 연계 360㎞ 연결 '파크커넥터' 전개 19세기초 영국이 무역 거점으로 개발한 도시 싱가포르. 중개무역과 물류·항만, 금융, 국제회의, 바이오, 의료, 복합휴양리조트…. 도시국가 싱가포르를 상징하는 산업은 무수히 많다. 홍콩과 더불어 제주국제자유도시의 모델이 된 곳이기도 하다. 한라일보가 지난주 이곳을 찾은 이유는 여기에 있지 않다. 제주가 싱가포르에 그다지 주목하지 않았던 그린과 힐링 도시로서의 진면목을 보기 위해서다. 바로 도시국가 싱가포르가 꿈꾸는 '정원도시(Garden City)'다. 싱가포르의 그린시티 계획을 압축한 말이다. 갈길 먼 제주 도시·녹지정책은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 제주도 면적의 1/3에 불과한 이 섬에는 초고층 빌딩 마천루와 아름다운 정원, 그리고 도시 전체를 에워싸는 녹지공간이 공존한다. 도심 복판 빌딩숲과 주거지, 수변, 관광지 어디를 가든 숲과 나무로 가득하다. 싱가포르 정부는 정원속의 도시를 만들기 위해 짧게는 250m, 멀어도 400m 안에 접근 가능한 공원을 조성하는 거대 프로젝트를 수십년째 진행중이다. '정원 속의 도시(City in a garden)'를 구현하자는 것이다. 도심 곳곳에 나무를 심고 숲을 만들뿐 아니라 공원과 산책로를 조성하기 위한 취지다. 1965년 독립 이후 리콴유 총리 치하의 싱가포르가 취한 발전전략이다. 그 결과 현재 700㎢에 달하는 국토의 절반 이상이 녹지와 공원으로 꾸며졌다. 시민들은 정원도시에서 조깅과 산책을 즐긴다. 쇼핑거리, 빌딩 숲 사이사이에도 어김없이 정원이 만들어졌다. 일하고 즐기면서 쉴 수 있는 힐링 공간은 이 곳에서 필수다. 국토연구원의 '정원도시 싱가포르의 공원녹지체계, 파크커넥터' 리포트는 이 작은 도시국가가 펼쳐온 정원도시의 역사를 보여준다. '정원 속의 도시' 개념은 여기에서 나왔다. 30년 동안 360㎞의 파크커넥터(Park Connector)를 만들겠다는 계획이 세워졌고 지금도 진행중이다. 파크커넥터는 주요 공원, 녹지와 주거, 상업, 문화시설 등을 연결하는 다목적 '그린웨이'를 말한다. '그린웨이'란 풀과 나무로 이어지는 푸른 녹색의 길을 뜻한다. 싱가포르는 또 하나의 야심찬 녹지공간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도시를 가로지르던 옛 철도 수송로(KTM)를 시민을 위한 녹지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 전략이다. 도심 복판 빌딩숲과 주거지, 수변, 관광지 어디를 가든 숲과 나무로 가득하다. 강시영기자 도시인들의 삶의 만족도가 낮은 데에는 도심에 공원과 녹지, 그리고 숲의 부족이 큰 원인이다. 세계 무역 금융의 중심지 싱가포르가 도시 전체를 정원으로 만들려는 비전은 정원과 공원을 시민들에게 돌려주기 위한 것이다. 싱가포르 어디에서나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싱가포르 리콴유 정부는 도시가치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강력한 리더십으로 도시 전체를 정원도시, 도시정원으로 탈바꿈하는 프로젝트를 전개했다. 도심 녹지를 지속적으로 늘리고 다양한 동식물군이 존재하는, 힐링과 매력지수가 높은 그린시티 조성에 총력을 쏟았다. 싱가포르는 지정학적으로 적도에 근접해 있어 다양한 동식물군이 존재한다. 이를 활용해 활기찬 도시공간으로 만들고자 한 것이다. 잘 가꾼 녹색공간이 도시 전체의 경쟁력과 도시가치를 높여줄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도시 전체를 정원으로 만들려는 노력은 지속적으로 고급인력을 흡수해 싱가포르를 21세기를 선도하는 도시로 만들고자 하는 정책과도 맞아 떨어졌다. ▶다목적 그린웨이 '파크커넥터'=싱가포르의 정원도시는 세계 각국 정부와 도시들의 모델이 되고 있다. 국토연구원은 '정원도시 싱가포르의 공원녹지체계, 파크커넥터' 리포트에서 "오늘날 우리나라의 신도시들은 서로 경쟁하듯이 높은 공원녹지율을 자랑하지만 실제로 거리를 걸어보면 삭막함을 느끼기 십상이다. 또한 오래된 도시들은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공원·녹지 조성을 필두로 한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지만 쉽사리 목표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현실에서 싱가포르 정부가 공원을 서로 연결하겠다는 계획을 어떻게 현실로 옮길 수 있었는지, 그 결과로 어떠한 정원도시가 구현되었는지를 주목한다. 그 핵심이 파크커넥터(Park Connector)다. 파크커넥터는 도심의 주요 공원과 녹지, 주거, 상업, 그리고 문화시설 등을 연결하는 다목적 그린웨이를 말한다. 풀과 나무로 이어지는 푸른 녹색의 길이다. 삭막한 도시 환경에 없어서는 안될 '생명순환시스템'이다. 김기호·문국현이 함께 펴낸 '도시의 생명력, 그린웨이'는 싱가포르 등 주요 도시의 사례를 통해 대한민국 도시에 그린웨이의 개념을 불어넣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한 책이다. 국토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싱가포르 공원녹지체계의 핵심인 파크커넥터는 크게 주거·상업·문화시설을 주요 공원과 연결시켜 레크리에이션과 이동공간을 제공하고 생태통로를 조성해 생물의 종 다양성을 증가시킨다는 두 가지의 목적을 갖는다. 싱가포를 정원도시로 만들기 위한 첫 걸음은 1973년 정원도시시행위원회(Garden City Action Committee:GCAC) 설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1989년 GCAC 여가분과위원회 보고서에서 '정원도시 비전에 따라 공원·녹지가 폭 20m 이상의 그린 코리더(통로)로 연결되어야 한다'고 제안함으로써 파크커넥터 개념이 처음 제안됐다. 이 제안에 따라 1991년 우리나라의 도시기본계획에 해당하는 콘셉트플랜과 하위 계획인 공원과 수공간 계획에 '파크커넥터 네트워크'가 본격적으로 도입됐다. 이 계획에서는 인구 1인당 8㎡의 녹지면적을 목표로 향후 20~30년 장기계획으로 360㎞의 파크커넥터를 조성하도록 명시했으며 거의 완성단계에 있다. GCAC의 활동이 실행력을 갖기 위해 1996년에는 국가공원위원회(NPB)가 설립됐다. NPB는 GCAC의 실행기관인 동시에 싱가포르 자연개발부 산하의 공원여가국이 부처 간 협의·조정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하나의 기관으로 독립된 것이다. NPB는 현재 싱가포르의 300개가 넘는 공원과 녹지 및 파크커넥터를 관리하는 기관이다. 싱가포르의 파크커넥터는 크게 두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하나는 수변공간 활용유형이고, 다른 하나는 도로변 활용유형이다. NPB는 파크커넥터 토지를 확보하기 위해 개발되지 않은 유보지의 경우 도시재개발청의 협조를 받아 공원·녹지로 용도변경해 국가공원위원회의 소유로 전환하는 방법을 쓰고 있다.<싱가포르=강시영 선임기자> 옛 철도수송로 24㎞ 녹지공간 재탄생 계획단계서 시민의견 수렴 도시정책에 녹지지표 도입 서울연구원은 지난해 세계주요도시 동향 보고서에서 싱가포르의 옛 철도 수송로를 녹지공간으로 재생시키는 프로젝트를 분석한 보고서를 내놨다. 보고서에 따르면 싱가포르 도시재개발청은 싱가포르의 남북을 가로지르는 24㎞ 구간의 철도수송로인 KTM 노선을 시민을 위한 녹지공간으로 재생하기로 결정했으며,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시민 공모전을 개최했다. KTM 노선은 말레이 반도로부터 채취한 주석 등을 반도 끝에 위치한 항구로 수송하는 주요 교통로로 20세기 말까지 운용됐다. 21세기 대규모 신항 개발 등으로 KTM 노선의 활용도가 떨어지자 2010년부터 운행이 중단됐다. 도시재개발청은 2011년부터 해당 부지의 재생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 수렴에 가장 공을 들였다. 이를 위해 아이디어 공모전을 개최했다. 공모전은 일반 부문과 청소년 부문으로 진행됐다. 일반 부문은 생물학적 다양성, 사회통합 및 접근성, 대상지에 대한 지역주민의 애착심, 문화유산, 공공공간으로의 활용을 주제로 아이디어를 접수했다.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는 모두 27개의 아이디어를 선정해 2개월간 전시회를 열었다. 녹지회랑 조성 등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도시 생태계의 다양성과 녹지공간 확충을 위한 이같은 사례는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싱가포르 정부는 녹지개발에 대한 지표를 만들고 이 지표를 이용해 생태계의 다양성, 동·식물 보호지역 등을 평가한다. 이러한 노력은 도시의 생태계가 도시 자원의 일부이며, 이를 포기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시민들의 노력에 따른 결과라는 해석이다. 이 지표는 현재 전 세계 80개 도시에서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연구원은 보고서에서 "기존에는 미적인 관점에서 가로수를 심는 수준이었지만, 꾸준한 노력으로 이제는 도시 전체 생태계의 다양성을 증가시킬 다양한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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