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관광이 요즘처럼 맥없이 무너져 내린때가 있었을까. 중국관광객들, 좀더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단체관광객인 '유커'가 발길을 끊자 이곳저곳에서 죽겠다고 아우성이다. 나아가 제주지역경제가 휘청거릴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형국이다. 모두가 다 알듯 중국정부가 사드보복에 나서면서 촉발된 충격파다. 그런데 요상한 일이다. 인터넷 댓글 세상은 그야말로 요지경이다. "중국관광객 없는 제주, 이제야 제주다워지겠다"는 목소리가 줄을 잇고 있는 것이다. 중국내 일고 있는 '반한'을 겨냥한 감정적 측면도 없지 않지만 도민들이 아닌 섬 밖 내국인들이 그동안 제주를 어떻게 봐 왔는지 알수 있는 대목이다. 시간을 거슬러 보자. 지금으로부터 10년전 제주를 찾은 중국관광객들은 17만여명이다. 중국정부가 자국민에 대해 해외여행을 전면 허용했을 무렵이다. 이후 제주를 찾는 중국 관광객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며 2012년 100만명을 돌파했고 지난해 300만명을 넘어섰다. 제주를 찾는 외국인관광객 대다수가 중국인들로 채워졌다. 유커가 폭증하자 자연스럽게 자본이 따라왔다. 10년새 관광지 수는 갑절 이상 늘었고 숙박업소는 3곱절 가량 늘었다. 새롭게 오픈하는 업체는 업종 가릴것 없이 대부분 중국인을 겨냥했음은 물론이다. 그런데 업체 숫자가 늘어날수록 1/n 양이 줄었다. 그럼에도 면세점, 그리고 중국계 여행사들은 배를 불렸다. '유커' 유치가 사실상 독과점으로 이뤄지니 공평하고 합리적인 시장원리가 실종됐다. 그야말로 버는곳만 벌었다. 그러다 보니 도민들의 불만이 쌓이기 시작했다. "중국관광객 많이 온다는데 체감이 되지 않는다"는게 골자다. 관광객이 많이오는 만큼 지역경제가 함께 성장하는 선순환과는 거리가 멀다는 목소리가 팽배해졌다. 자본유입과 뒤따르는 개발은 환경파괴와 지역발전사이 줄타기를 하며 사회 갈등을 야기 했다. 그래서 행정이 나서 제주 외래관광시장을 손보려 해보니 늦어도 너무 늦어버렸다. 도무지 손을 쓸수 없을 정도로 시장질서가 엉망이 돼버렸다. 제주의 가치를 훼손하는 저가부실상품 논란은 말할것도 없거니와 중국현지 여행사에 돈을 갖다 바치는 이른바 '인두세'가 횡행하는 어이없는 구조로 외래관광시장이 돌아가는 것은 대표적 예다. 연관광객 1000만명을 넘어서 메가투어리즘 시대를 연 제주관광이라지만 정작 관광업계 종사자들의 임금은 제주에서도 꼴찌 수준이란걸 아는 이 얼마나 될까. 제주관광, 이건 아니지 않은가. 유커의 실종, 제주관광 입장에서 악재인것만은 사실이다. 어쨌든 피해를 보는 업종이 생겨나고 그로 인해 직장을 잃는 도민들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와 제주도가 이들을 위해 나름 지원을 한다는 소리가 들려 그나마 다행이다. 이전 제주관광시장은 넘쳐나는 중국인들로 위기감이 결여됐던게 사실이다. 가만히 앉아 손님을 받던 시절이었으니…. 그래서 누가 옆에서 조언을 해도 귀 기울이지 않았다.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외래시장을 다변화해야한다" 등의 목소리는 한귀로 흘려버렸다. 사드보복, 언젠가 풀릴 일이다. 하지만 제주외래관광시장이 주린배를 채우기 위해 허겁지겁 할까 두렵다. 지금까지 늘 그래왔으니 말이다. 중국인들의 발길이 끊긴 제주관광, 교과서적으로 한번 접근해보자.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 곧 '제로베이스'로. '관광객 유입→지역경제 활성화→고용창출'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이에 사드보복 포스트는 제주관광 체질개선이 아니라 새판짜기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그 새판짜기의 기본잣대는 지역경제 활성화, 즉 도민들의 체감으로 연결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김성훈 집뉴미디어부장>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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