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제주의 가치 공론화하고 지켜나가야 제주도가 올해로 특별자치도 출범 11주년을 맞았다. 관광객 1000만 시대를 열었다. 제주로 이주하는 사람들도 지속해서 늘어나 어느새 제주 인구는 66만명을 돌파했다. 양적인 성장을 계속하는 와중에 자연히 극심한 성장통이 뒤따랐다. 대규모 개발로 인한 환경 훼손에 대한 우려, 쓰레기·교통·하수 처리 문제 등이 도내 최대 현안으로 떠올랐다. 제주다움을 잃어가고 있으며, 제주의 가치도 그 색이 바래지고 있다. 본보는 창간 28주년을 맞아 '제주의 가치와 우리의 미래를 말한다'를 주제로 세대별 도민 좌담의 자리를 마련했다. 오홍식 대한적십자사 제주특별자치도지사 회장을 좌장으로, 김장환(65) 서귀포시 귀농귀촌협의회장, 박원배(52) 제주발전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서현(37) 제주대학교 언론홍보학과 강사, 김민지(중앙여고 3) 학생 등이 패널로 참여한 이번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은 제주의 가치, 이주민들과의 문화 갈등, 개발과 보존, 제주의 미래를 위한 역할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자연환경 대한민국의 보물섬 제주” “제주 사람 배타적 성향 있지만 그만큼 정도 많아” ▶오홍식 회장=제주도에 살면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제주도가 대한민국의 보물섬'이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보물섬이란 무엇인가. 이는 유네스코 3관왕으로 입증됐다고 본다. 2002년도 생물권보전지역, 2007년 세계자연유산 등재, 2010년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된 것이다. 아울러 세계 7대 자연경관으로도 선정됐다. 이같이 제주의 자연환경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점이 빼놓을 수 없는 제주의 가치라고 볼 수 있다. “제주서 사는 사람들의 행복 그게 제주 가치 높이는 길” “외지인 시각 반영해 공동의 목표 정하고 함께 가야” ▶김장환 회장=공감한다. 유네스코 3관왕으로 입증받은 제주의 자연경관은 이미 아름다운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하지만 자연경관만 갖고 제주가 가치 있다고 할 수 있느냐에 대해선 의문이다. 제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어야 가치가 있다고 본다. 따라서 (도민들의) 국제적인 시각도 물론 필요하겠지만, 삶의 질을 높여 도민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것이 제주 가치를 높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제주만의 독특한 전통문화가 제주의 가치가 아닐까” “국제자유도시 표방하는 제주 외지인 배척은 상당한 모순” ▶김민지 학생=제주의 가치는 고유 전통문화들이 아닐까. 특히 제주가 가진 고유문화는 독특하다는 점에서 계승하고 발전시켜 한국은 물론 외국에도 내세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생각해야 할 것은 제주도가 섬이고 고립된 지역이다 보니 외지인들이 제주의 낯선 문화에 적응하는 것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여기에다 일부 도민들의 폐쇄적인 성향도 작용하면, 외지인 입장에서는 함께 어울리기가 쉽지 않다. 최근 들어 외지인들이 제주로 이주해 카페, 음식점 등을 운영하며 정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데, 이들을 포용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도 제주의 가치를 높이는 일이다. “제주 가치 대해 논하는 공론화 형성이 매우 중요” “문화이주자들 긍정적 영향 먼저 인정하고 적극 활용해야” ▶이서현 강사=그렇다. 언제부턴가 제주의 인구가 급격하게 증가했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문화이주자라고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가 과연 그들을 얼마나 포용하고 있는가에 대해서 도민들 스스로 생각해 봐야 한다. 한편으로는 형평성의 문제도 없지 않다. 이를테면 새로운 인구가 유입됐을 때, 그들을 위한 정책들을 펴는 과정에서 도민들에게 역차별로 다가가진 않는지에 대해 우리가 간과하고 있지 않은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제주의 가치에 대해선 많은 사람이 환경을 얘기한다. 유네스코 3관왕, 세계 7대 자연경관 등 이러한 구호에 맞게끔 제주도가 가고 있는가도 중요한 문제다. 제주의 가치라고 하는 환경을 보존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함께 개발의 논리도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을 보존해 후대에 물려주자는 얘기를 하고 있음과 동시에 난개발이 여전히 이뤄지는 부분에 대해선 도정의 방향성이라든가 일관성이 흐려지고 있다는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제주의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한 공론화 형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제주다움을 엮어가는 것 그게 이상적 제주의 가치” “이주민의 경험과 재능 제주 미래 위해 활용해야” ▶박원배 연구위원=제주의 가치라고 하면, 제주다움을 엮어가는 것이 이상적이지 않을까. 남들은 잘못 생각하고 있을 수도 있지만, '괸당'이라는 문화가 나쁜 것이 아니다. 또 제주도의 느림이라는 가치, 이런 특색 있는 가치들이 조화를 이뤄내 제주다움을 찾아야 한다. 이런 것을 우리가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제주다움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되새겨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들을 진지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 또 모든 사람이 생각하는 제주도의 큰 가치 중 하나가 수자원이다. 문제는 이 가치를 지켜야 할 전문가가 없다는 데 있다. 제주의 지하수가 중요하다고 하는데, 막상 지하수에 대해 물의 날 등 특정 시기에 논의가 이뤄지는 것으로 끝이다. 그 이후론 전혀 얘기가 없다. 용천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말로는 누구나 중요하다 하지만, 막상 용천수가 나오는 곳에 가보면 쓰레기로 범벅돼 있다. 소중한 것들을 다 잊고 살고 있지 않은가에 대한 반성이 필요한 시기가 왔다. 외지인과의 문화 갈등 해결 위해 포용력 키워야 ▶오홍식 회장=앞에서 김민지 학생이 잠깐 언급했지만, 제주로 오는 이주민들도 많아지고 있고, 다문화 가정도 많이 생겨나면서 우리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문제, 문화 차이로 인한 갈등 등도 생겨나고 있다. 물론 제주도 사람들이 배타적인 면도 일부 있지만, 정이 많은 것 역시 제주도 사람이 가지는 특성이다. 우리가 어떻게 이들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지를 논의해 보자. ▶김장환 회장=지금 시대는 초연결사회다. 즉, 이제 우리만 따로 살 수 없다는 얘기다. 우리 것을 잘 지키면서 밖에서 온 사람들의 여러 가지 경험과 능력을 활용해 세계 속의 제주가 돼야 한다. 제주 사람들의 얘기도 물론 중요하지만, 제주와 연결된 외지인들의 시각을 반영하는 것도 필요하다. 먼저 우리가 마음을 열고 외지인들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한 공감대 또는 공동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함께 갈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박원배 연구위원=제주발전연구원에서도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다. 제주로 이주해 오는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워낙 다양하므로 그들의 경험이 큰 자산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주민들의 경험과 재능을 제주의 미래를 위해 공유하고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사실 제주도가 국제자유도시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조금 다른 관점을 갖고 있는 것과 다른 가치관을 따르고 있는 것은 오히려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접근하면 갈등이 아니라 제주의 발전을 위해 오히려 큰 힘이 될 수 있다. ▶이서현 강사=문화 갈등이 나타나는 원인 중에 가장 중요한 부분은 서로를 인정해주지 않았다는 점이다. 문화적 상대성을 우리가 먼저 인정해 줄 필요가 있다. 특히 문화이주자들에 대해 도내 일부 시각에선 그들 때문에 '내 자리가 뺏겼다'라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문화이주자들이 오면서 문화 콘텐츠가 늘었고, 이런 것을 누릴 수 있는 기회도 많아졌다. 배척만 할 것이 아니라, 우리와 다른 사람이라고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앞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그들의 노하우와 그들이 갖고 있는 색다른 시각 등을 제주도를 발전시키는데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김민지 학생=맞다. 제주국제자유도시를 표방하는 제주가 외지인들을 배척하는 모습은 모순이다. 지금은 당장 내 자리가 뺏기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외지인들이 오면서 새로운 것도 많이 생겼다. 소극장 카페, 인디 뮤지션 공연 등이 그것이다. 이들이 가지고 오는 문화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홍대에서 처음 시작했던 플리마켓이 제주도 전역에서 활발하게 이뤄지는 것을 보면서, 이를 통해 외국인까지 포용할 수 있고 이들의 문화까지도 받아들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봤다. 또 제주다운 것을 알리기 위해서도 '이것이 제주다'라고 직접 홍보하는 것보다는 다른 문화와 융합하고 발전시켜 삶 속에 스며들게 하는 것이 효과가 클 것이다. 최근 한라일보 임원실에서 열린 ‘제주의 가치와 우리의 미래를 말한다'란 주제의 좌담에서 참석자들은 다양한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했다. 사진 왼쪽부터 김민지 학생, 오홍식 회장, 김장환 회장, 박원배 연구위원, 이서현 강사. 강희만기자 “인구 유입 따른 개발과 보전… 계획·철학·재활용 필요 이분법적 논리 벗어난 도민 차원 논의도 필요해 보여” “제주의 미래… 지역 정체성 논의의 장·기회 마련해야 100년을 내다보는 제주도만의 환경 교육 시스템 시급" ▶오홍식 회장=제주의 현주소를 들여다보면, 매년 많은 인구가 유입되면서 집이든 펜션이든 건축 붐이 일고 있다. 자연히 난개발도 문제가 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한정된 인구로만 갈 것이냐고 봤을 때, 마냥 폐쇄적으로 갈 수만도 없으므로 이 문제가 어려움에 부닥쳐 있다. 이 같은 양립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가느냐가 제주도의 주요 현안이 됐다. ▶김장환 회장=인간 생활에서 자연이 유익해지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 단순히 개발이냐 보존이냐를 분리하는 것보다 스위스나 싱가포르, 홍콩 등의 사례들처럼 자연을 보존하면서, 훼손을 최소화하면서 개발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제주의 경우, 관광 산업 의존도가 높으므로 개발을 통한 관광객 유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절제는 필요하다. 여러 선진국 사례를 참조해 제주의 자연과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개발해 나가야 한다. ▶박원배 연구위원=지금의 제주도 사정이 과연 계획적으로 가고 있냐고 하는 부분에 의문이 있다. 예를 들어, 많은 이주민이 제주에 오는 것에 맞춰 주택 공급이 이뤄지고 있는데, 사실 이게 계획된 건설은 아니라고 본다. 지구단위계획과 같은 일정한 틀을 갖고 가야 하는데, 땅값이 좋고 아파트값이 상승하니까 계획 없이 막 짓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개발에 의한 환경 파괴뿐만 아니라 상수도 공급 문제, 하수 처리 포화 문제 등이 발생하고, 이는 생태계를 무너뜨리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이서현 강사=개발과 보존에 관해 얘기하려면, 국제자유도시 출범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그 시기에 도내에서 많은 개발이 이뤄졌고, 특히 중국인 무사증이나 부동산 투자 이민 제도 등도 그의 일환이라고 생각한다. 워낙 투자가 안 되다 보니 이렇게라도 해보자 했던 것이 오히려 역효과가 난 것 같다. 또 다른 문제는 유네스코가 탁월한 가치를 지닌 자연환경을 잘 보존해서 후대에 물려주라는 의미를 담아 제주도를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했지만, 오히려 도내에선 개발을 통해 관광 자원화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부분에 대해선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중요한 가치뿐만 아니라 철학이 너무 부족한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행정은 물론 도민들 역시 이에 대해 생각해야 할 시점이 온 것 같다. ▶김민지 학생=도내에서 꾸준히 문제가 되는 부분인 것 같다. 굳이 개발이라는 게 새로운 곳에 새로운 건물을 세워야 하는가에 대해선 의문이다. 제주도에서 볼 수 있는 돌담이나 초가집 등을 재활용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 봤다. 제주만의 특색있는 것들을 활용해 새로운 형태로 창조해 내면 뻔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많은 사람을 끌어올 수 있다. 실제로 곽지에서는 옛날 감자공장에 카페와 캠핑장을 차려 잘 되고 있다. 개발을 계획할 때, 모든 것을 밀어버리고 시작한다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기존의 것을 활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면 개발과 보존의 양립 문제를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오홍식 회장=지금 우리는 잠시 제주도에 와서 머무르며, 모든 것을 빌려 쓰고 있기 때문에 잘 보존해 미래에 돌려줘야 한다는 얘기가 있다. 우리가 잘 가꿔서 후세에 물려주는 것이 아닌 돌려줘야 한다는 개념이다. 이번엔 앞으로 우리가 제주의 미래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에 관해서 얘기를 나눠보자. ▶김민지 학생=가장 중요한 것은 제주를 사랑하는 마음이다. 제주하면 은연중에 떠올리는 게 자연이다. 그런데 학생들이 미래를 위해 자연을 어떻게 가꿔야 할지에 대해선 생각을 많이 갖고 있지 않다. 또 오히려 제주도민은 오랫동안 제주 자연을 봐왔기 때문에 그 가치를 알면서도 우리가 지켜나가야 한다는 책임에 대해선 간과하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제주 자연을 지켜나가는 것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의 필요성도 느끼고 있다. 조금 더 고민하면 우리 세대가 제주를 더 발전시킬 수 있는 세대가 될 수 있다. 아울러 주인의식과도 결부할 수 있는 문제인데, 제주의 발전을 위해 의견을 표출하고 행동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서현 강사='과거는 히스토리(History)고, 미래는 미스터리(Mistery)며, 현재는 기프트(Gift)'라는 말을 어느 애니메이션에서 봤는데, 이 얘기를 듣고 현재가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개인과 사회의 발전을 위해 미래에 대한 대비도 분명히 필요한 것은 맞지만, 지금 현재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이러한 측면에서, 제주다움과 가치가 변색하고 그 색을 잃어가는 이 시점에 제주의 미래를 위한 우리의 역할에 대해 도민과 함께 논의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을 시급히 마련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제주다움과 가치에 대해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박원배 연구위원=같은 생각이다. 우리가 지켜나가야 할 제주도의 정체성에 대한 논의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이 같은 기회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문화든 자연이든 제주다움이라고 하는 정체성을 많이 얘기하지만, 딱 하나로 정의 내릴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우리가 제주다운 정체성을 미래로 어떻게 끌고 나갈 것인가에 대한 논의의 장이 마련돼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또 다른 하나는 역시 자연환경에 대한 교육이다. 지역의 특성을 고려해 제주도에서만큼은 100년을 내다보는 체계적인 환경 교육 시스템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 ▶김장환 회장=현재 살고 있는 우리의 제주도가 아니라, 미래 세대의 제주도라는 마음가짐으로 잘 보존하면서 인간 생활에 유익하게 발전시켜야 한다. 외부 시각에서 제주도는 경관도 아름다운데, 사람도 친절하고 아름답다고 보이면 금상첨화다. 앞으로 제주에는 더 많은 이주민이 오게 될 것이다. 내·외국인 가릴 것 없이 이주민과 제주 토착민 사이의 창구를 마련하는 것도 우리의 역할이다. 우리 먼저 열린 마음으로 그들을 받아들이고, 이주민들 역시 제주도의 발전을 위해 도움을 줘야겠다는 분위기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처음엔 이해 부족으로 갈등이 생길 수도 있지만, 서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다양한 교류 채널을 만들어 밑바탕을 깔아주는 것이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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