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 물결 일렁이는 보리밭길 사이로 보이는 탐방객들의 모습. 강희만기자 제주시내서 가까운 코스… 오름 정상서 제주시 한눈에 초록빛서 황금빛으로 익어가는 광활한 보리밭 '황홀경' 가장 먼저 탐방객들을 반긴 색(色)은 초록이다. 신록(新綠)의 계절임이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열안지오름 입구로 들어선 지 채 얼마 지나지 않아 드넓은 초원이 펼쳐졌다. 그 쨍한 초록풍경 위로 바람이 더해지니 싱그러운 풀 내음이 크게 일렁인다. 지금이 봄의 끝자락과 여름의 문턱 그 어디쯤임이 더욱 분명해진다. 오르막을 오르며 숨이 조금 가빠질 때쯤 앞선 이들의 걸음걸음이 멈춰선다. 열안지오름 정상이다. 시야가 확 트이더니 제주시가 한눈에 담겼다. 여기 저기서 탄성이 터진다. "제주시에 사는 분들은 자기 집을 한 번 찾아보세요.” 정상에 서자 에코투어 길잡이를 맡은 이권성 제주트레킹연구소장이 농섞인 질문을 던진다. 구름이 조금 끼긴 했지만 그만큼 선명하게 제주시내가 펼쳐져 있었다. 가장 가까이 제일 크게 보인 남조순오름을 비롯해 사라봉, 별도봉 등 제주시내 몇몇 오름도 발밑으로 또렷하게 내려다보였다. 정상을 지나 얼마나 내려왔을까. 길 양옆으로 억새밭이 펼쳐지며 주변이 황금색으로 물든다. 지난해 피었다 진, 이제는 메마른 황금빛을 앙상히 품은 채 힘없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는 그 풍경을 보고 있자니 갑자기 가을로 한 계절 껑충 뛰어넘은 느낌이다. 평탄한 길을 따라 30여분 정도 걷자 광활한 보리밭이 그 황금빛을 이어받는다. 청보리축제로 유명한 가파도의 보리밭(약 60여만㎡)보다 더 넓다고 하니 광활하다는 표현이 결코 지나침이 없다. 이번 탐방길에선 제주에서 보기 힘들다는 붉은찔레를 만났다. 노오란 꽃이 핀 실거리나무. 검은오름 정상에서 주변 풍광을 즐기고 분화구 쪽으로 향하는 탐방객들. 노리손이오름을 오르기 위해 걸었던 목장길. 평지에서 오르막길로 이어지는 목장길 전경은 또다른 묘미를 선사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에코투어에 참가했다는 김홍래(76·제주시 일도2동)씨는 "에코투어의 묘미는 언젠가 걸었던 길임에도 이렇게 다 함께 걸으면 뭔가 색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게 한다는 데 있다"며 "기회가 된다면 다시 참가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친구와 함께 참가한 심응섭(38·제주시 용담동)씨는 "검은오름 정상에 올랐을 때 탁 트인 채 펼쳐진 풍경을 잊을 수 없다"며 "혼자 왔다면 그저 스쳐 갈 풍경들을 설명과 함께하니 그 감동이 배가 되었다. 에코투어를 소개해 준 친구에게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편 오는 3일 진행되는 제4차 에코투어는 문석이오름~미나리못~동거미오름~구좌성산곶자왈~목장길~손지봉~농로길~용눈이오름 코스에서 진행된다.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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