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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빠지다
[2017제주愛빠지다](2)박진희 '상상창고 숨' 대표
"세심한 배려·공감으로 활동하고파"
조상윤 기자 sycho@ihalla.com
입력 : 2017. 06.01. 00:00:00
공공프로젝트 분야 '베테랑'
작가·마을살이 코디로 분주

"사랑하는 어머니와의 이별을 통해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맞았습니다. 그동안 살아온 환경도 바꿀 수 있겠다 싶고, 호흡도 달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제주로 향하게 됐어요."

'상상창고 숨'의 박진희(48) 대표는 5년전 일을 떠올렸다. 제주에서의 인생 2막을 시작하던 당시 무렵의 일을 얘기했다.

2012년부터 움직이기 시작해 2013년 초 제주에서 새로운 삶을 일궈나가기 시작했다는 박 대표는 예술계에서 내로라 하는 작가이다.

제주에서의 생활이 4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아 알만한 사람들만 알지만 실제로 그는 전주에서 공공프로젝트 디렉터 및 문화예술교육활동으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1997년 개인전을 시작으로 3번의 개인전과 다수의 기획전을 통해 나와 너 우리에게 말걸기를 해오며 1999년 숨조형연구소를 시작으로 지역 아티스트들과 공공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예술이 삶속에서 어떻게 작용할 수 있을 지 함께 고민하고 공감의 시도를 지속해왔다.

그런 그가 제주에 정착을 시도했다. 그에게 힘이 돼 준 사람은 바로 평생지기인 남편이다. 남편 이준규씨와는 20여년간 친구에서 연인으로, 연인에서 부부로 연을 맺었다. 1990년대 말 부터 공공미술을 도입한 부부로 유명하다.

그가 제주로 둥지를 옮기기 위해 가장 먼저 한 일은 아이들의 학교 전학이었다. 학교는 작고 조용한 해안초를 정하고, 거처는 현재 살고 있는 수목원 인근으로 결정했다. 제주에서 살고 있는 남편의 선배와 제주출신인 그의 부인이 도움이 있었다고 했다.

제주로 온지 1년 정도는 여행과 소풍만 다녔다. 이후 서서히 정착을 위한 워밍업을 시작했고, 이후 전공을 살려 나름대로 빠르게 적응해 나갔다. 아이들(당시 초등 5, 4학년)의 빠른 적응력도 도움이 됐다. 딸아이가 오히려 그에게 걱정말라고 격려를 해줬다.

그가 맡고 있는 '상상창고 숨'은 지난해 부터 제주여성문화고팡과 '제주 마을살이 코디 혼디 양성 및 마을공동체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단체이다.

제주로 옮겨온지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이주민들의 안정적 정착을 위해 선주민·이주민 여성들간 상호 소통과 협업할 수 있는 마을살이 코디네이터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중책을 맡은 것이다.

길지 않은 시간이 흘렀지만 그에게도 걱정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5년차 제주살이를 통해 제주에서 살고 있었던 사람들과 새롭게 옮겨온 이들을 어떻게 조화롭게 이어줄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매개역할의 중요성이다. 각종 지원사업 등에 있어 원래부터 살고 있었던 사람들이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얘기도 들었기 때문이다. 더 이상 놔두면 양측간의 골이 깊어질 것이라는 걱정이 다가왔다. 이같은 고민에서 하나둘씩 벗어날 수 있었다. 주변에서의 도움이 절대적이었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아울러 제주도정에서의 지원은 그에게 천군만마였다.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행정서비스라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그가 강조하는 부분은 바로 제주스러움을 알고, 생활인으로 제주정착을 시도하는 것이다.

"서로다른 결의 삶-속도감이 다른 시선들의 이야기들에 귀기울이고 세심한 배려와 공감으로 현장에서 활동하고 싶다. 잘할 수 있는 것들을 끌어내는 노력을 해보고 싶다"는 그는"마음을 움직이는 작업, 사업이 아니라 삶이어야 즐겁다고 생각한다"라고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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