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에코투어
[2017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4)문석이오름~미나리못~동거미오름~구좌성산곶자왈~목장길~손지봉~농로길~용눈이오름
“함께라서 더 좋다”… 걸을수록 빠져드는 오름능선
채해원 기자 seawon@ihalla.com
입력 : 2017. 06.15. 00:00:00

동거미오름을 걷고 있는 탐방객들. 오름 능선 너머 보이는 풍광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강희만기자

오름별로 다른 매력에 푹… 옹기종기 솟아난 오름 전경 일품
서늘한 곶자왈, 탁트인 목장길 제주속살 그대로 즐길 수 있어

땀방울이 맺힐 때면 선선한 바람이 기분좋게 불어오고, 쨍한 햇살 덕분에 오름 굴곡을 그대로 볼 수 있던 지난 3일 네번째 에코투어가 진행됐다. 이번 에코투어는 문석이오름을 시작으로 미나리못~동거미오름~구좌성산곶자왈~목장길~손지봉~농로길~용눈이오름을 걷는 여정이었다. 오름의 본고장이라 불리는 송당 인근에서 진행된 이번 에코투어는 역시나 오름의 매력과 풍광을 맘껏 즐길 수 있는 코스였다. 높고 낮은 오름 4개와 그 사이 펼쳐진 목장길은 제주의 속살을 그대로 보여줬다.

가장 처음 만난 오름은 바로 문석이오름. 백약이오름 맞은편 흙길로 꼬닥꼬닥 걸으니 세 개의 동산이 늘어져 있는 듯한 문석이오름이 나타났다. 그리 높은 오름은 아니지만 이제 막 트레킹을 시작한 일행들은 가쁜 숨을 내쉬었다. 다들 뒤쳐지지 않기 위해 담소보단 걸음걸음에 집중한 모습이었다. "아하~"라는 탄성을 시작으로 담소가 시작된 것은 문석이오름 정상에서다. 오름 정상에서 맞는 상쾌한 바람과 옹기 종기 솟아난 오름 전경은 서먹했던 분위기를 시원스럽게 날려버렸다. 오름 정상에서 바라본 풍광은 '설문대 할망이 한라산을 쌓기 위해 흙을 나르다 떨어진 것이 오름이 됐다'는 설화와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다. 불규칙하게 제각각의 모습으로 툭툭 솟아난 오름들. 그 모습에 트레킹 참가자들끼리 "저 오름은 뭔고?" "아부오름 달믄게 마씸(같은데요)"하는 대화가 이어졌다. 이에 이권성 제주트레킹연구소장의 설명이 시작됐다. "지금 제가 향한 방향에 맨짝(납작)하게 보이는 것이 안돌오름이고 그 옆이 밧돌오름입니다. 그 옆에 북같이 생긴 것이 북오름이고, 그 오른쪽으로 송당 당오름, 아부오름, 비치미오름… 민오름 뒤로 보이는 한라산에 물오름, 사라오름이 안겨있죠." 360도를 빙 돌아서야 오름들에 대한 설명이 마무리됐다.

에코투어 길목에서 탐방객들이 추억담을 주고 받게 만든 인동초(인동덩굴꽃)

서먹서먹한 분위기를 벗어던지고 두번째 오름인 동거미오름으로 향하는 길. 일행들은 습지 미나리못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추억여행을 떠났다. 추억여행은 하얀꽃이 노랗게 변하며 은은한 향을 뿜어내는 인동초(인동덩굴꽃)로부터 시작됐다. 미나리못에서 제주에서 보기 힘든 물까치수영을 보고 셔터를 눌러대던 일행들은 옆 돌담에 핀 인동초를 보고선 어릴 적 꿀을 빨아먹었던 추억담을 주고 받았다. 곧 그 시절 그 때 친구들끼리 모여 "꿀 먹으려면 꽃 뒤를 이렇게 따서 쪽 빨아먹어야 해"라고 설명하던 모습이 그대로 재연됐다.

이후 이어진 동거미오름과 구좌성산곶자왈, 목장길은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였다. 동거미오름 정상은 만개한 개민들레 꽃으로 수놓아져 마치 노란 물감을 흩뿌려 놓은 듯 했다. 여기에 여러 개의 봉우리가 겹쳐 검은 거미가 다리를 늘어놓은 듯한 분화구의 웅장한 형상까지 더해지자 조용히 풍광을 즐기는 사람이 늘었다. 동거미오름 정상에서는 문석이오름에서 보이지 않았던 성산일출봉과 우도가 눈에 들어왔다. 몇몇 오름은 봉우리에 가려 모습을 감췄다. 오름 정상마다 펼쳐지는 풍광이 비슷한 듯 달라 매력적이었다.

문석이오름을 줄지어 내려오고 있는 탐방객들의 모습이다.

한껏 오름의 매력에 취한 뒤 풀숲을 헤치며 내려오니 어느새 서늘한 기운이 돌았다. 숲이 우거져 볕이 들지 않는 구좌성산곶자왈 지대에 도착한 것. 척박한 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뿌리를 드러낸 나무들과 이끼를 입은 돌 등 곶자왈 특유의 경관 속에서 일행들은 이른 점심을 하며 휴식을 취했다. 곶자왈을 벗어나자 곧 탁 트인 목장길이 일행들을 반긴다. 초록들판에 개민들레꽃, 찔레꽃, 돌가시나무꽃이 피어있고 저 멀리 무리지은 소떼가 한가로이 풀을 뜯어먹고 있었다. 탐방객들은 목초지와 소떼가 빚어내는 목가적인 풍경에 감탄을 하고 소들은 동그란 눈으로 탐방객들을 보는 재미있는 광경이 벌어졌다. "이번 투어를 끝으로 초지를 걷는 코스는 가을 전까지 없다"는 이 소장의 설명에 일행들은 느릿느릿 제주의 풍경을 취했다.

오름과 초지, 곶자왈을 모두 즐길 수 있었던 이번 에코투어에서는 제주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 참가한 이들도 눈에 띄었다. 에코투어를 위해 2박 3일간 제주여행을 왔다는 이경란(52·충남 천안시)씨는 "오름, 꽃 등에 대한 설명도 들으며 제주의 자연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면서 "에코투어에 참여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오름 능선에서 바람을 맞으며 보는 풍광이 일품이었다"며 "다음에는 이번에 함께하지 못한 친구와 함께 신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북구에서 온 이미녀(55)씨도 "에코투어는 개인적으로는 올 수 없는 코스를 안전하게 같이 걸을 수 있어 좋다"면서 "다음에 남편과 같이 참여해 산에 깃든 어린시절 추억을 나누면 더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오는 17일 진행되는 제5차 에코투어는 5·16도로~물오름~신례천~한라산둘레길~이승이오름~종남천~숲길~표고밭길~한라산둘레길~이승이오름 입구에서 진행된다.
이 기사는 한라일보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ihalla.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webmaster@ihal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