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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핫플레이스](3) 송악산 수국정원
제주섬 지천에 피어난 도체비고장
표성준 기자 sjpyo@ihalla.com
입력 : 2017. 07.07. 00:00:00

7월이면 제주섬에는 오묘한 빛깔로 물들이는 수국이 지천에 피어난다. 송악산 정상에서 가파도를 향해 뻗은 분화구를 따라 수국밭이 펼쳐져 있다. 강경민기자

장마철 피기 시작해 백록담 정상까지 물들여
꽃잎마다 다른 오묘한 빛깔로 7월 화려하게


어느곳이나 그렇지만 제주섬에서도 7월에 피는 꽃을 보기란 쉽지 않다. 봄꽃은 지고 가을꽃은 아직 꽃대를 올리기도 전이어서다. 그래서 여름 한철 제주도 지천에 피어난 수국이 많은 이들의 눈과 가슴을 홀린다. 제주의 아름다운 숲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매월 이달의 꽃을 선정하고 있는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는 7월의 꽃으로 산수국을 선정했다. 때맞춰 제주관광공사도 7월 사진 찍기 좋은 곳으로 '제주 수국 명소 5'를 발표했다.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의 보롬왓 수국길은 지난달까지만 해도 메밀꽃으로 뒤덮였던 곳이지만 지금은 길 양옆으로 펼쳐진 수국이 라벤더와 어우러져 이색적인 풍경을 자랑한다.

산방산으로 가는 길에 만나는 사계리 수국길과 돌담 너머로 풍력발전기와 묘한 조화를 이루는 김녕리 수국길도 있다. 카멜리아힐과 한림공원, 휴애리 같은 관광지에서도 수국밭을 누빌 수 있다. 종달리 수국길을 으뜸으로 치는 이들도 있고, 제주 해안 곳곳과 심지어 백록담 정상에서도 수국은 피어난다.

최근에는 송악산이 수국 명소로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이곳에서 만난 한 관광객은 "인터넷을 통해 요즘 가장 핫한 수국이 여기 있다는 것을 보고 청주에서 당일치기 여행을 왔다"고도 했다. 이 같은 반응이 극성이 아니라는 건 보는 이들의 한결같은 반응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땀 흘리며 숨가쁘게 탐방로를 오르던 초로의 남성도 눈 앞에 펼쳐진 풍경에 감탄사를 자아냈다. "끝내준다. 이런 건 파노라마로 찍어야 해." 동행도 "그래야겠다"며 카메라를 들어올렸다.

송악산 수국을 접한 이들은 이곳을 '수국정원'이나 '수국터널'로 명명했다. 송악산 정상에서부터 가파도를 향해 뻗은 분화구를 따라 흘러내린 듯 길게 늘어선 수국밭이 수국정원으로 불러도 손색 없을 만큼 화려하다. 수국 중에서 제주가 자생지인 것으로는 산수국, 탐라수국, 성널수국, 바위수국, 등수국 등이 있다. 송악산이나 길가에서 흔히 보이는 꽃무더기가 풍성한 수국은 관상용 목적으로 심은 그냥 '수국'이다. 장마가 시작할 때쯤 피어나기 시작한 제주 수국은 길게는 8월까지 지천에서 피어난다.

제주사람들은 수국을 도체비낭(도깨비나무)이나 도체비고장(도깨비꽃)으로 불렀다. 붉은색에서 파란색까지 꽃의 색깔이 변하기 때문에 특히나 변덕이 심했다는 제주 도깨비의 마음과 닮았다는 것이다. 실제 멀리서는 자줏빛으로 보이던 수국에 눈을 갖다 대면 흰색, 분홍색, 연두색, 노란색, 자주색 등이 뒤섞여 있음을 알 수 있다.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의 현화자 임업연구사는 "수정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변하고, 토양의 알칼리성이 강하면 푸른색, 산성이 강하면 붉은색이 두드러지고, 다른 곳에 옮겨 심어도 변하고, 한 덩어리에서도 꽃잎마다 서로 다른 색을 띄어서 오묘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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