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주 대표는 제주시 조천읍 함덕리에 자리잡은 만춘서점이 문화 나눔이 있는 동네 책방으로 오래도록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함덕 해수욕장서 걸어 5분 이즈음 읽으면 좋은 책 등 손글씨 메모 등 더해 안내 동네 아이들에겐 책값 할인 조물조물한 손글씨로 써내려간 메모가 책장에 반창고처럼 붙어 있었다. "누구나 수백가지 이유를 버리고 단 한가지 이유로 서로를 사랑한다. 누구나 수백가지 이유를 지우고 단 한가지 이유로 서로와 헤어진다." '우리는 이렇게 살겠지'라는 산문집에 흐르는 글귀였다. 서가에 꽂힌 여러 책들이 사람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을 터, 빛바래 보이는 종이 위 글씨가 잠시 그 앞에 발길을 멈추게 했다. 책방 군데군데 그런 메모들이 있다. 책방지기들이 책 속 문장을 뽑아내 적어놓은 것들이다. 도서 가짓수가 적을 수 밖에 없는 6평 크기의 책방과 어울리는 풍경이었다. 맞춤한 듯 그 책이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다다랐으면 하는 마음이 읽혔다. 만춘서점 전경. 야자수가 배경으로 서있어 이국적 정취를 그려낸다. 15년 넘게 잡지 편집일을 했던 이 대표는 제주 생활 7년째를 맞는다. 직장을 그만두고 제주로 향했지만 공공도서관 사서 보조, 동네 책방 아르바이트 등 책 주변을 맴돌며 살았다. 서울살이를 완전히 정리하면서 함덕에 둥지를 틀었다. 해수욕장 인근에 자그만 서점 건물을 세웠다. 지난해 10월 문을 연 만춘서점은 근처에 자리잡은 대형 리조트의 야자수가 배경으로 서있어 이국적 정취를 그려낸다. 이 대표는 아는 사람의 추천을 받고 신간을 뒤져가며 판매 도서를 갖다놓는다. 지금은 시, 소설, 에세이 등 1200권쯤 비치했는데 제주 여행 관련 서적이나 독립출판물보다는 이즈음 독자들의 손이 많이 가는 책, 오래됐지만 읽으면 좋을 책들을 골라온다. 애써 관광지 제주를 대표하는 해변 마을에 있는 서점이라는 걸 드러내기 보다 '기분좋은 책 쇼핑'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몄다. 한쪽엔 음반도 판다. 만춘서점을 찾은 손님들이 책을 고르고 있다. 만춘서점은 가까운 이웃들의 아이디어를 더해 조만간 문화와 음식을 나누는 동네 장터인 '만춘 마당놀이'를 펼쳐놓을 계획이다. 늦봄이 아니면 어떤가. 이 계절, 동네 서점으로 떠나보자.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금·토요일엔 밤 9시까지 문을 연다.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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