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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25시]편의점에서 크는 제주의 아이들
백금탁 기자 haru@ihalla.com
입력 : 2017. 07.20. 00:00:00
제주는 청정한 공기며, 맑은 물, 그리고 싱싱한 먹거리까지 즐비한 천혜의 자연을 자랑하는 '장수의 섬'이다.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자연유산, 지질공원 등 유네스코의 자연과학분야 3관왕이라는 전 세계 유일무이한 곳으로 제주에 사는 것만으로도 축복이다.

 몇 해 전까지는 그랬다. 제주는 너무 뚱뚱해졌다. 경제 성장으로 겉으로는 화려하고 생동감이 넘치지만 그 내면에는 무거운 미래를 암시한다. 자연은 개발 논리에 파헤쳐지고, 경제 발달로 인해 사람들은 그저 편한 것에 길들여지고 있다. 인스턴트와 육류 위주의 고열량 음식에 심취하지만 운동실천율은 그야말로 전국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그러한 어른들의 생활패턴에 아이들마저 '감염'됐다.

 2015년 제주도교육청이 초중고 학생 8만8387명에 대한 비만율 전수조사의 결과는 끔찍하다. 미래의 비만으로 이어지는 관리대상인 과체중(4.8%)을 포함한 비만율은 33.4%에 이른다. 아이들의 비만율 추세도 2007년 15.4%에서 9년만에 20.4%로 6%포인트 상승했다. 전 세계적으로 가파른 비만율 추이를 보이는 미국의 연간 0.5%에 견줘서도 뒤지지 않는 수치다.

 아이들 비만 문제는 이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고혈압과 당뇨병, 고지혈증, 지방간 등의 합병증과 함께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으로 이어지며 향후 막대한 사회적 부담을 떠안게 된다. 아이들의 비만은 '시한폭탄'과 같이 위험한데 어른들의 나쁜 습관과 무관심 속에 방치되고 있다. 제주는 사회적 구조상 맞벌이 부부가 많고, 자식에 대한 학구열이 높다. 학원을 전전하는 요즘 '아이들은 편의점이 키우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아이가 건강하지 않으면 제주 이미지에 걸맞는 경쾌함도 사라진다.

 아이들의 건강을 잃는, 머지않은 제주 미래는 암울하다. 그래서 아이들 비만 문제는 시급히 챙겨야할 '사회적 책무'다.<백금탁 교육문화체육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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