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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사람] (10) 윤상화 딜다책방 공동대표
"책은 새로운 콘텐츠 만드는 재료"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17. 08.04. 00:00:00

윤상화 딜다책방 공동대표가 서가를 배경으로 환하게 웃고 있다. 어린이책 위주인 딜다책방은 독자들과 취향을 공유하며 창의적인 책 읽기에 나서고 있다. 진선희기자

회사 동기였던 이승미 작가와 도심골목 어린이책 위주 책방
유행 좇기보다 취향 공유하며 책 깊이 들여다보는 공간으로


오래도록 비어있던 공간이었다. 삼성혈, 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 등 제주시내 유명 관광지와 가까운 곳이었지만 도심 골목길 빈 점포엔 좀체 온기가 들지 않았다. 그 공간에 맞춤한 주인을 기다려온 것일까. 어린이집과 이웃한 그곳에 아이들을 위한 동네 서점이 문을 연다. 지난해 3월 개점한 '딜다책방'이다.

제주로 이주해 회사를 다니던 윤상화 공동대표가 직장 동료였던 동화작가 이승미씨와 함께 차렸다. 두 사람은 골목 서점의 특징을 살려나가기로 했다. 인근에 보육시설과 초등학교가 있는 만큼 어린이책을 주로 비치해 아이와 어른이 편안하게 찾을 수 있는 책사랑방으로 꾸려갔다.

딜다책방 내부. 서가에 꽂힌 책들과 어울린 초록식물이 싱그러워 보인다.

책방이 처음 들어설 무렵만 해도 지금처럼 동네 서점이 많지 않았다. 제주에 작은 책방이 막 생겨날 때여서 지역 주민들은 다소 생소하게 느꼈을지 모른다. 지금은 지나던 아이들이 윤 대표를 "이모"라고 부르며 서점 문을 두드린다. 주말엔 국수거리에 왔던 가족 관람객들이 즐겨 들른다.

책방의 서가는 대개 야트막하다. 천장과 맞닿게 서가를 설치해 높은 곳까지 책을 올려놓은 여느 서점과는 달라 보인다. 아이들이 손을 뻗어 책을 만지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

딜다책방 한쪽 벽에 '까미의 눈모자' 원화전이 열리고 있다.

신간 위주로 책을 갖춰놓지만 유행을 좇지는 않는다. 시간을 내 서점을 직접 방문한 손님들이라면 책방 주인이 신중히 고른 책을 한번 더 눈여겨봐줄 거라 보기 때문이다. 그림책이 현안이나 이슈 등 시대 흐름을 크게 타지 않는 점도 판매도서 선택에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만든다. 책방을 소개하는 안내문에 '취향 공유 프로젝트'라고 쓰여진 이유를 짐작해볼 수 있겠다.

딜다책방 내부의 절반 정도는 교육실과 전시실로 꾸며졌다. 책이 중심이 되는 체험과 교육, 전시와 영상물 상영이 가능하다. 지난달 말 서점을 찾았을 땐 이승미 공동대표가 글을 쓴 그림책 '까미의 눈모자' 원화전이 열리고 있었다. 책방 한쪽 벽을 하얗게 비워둔 건 전시장 등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매주 목요일엔 여름 방학 프로그램으로 6~8세 어린이를 대상으로 '책이랑 놀아요'가 진행되고 있다. 이 시간엔 시각 자료를 활용하거나 몸을 움직이며 아이들만의 눈으로 책을 다시 써나간다.

이는 책이 완성된 교과서가 아니라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재료라는 두 대표의 생각이 반영되어 있다. 이들은 아이들이 책을 읽고 난 뒤 줄거리를 기억하는 게 아니라 "나였으면 그 상황에서 이렇게 하겠다"는 식으로 상상력을 키워주는 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삼성혈 인근 골목길에 들어선 딜다책방.

'딜다'는 경상도 방언으로 '들여다보다'는 뜻을 지녔다. 윤 대표의 고향말이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한다. 일요일은 문을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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