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객들이 한라산 둘레길을 걷고 있는 모습. 강희만기자 제주서 유일하게 물 풍부·습한 선돌계곡 건천 사이에 소(沼)·내(川) 있는 곳 많아 애기석잠·동충하초·버섯 등 갖가지 서식 지난달 29일 '2017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의 여덟 번째 탐방이 시작됐다. 이날 코스는 평소와 달리 오름을 등반하지 않고 효명사에서 선돌계곡을 따라 걸어 돈내코 등반로를 종점으로 하는 색다른 여정으로 준비됐다. 숲으로 들어가는 입구서부터 탐방객들의 시선은 나무 위에 핀 '풍란'에 집중됐다. 사진을 찍는 탐방객들을 보며 이권성 제주트레킹연구소장은 "선돌계곡은 습하고 바람이 없는 곳"이라며 "이곳에선 특히 꽃보다 풀을 유심히 봐야 한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선돌계곡의 물이 많고 습한 환경 때문에 버섯 등이 잘 자라 계곡 주변에 버섯군락을 이뤄 눈길을 끌었다. 시간이 흐르자, 눈에 익었는지 여기저기서 동충하초를 발견했다는 탐방객들의 외침이 들리기 시작했다. 약재로 쓰인다는 버섯이 이렇게 흔한 거였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전에, 눈썰미 없는 기자의 눈에도 동충하초가 들어왔다. 차마 건들진 못하고 조심스럽게 사진에 담아 간직했다. 이 외에도 쉽게 볼 수 없는 버섯들 덕택에 이번 탐방 내내 우리들의 시선은 보물찾기라도 하듯 지면을 향할 수밖에 없었다. 다시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고 이어져 있는 수로길을 따라 걸었다. 볕도 없고 날이 무덥지도 않은데 땀이 멈추지 않았다. 습하고 바람이 없는 곳이라는 소장의 말이 그제야 이해가 되면서, 바람 대신 중간중간 솟아 있는 맑고 시원한 물로 몸의 열기를 식혔다. 선돌계곡에서 휴식을 취한 뒤 다시 출발하고 있는 탐방객들 휴식 뒤 숲길을 따라 다시 오르는데, 아무리 올라가도 정상이 나오지 않았다. 한 탐방객이 "이번 코스엔 오름은 없었지만 대신 산이 있었다"고 농담을 하면서 우리의 발걸음을 가볍게 해 주었다. 그러고도 한참을 더 올라 한라산둘레길에 이르러서야 탐방객들은 '알면서도 또 속았구나' 하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일반적인 길이 아닌 드물고 낯선 곳을 걸으며 익숙한 코스를 찾아내는 과정은 에코투어만이 가진 특별한 매력이다. 식사 후, 간단한 자기소개를 마친 뒤 둘레길을 따라 쭉 걸었다. 길 주변으로 꽃보다 화려하게 핀 버섯들이 길의 운치를 더해 주었다. 습한 곳이라 처음부터 유난히 버섯류가 많이 보이긴 했지만, 고목에 핀 버섯들과 바닥 전체를 덮고 있는 버섯 군락을 보니, 마치 누군가가 일부러 만들어 놓은 조경처럼 보였다. 풍란 싸리버섯 애기석잠(사진 왼쪽), 동충하초 코스를 거의 마칠 즈음 비가 살짝 내려 탐방객들의 땀을 식혀 주었다. 종착지에서 우리가 걸었던 코스를 돌아보니, 안개를 살짝 품고 있는 그곳만 마치 다른 세상인 듯한 몽환적인 느낌이 들었다.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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