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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9)1100도로~법정사~고지천~숲길~수로길~언물~궁산천~숲길~한라산둘레길~법정사
저 혼자 선선한 가을로 접어든 제주의 숲
채해원 기자 seawon@ihalla.com
입력 : 2017. 08.24. 00:00:00

탐방객들이 수로를 따라 걷고 있는 모습. 강희만기자

숲 속 하천변·수로 따라 걷는 여정
마음 속 쉬는 텀 갖기에 참 좋은 길

고지 600m 이상에 위치한 숲길과 하천변, 임도를 따라 걷는 코스. 정상이라는 목표를 정하지 않고 걸어서일까. 숲속 하천변·수로를 따라 걷는 여정은 어느 참가자의 비유처럼 마음이 쉬는 텀을 갖기 참 좋았다.

가을이 오는 문턱 입춘을 갓 넘은 지난 12일 '2017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아홉번째 탐방이 진행됐다. 법정사에서 출발해 고지천~숲길~수로길~언물~궁산천~숲길~한라산둘레길을 거쳐 다시 법정사로 돌아오는 여정이었다.

에코투어단은 법정사 뒤 한라산 둘레길을 걷다 여느 때처럼 이권성 제주트레킹연구소장의 안내를 따라 길이 아닌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평지보다 기온이 3~4℃ 낮은데다 바람도 선선해 숲은 이미 여름을 지나 가을에 접어들었음을 실감케 했다. 산뜻한 바람이 참가자들의 등을 살짝 떠밀을 때면 어김없이 "걷기 좋은 날"이란 감탄이 여기저기서 들렸다.

숲 속은 넓은 들판, 오름을 오를 때와 달리 넓게 펼쳐진 경관을 즐기긴 힘들었다. 하지만 빽빽한 나무와 나무 사이로 보이는 건천의 바위, 발목을 살짝 넘게 자란 조릿대밭 등 숲에서만 느낄 수 있는 정경이 있었다. 조릿대밭 사이사이엔 제 모습을 숨긴 여러 버섯들이 자리잡았다. 백색·적색·흑색으로 세 번 옷 갈아 입는 털귀신그물버섯(솔방울버섯)을 비롯해 산호초 같이 생긴 싸리버섯, 상처가 나면 뽀얀 액체가 올라오는 젖버섯 등이 군데군데 모습을 보였다.

궁산천을 지나가고 있는 탐방객들

숲 길이 지루할라 치면 건천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트레킹의 초반부에는 고지천이, 후반부에는 궁산천이 자리를 잡았다. 처음 만난 건천 고지천에서 참가자들은 하천을 따라 쓸려온 돌인지 원래 있던 돌인지 모를 투박한 자연 돌계단을 오르고 내렸다. 그 순간 순간마다 '길이 아닌 곳을 함께 걷는다'는 에코투어의 장점이 발휘됐다. 서로의 손을 잡아주고 이끌어 주는 참가자들. 때문에 험한 하천 트레킹에도 불평은 커녕 "이렇게 좋은 길을 좀만 더 걷자"며 아쉬운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털귀신그물버섯

수로길을 걷다 만난 작은 계곡에서는 각자의 추억담이 펼쳐졌다. 어릴적 올챙이를 잡고 놀던 참가자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올챙이가 있네"라며 작은 웅덩이로 모여들었다. 올챙이를 찾지 못하고 두리번거리자 한 참가자는 "추억만큼 보이는 것"이라며 "젊은 사람들에겐 올챙이가 신기하겠지만 이 곳 올챙이들도 사람들을 봐서 신기할지도 모른다"며 농을 건넸다. 어린 시절 숲을 친구삼아 지낸 일부 참가자들은 한국 바나나라 불리는 으름(제주방언 졸갱이), 빨갛게 열매가 익기 전인 천남성도 금방 구분해내며 그에 얽힌 이야기를 전해줬다.

사진 왼쪽부터 비비추 열매, 털사철난

이날 무엇보다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 지나가는 비였다. 후두둑. 숲 속에서 만나는 비는 감촉보다 소리로 먼저 다가왔다. 무성한 나무 때문에 한참 뒤에야 빗방울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숲은 물기를 머금을 수록 신비롭게 변해갔다. 숲 내음은 배가 됐고, 흙과 녹음의 짙음은 더 깊어졌다. 오후 2시를 갓 넘은 시간인데도 낮인지 밤인지 모를 시간이 계속됐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좋아하는 숲에서 좋아하는 비가 내리는 선물을 받았다"며 아이들처럼 좋아했다.

숲속 하천을 따라 오르고 있는 탐방객들

양회종(55·제주시 삼양동)씨는 "제주의 속살, 진정한 한라산의 참멋을 알고 가는 것 같아 뿌듯하다"고 밝혔다.

3번이나 함께 에코투어에 참가한 배재국(58·제주시 노형동), 윤정희(58) 부부도 "벗겨도 벗겨도 계속 나오는 양파의 껍질처럼 에코투어에 올 때마다 새로운 것을 느끼고 배워간다"며 "에코투어를 통해 몰랐던 자연에 대해 다방면으로 알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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