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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도민이 행복한 제주관광 구현을 위해
김의근 hl@ihalla.com 기자
입력 : 2017. 09.03. 00:00:00
엊그제 '시민의 삶을 지키는 관광'이란 주제로 제주생태관광지원센터가 주관한 세미나에 다녀왔다. 관광객이 지나치게 많이 와서 거주민의 삶을 위협하는 유럽의 관광도시 사례들을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이미 국내 언론을 통해 알려진 이탈리아의 베니스뿐만 아니라 스페인의 마요르카섬, 심지어 비교적 큰 도시인 바르셀로나도 지나친 관광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을 일부 학자들은 오버투어리즘(Over tourism : 과잉관광)이라 명명하고 있으며, 유럽국가들은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국가 간 협의체까지 결성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관광객 1500만명을 훌쩍 넘긴 제주 또한 급격한 관광객 증가로 몸살을 앓고 있다. 교통 혼잡, 쓰레기와 오·폐수 처리 문제 등 지역주민들이 생활 불편을 호소하고 있으며, 그 원인을 관광객에게서 찾고 있는 분위기다. 이대로 가면 머지않아 우리도 유럽 어느 지역처럼 길거리 곳곳에 '관광객은 가라(Tourist go home)'는 현수막이 내걸릴 것만 같다.

제주를 찾은 관광객이 처음 500만명을 넘어섰던 2005년 제주 인구는 55만명으로 관광객이 일상생활에 미친 영향은 7%에 불과했다. 그러나 관광객 1000만명을 돌파한 2013년에는 그 영향력이 14%, 1500만명을 넘긴 지난해는 약 30%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더불어 같은 기간 제주인구도 20%가량이나 증가했다. 제주도가 혼잡해지고 생활이 불편해졌다고 도민들이 느끼는 이유이다.

사실 이러한 문제는 제주도가 관광객과 이주민의 증가를 합리적으로 예측하고 충분히 준비했더라면 피할 수 있는 문제이다. 면적이 제주도의 3분의 1에 불과하지만 인구가 550만명에 달하는 싱가포르의 경우, 지난 20년간 인구가 200만명 증가했으며, 관광객은 연간 1640만명에 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통체증이나 쓰레기 처리문제 등으로 관광객을 제한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다는 뉴스는 듣지 못했다. 싱가포르 정부가 장기적인 정책비전을 가지고 일관되고 효과적으로 대처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가 관광객과 이주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면 그 원인은 단순히 관광객 증가로만 돌릴 것이 아니라 우리의 정책과 사전 준비 부족을 점검해야 한다는 얘기이다.

필자가 우려하는 것은 지금처럼 관광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이 지속된다면 제주의 근간산업인 관광산업은 위축될 것이며 제주경제 또한 활력을 잃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제주는 섬이라는 취약성으로 인해 관광산업을 대체할 수 있는 비교우위 산업을 아직 찾지 못하고 있으며, 관광에 대한 지역경제 의존도가 높다. 우리가 관광객과 지역주민이 공존할 수 있는 균형점을 지속해서 찾고 대응해 나가야 하는 이유이다.

필자가 늘 주장하는 적정수용력(환경적, 물리적, 사회적 수용력) 관리에 기반을 둬서 제주의 관광객 수용 능력을 지속해서 확충해 나가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다양한 이해 당사자가 참여하는 가칭 '시민관광위원회'를 결성하여 치열하게 토론하고 제주 관광이 나아가야 할 방향타를 도민과 함께 점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지금까지 관광객 유치를 위한 마케팅에 방점을 두었다면, 앞으로는 관광과 지역주민이 공존하면서 주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관리(management)에 더욱 많은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바르셀로나 관광정책 담당자의 발언을 함께 되새겼으면 한다.

<김의근 제주국제대학교 관광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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