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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빠지다
[2017제주愛빠지다](15)토산리 김영태·정영실 부부
"김 목수, 정 해녀로 값진 행복 얻어"
백금탁 기자 haru@ihalla.com
입력 : 2017. 09.07. 00:00:00

3년 전 제주에 정착 '김 목수, 정 해녀'의 삶을 살고 있는 김영태·정영실 부부. 남편 김씨가 리모델링한 제주 돌집을 배경으로 부부가 환하게 웃고 있다. 강경민기자

귀농귀촌교육·해녀학교 수료
정많은 이웃 제주 정착 도움
도전 없었다면 행복 먼 얘기

"김 목수! 정 해녀!"

하루 아침에 180도 뒤바뀐 듯한 인생을 사는 부부의 제주 일상이 시작됐다. 서귀포시 표선면 토산리에 정착한 귀촌인 김영태(48)·정영실(45) 부부의 이야기다.

서울에서 잘 나가던 소프트웨어 개발자였던 남편 김씨는 현재 직업이 목수다. 그리고 서울 토박이 부인 정씨는 평범한 가정주부에서 해녀학교를 수료, 어촌계에 등록된 해녀다. 이처럼 상반된 삶의 시작점은 2014년 2월. 무작정 서울생활을 접고 제주에 정착하면서 3년 전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다.

이들의 제주 정착 이유는 간단했다. "제주살이요? 애들이 제(남편) 고향인 전라도, 경기도, 제주도 중에 선택하랬더니 해외여행 때 봤던 야자수가 있는 풍경을 생각하며 바로 제주도라고 말하더군요. 그래서 제주행을 결정했죠. 참 무모한 것 같지만 그 때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면 지금도 팍팍한 도시생활을 하고 있겠죠? 서울생활은 쳇바퀴를 돌 듯 새벽에 나가 집에 돌아오면 자정을 넘기곤 했죠.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아등바등 살면서 늘 마음 속엔 시골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품고 다녔죠. 그런 마음이 저의 가족을 제주도로 보낸 것 같아요. 현재 벌이로는 예전 연봉에 한참 못 미치고 몸도 힘들지만 그래도 지금 누리는 행복은 값으로 따질 수 없죠."

이들 부부는 당시 중학교 3학년 대협이와 1학년 민협이 두 아들을 데리고 무작정 제주에 내려왔고, 처음 서귀포시 성산읍에 자리를 잡았다. 땅도, 물도, 사람도 낯선 곳에서의 생활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 부인 정씨는 한 달에 한 번 친정인 서울을 가야할 만큼 힘든 시기를 보냈다.

그러던 중 이들 부부는 귀농귀촌 교육과 해녀학교를 수료하면서 제주에 대한 매력을 하나둘씩 알게 됐다. 이후 월세로 살던 성산집을 떠나 현재 토산리의 집을 매입, 돌담 창고를 리모델링해 민박집으로 꾸며 생활하고 있다. 남편의 목수 일에 부인의 해녀 물질, 한달살이 민박집 운영으로 가계를 꾸려가고 있다. 육체적으로 힘들다지만 정신적으로 평화를 찾은 부부의 얼굴엔 늘 웃음이 떠나지를 않는다.

제주살이가 좋은 점 역시 간결했다. "일단 스트레스가 없어요. 밤에는 마당이며 방안까지 반딧불이가 불 밝히는데…, 상상만해도 힐링이 되는 기분이죠. 그리고 바닷 속에 들어가 해산물을 채취하는 재미도 제법 쏠쏠해요. 아직은 해녀 중에서 제일 낮은 '똥군'이지만 큰 이변이 없다면 20~30년 해녀를 하다보면 그 때는 '상군 해녀'가 돼 있지 않을까요. 아직 생각에 그치지만, 해녀 분들이 연세가 많으셔서 앞으로 해녀탈의장을 활용해 관광객을 대상으로 새로운 소득 창출 계획도 구상중입니다."

이들의 제주정착에는 마을 주민들의 넉넉한 인심과 배려도 한몫했다. 음식을 나눠 먹고, 작은 일, 큰 일 모두 함께하는 서로를 아끼는 마음에서 이들 가족은 제주사람들의 모습을 닮아가고 있다. 그래서 토산리를 떠나는 날에는 우리가족 모두가 '역적'이 된다며 마을 구성원으로서의 주민들의 믿음에 대한 '의리'와 제2의 고향에 대한 애정을 키워가고 있다. 그래서 '김 목수! 정 해녀!'의 삶은 나날이 꿈으로 차 있고 행복하기만 하다. 그 때 도전하지 않았다면 지금 누리는 행복은 없을 거라는 부부의 말은 '울림'으로 다가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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