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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세상]우리가 먹는 소, 닭, 돼지는 어디서 오는가
육류산업의 이면을 파헤친 '육식의 딜레마'
김현석 기자 ik012@ihalla.com
입력 : 2017. 09.22. 00:00:00
우리 식탁에서 '고기'를 흔히 볼 수 있게 된 건 언제부터였을까? 할아버지 세대, 그러니까 50여년 전만해도 고기는 흔한 음식이 아니었다. 결혼식이나 마을 잔치, 명절 같은 큰 일이 있을 때나 '고기 맛'을 볼 수 있었다. 물론 경제력이 어느 정도 뒷받침되어야 그 '별미'를 풍성하게 누리는 게 가능했다. 지금처럼 저녁 식탁에 육류가 자주 올라오게 된 것은 인류 역사상 최근에 일어난 무척 새로운 현상이다.

널리 알려진 것과 달리 밀집사육시설은 1930년대 양계업에서 출발했다. 사람들은 밀집사육시설 하면 주로 비좁은 비육장에 빼곡하게 들어찬 소떼를 떠올리지만, 밀집사육시설의 길을 닦은 이들은 닭고기 생산자들이었다. 이 닭고기 생사자들로 인해 이른바 '공장식 축산'의 서막을 연다. 그 이후 수십년간 덩치를 키운 육류 생산기업은 대규모 농장 외에 도축·가공 공장까지 운영하면서 이전 시대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엄청난 양의 육류를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공급하고 있다.

공장식 축산이라는 방식은 여러 면에서 사회에 공헌해왔다. 많은 이들에게 미식의 즐거움과 영양 혜택을 주었고, 수많은 일자리도 창출해냈다. 겉으로만 보면 공장식 축산은 긍정적인 면이 너무나 많다. 그러나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다. 육류산업의 상업적 성공 뒤에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비용이 숨겨져 있다.

종의 다양성이 가져다주는 이점은 외면한 채 상품성 있는 특정 형질만 선별해 육종하는 유전자 문제, 구제역이나 조류인플루엔자의 잦은 유행처럼 점점 심각해져가는 가축 전염병 문제, 가축에게 처방되는 항생제, 호르몬제, 살충제의 남용이 야기하는 환경 문제, 공장식 축산의 생산성 강화가 부른 노동자 인권과 안전 문제 등등…. 우리가 언론을 통해 이미 접했던, 어쩌면 앞으로도 반복해 듣게 될 육류산업의 어두운 면이다. 그동안 육류산업은 막대한 이윤은 자신들이 챙기고 비용은 교묘하게 소비자들에게 떠넘기는 방식으로 덩치를 불려왔다.

이익은 육류산업이 가져가고 비용은 사회가 떠안아야 하는 지금과 같은 축산 시스템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 외식산업 전문가로 수십년간 일한 케이티 키퍼가 '육식의 딜레마'에서 육류산업의 이면, 산업의 막대한 이익을 위해 그들이 감추고 싶어 하는 '비용'이 무엇인지 파헤친다. 강경이 옮김. 루아크 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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