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이 캔 스피크'. 팩폭! 아무리 팩트라도 해도 상처는 남는다. 때론 우회적 화법이 정공법보다 더 효과적일 수 있다. 감추고 싶은 우리의 아픈 역사 중 하나인 위안부 문제, 전쟁의 참혹한 잔상들. 어쩌면 떠올리지 않고, 보고 싶지 않은 상처들이다. 이런 아픔들을 생생하게 직접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살짝 돌려서 떠올리게끔 만드는 두 편의 영화를 소개한다. ▶아이 캔 스피크=접근 방식이 다르다. 지금까지 나온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소재의 영화들이 역사적 아픔을 정공법으로 돌파했다면 '아이 캔 스피크'는 휴먼 코미디라는 훈훈하고 편안한 장르 가운데 진심이 천천히 스며들 수 있도록 만든 영화이다. 영화 전반부는 위안부였던 사실을 숨긴 채 살아온 민원왕 도깨비 할머니 나옥분(나문희)과 원칙주의자 9급 공무원 민재(이제훈), 이 두 반대되는 캐릭터가 티격태격하며 보여주는 유쾌함에 젖어 든다. 어렵사리 영어 과외를 받으며 나름 베스트 프렌드가 되어버린 할머니와 손자는 조금씩 서로를 이해하고 속내에 있는 것들을 풀어놓게 되는데…. 이 할머니와 손자 같은 캐릭터 안에서 느껴지는 훈훈한 정과 감동적인 스토리가 영화 후반부를 탄탄하게 받치고 있다. 전형적이고 투박한 듯 싶지만, 군더더기 없는 연출과 진심에서 묻어나오는 이야기들이 관객들의 심금을 울린다. 75:1의 경쟁률을 뚫고 선정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시나리오 기획안 공모전 당선작으로 탄탄한 시나리오와 나문희, 이제훈 등의 연기력이 더해져 더욱 영화가 빛을 발한다. 119분. 12세 이상 관람가. 영화 '어 퍼펙트 데이'.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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