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만날 때마다/ 뒷맛이 개운했다./ 그는 안성기 선배와 다르게/ 영화 속에서 성기를 드러낼 정도로/ 연기를 사랑하는 사람이지만,/ 자신이 뭐라고/ 드러내는 법은 없었다./ 넘버 3로 커서/ 넘버 1 그룹에 가서도/ 고개를 빳빳이 세우는 걸/ 본 적은 없었다.'('넘버 3서 넘버 1으로' 중에서) 시에 등장하는 '그'가 누구인지 짐작할 것이다. 맞다, 배우 송강호다. 시가 끝나는 책장을 넘기면 영화 '박쥐' 개봉 때 시인이 송강호를 만났던 일화가 나온다. 겸손과 진중이 오래가는 무기라는 걸 알았던 배우. 시인은 얼마전 개봉한 '택시 운전사'까지 송강호의 영화 궤적을 따라가며 "우리와 함께 호흡해 온 귀한 배우"를 아끼자고 말한다. 기자이자 시인으로 활동해온 장재선씨가 펴낸 '시(詩)로 만난 별들'은 대중문화 스타들이 등장하는 책이다. 황정순(작고)을 시작으로 최은희, 패티김, 김지미, 최불암, 안성기, 전지현, 손예진, 소녀시대 등 33명(팀)에 얽힌 이야기가 시와 프로필 에세이로 담겼다. 1925년생 황정순부터 1990년대 태어난 소녀시대까지 시간 순서로 소개했다. 낮과 밤이 바뀌는 동안 매일매일 뜨고 지는 별처럼, 대중문화 스타도 불처럼 타올랐다가 어느 순간 차갑게 식기를 반복한다. 어느 시대든 스타는 있지만 그들이 오래도록 빛나는 별이 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저자가 민족대표 숫자처럼 불러낸 33명을 두고 왜 그들인가 물을 수 있겠지만 거기엔 공통점이 보인다. 저자가 머리말에서 언급했듯, 다들 성실한 생활인이라는 점이다. "그들도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기 위해 치욕을 견디고, 어느 날 다가온 행운을 붙들기 위해 안간힘을 씁니다. 성공의 정점에서 침체기를 겪은 후 바닥을 딛고 다시 일어서기 위해 주변 환경과 생애를 걸고 사투를 벌입니다." 유명세를 누리는 대가로 각종 소문에 시달리며 고통받고 사는 스타들을 기자로서 가깝게 지켜봤기 때문일까. 짤막한 시편에 이어 취재 과정에서 만난 별들의 이면을 소개하는 에세이마다 그들을 향한 따스한 시선이 전해진다. '마음대로 하고 싶어/ 마음대로 하였으나/ 마음대론 못 산다는 걸/ 세상 천지에 알린 남자.'라는 '마음대로 하였으나-화수(畵手) 조영남 1'에 덧붙인 에세이엔 이런 대목이 나온다. "대중과 끊임없이 소통해야 하는 직업을 갖고 있으면서도 어떤 틀에 얽매어 있지 않은 모습을 보여 온 르네상스 형 인간. 우리 사회에 그와 같은 사람이 하나쯤 있다는 게 괜찮을 일이 아닐까 싶다." 작가. 1만1000원.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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