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제주시 우호협력도시 방문단의 일원으로 유럽 시찰 기회를 가졌다. 오스트리아 비엔나시에 있는 슈피텔라우 소각장을 자주 떠올리게 된다. 그런데, 소각장을 먼저 얘기해야 할지, 도시예술품(소각장)부터 얘기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만큼 슈피텔라우 소각장은 뛰어난 공공건축물을 넘어 예술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슈피텔라우 소각장은 시민들의 자랑을 넘어 비엔나시를 찾는 관광객의 눈길을 끌어모으고 있다. 소각장은 도나우 강 운하 변에 있다. 소각장 바로 옆에 지하철역이 있어 상업용지로도 손색이 없는 입지이다. 지하철역과 소각장 사이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음식을 팔고 있는 푸드트럭도 있다. 냄새도 나지 않고 주변 환경이 깨끗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소각장 로비에서는 오스트리아 청년 예술가의 작품들이 한 달 단위로 교체 전시되고 있다. 1971년에 건립된 소각장은 도심에 위치하고 있어 시민들이 기피하는 혐오시설의 하나였다. 1987년에 대형화재가 발생하여 소각장 기능이 상실되었다. 시민들은 시민의 건강과 도시미관을 위해 소각장을 외곽지역으로 이전할 것을 강력하게 주장하였다. 당시 비엔나 시장은 소각장을 도시 외곽으로 옮길 경우 쓰레기 수거차량의 이동거리가 늘어나 또 다른 교통 환경 문제 등을 야기하기 때문에 현재 위치에 있어야 한다고 시민들을 설득하였다. 유해가스와 냄새를 발생하지 않도록 최신식 배기가스 정화시설 등을 설치하겠다고 약속하였다. 도시미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화가이자, 환경운동가, 건축치료사인 훈데르트바서에게 쓰레기 소각장 외관 디자인을 의뢰하였다. 슈피텔라우 소각장은 2년 반 동안의 리모델링 과정을 거쳐 친환경 소각장으로 재탄생하였다. 슈피텔라우 소각장은 사람, 환경, 예술의 조화와 공존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슈피텔라우 소각장의 사례를 보면서 도시문제는 그 문제 안에 해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제주시에서 시작된 재활용품 요일별 배출제는 시민 모두를 쓰레기 문제로 사로잡았다.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져 나왔다. 지속가능한 제주를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다. 결코 성공할 수 없으니 당장 중단해야 한다. 먼저, 필요한 인프라를 구축한 후에 시작하는 것이 순서이다. 행정의 책임을 시민에게 떠밀어서는 안 된다 등등 서로 다른 표현처럼 들리지만 모두 다 같은 목적을 이루려는 한목소리였다. 재활용품 요일별 배출제 시범기간이 끝나고, 지난 7월 1일부터 본격 시행되고 있다. 재활용품 요일별 배출제 시행으로 긍정적인 효과들이 나타나고 있다. 클린하우스 주변이 깨끗해졌다. 재활용 도움센터가 건립되면서 지정된 요일에 쓰레기를 버릴 수 없는 사람들의 불편을 덜어주고 있다. 재활용 도움센터는 내년까지 75개소 이상이 건립된다. 무엇보다도 재활용 비율은 크게 높아졌고 소각률과 매립률이 상대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재활용품 요일별 배출제도 문제에서 해답을 찾아가고 있다. 자원순환사회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재활용품 요일별 배출제가 선행되어야 한다. 내년부터 자원순환기본법이 시행되면, 재활용품 요일별 배출제를 학습하기 위해 많은 지자체에서 제주를 찾아오게 될 것이다. 재활용품 요일별 배출제는 더 이상 현안 문제가 아니라 선진 환경정책으로 진화하고 있다. 여기에 제주도민들의 문화가 함께 더해지기를 기대해 본다. <김태윤 제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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