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프린스턴대학교 연구팀은 지난 8월 28일 불에 타 황폐화된 코스타리카 열대우림지역에 총 생물량이 176%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저비용 농산폐기물이 열대우림 재생을 가속화하다(Low-Cost Agricultural Waste Accelerates Tropical Forest Regeneration)"란 제목의 관련 논문은 이에앞서 지난 7월 28일 과학지 '생태복원학(Restoration Ecology)'에 게재됐다. 이야기의 시작은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코스타리카의 한 국립공원에서 일하던 부부 생태학자 다니엘(Daniel Janzen)과 위니(Winnie Hallwachs)가 '오렌지 껍질로 불에 탄 숲 살리기'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다. 두 사람은 코스타리카 국립공원에서 수년간 기술 고문을 역임하면서 개발 과정에서 불에 타 황폐화된 열대우림을 복구하기 위한 계획을 세웠다. 두 사람은 버려지는 오렌지 껍질을 활용해 땅을 재생시키자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이들은 국립공원 북서쪽 부지 일부를 소유한 코스타리카의 오렌지주스 업체 '델 오로(Del Oro)'에 부지 임대와 오렌지 껍질을 제공해 줄 것을 요청했다. 델 오로의 도움으로 1만2000t가량의 오렌지 껍질을 1년여에 거쳐 불모지에 살포했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는 1년 만에 전면 중단됐다. 델 오로의 경쟁 업체가 "오렌지 껍질로 인해 숲이 더러워졌다"며 소송을 제기한 끝에 승소했기 때문이다. 프로젝트가 중단된 지 10여년 만에 그곳을 다시 찾은 연구팀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불로 폐허가 된 황무지였던 그곳은 울창한 숲으로 변모해 있었다. 약 2m 높이의 표지판을 가릴 정도로 나무와 풀들이 무성했다. 연구팀이 프로젝트 이전인 2000년의 토양 샘플과 2014년의 샘플을 비교한 결과는 놀라웠다. 오렌지 껍질이 공급된 지역의 토양은 영양·유기물·생물의 종류 등 여러 측면에서 훨씬 풍부하고 건강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초목 또한 오렌지 껍질을 버리지 않은 곳에 비해 훨씬 높게 자랐으며, 그 수도 훨씬 많았다. 아울러 다양한 식물 종도 더불어 발견됐다. 폐감귤은 감귤 주산지인 제주에 있어 오래전부터 골칫거리였다. 상인단체 임원진 및 감귤 유통인 등이 지난달 20일 서귀포시청에서 열린 이상순 시장과의 간담회에서 "감귤 선과 이후 나온 썩은 감귤 처리에 대한 지원"을 촉구했을 정도다. 한 유통인은 "현재 감귤 선과 과정에서 나온 썩은 감귤은 가공용 통에 담아 쓰레기 매립장을 찾아 처리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쓰레기 매립장 반입비용은 톤당 4만원 가량으로 처리에 부담이 있기 때문에 반입비용에 대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서귀포지역에서 매립장으로 반입된 폐감귤은 2015년 말을 기준으로 약 8800t에 이른다. 더불어 수천톤에 달하는 폐감귤이 야산·하천이나 과수원 등에 불법으로 버려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제주시지역 또한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지도·단속을 강화하고, 주요 길목에 CCTV를 보강하고 있지만 불법투기는 끊이지를 않는다. 오렌지 껍질이 16년 만에 어떻게 생태계를 복구했는지는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연구원들은 오렌지 껍질 속에 있던 양분이 침습성이 강한 식물과 결합하면서 재생을 촉진시켰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더불어 이번 연구결과가 다른 유사한 생태계 프로젝트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환경훼손과 더불어 폐감귤로 골치를 앓고 있는 제주가 눈여겨 볼 대목이다. <현영종 편집뉴미디어부국장>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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