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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세상]60년대 '딴따라'들의 생을 재현해내다
수림문학상 수상 이진의 장편 '기타 부기 셔플'
조흥준 기자 chj@ihalla.com
입력 : 2017. 11.17. 00:00:00
시계는 1960년대로 돌아간다.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시기. 당시 미군기지는 각종 수입 물자와 최신 문화가 넘치는 신세계였다.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레코드판으로 클래식과 재즈를 들으며 바이올린을 배우던 김현 역시 6·25 전쟁으로 집안이 몰락한다. 친척 집에서 공장일을 하며 더부살이를 하던 그는 친구 우기의 도움으로 미8군 기지 라이브 클럽에서 악기와 물품을 나르는 헬퍼로 취직을 하게 된다. 우연한 기회에 공연을 펑크 낸 기타리스트의 대타로 무대를 서게 된 그는 음악적 재능을 인정받아 4인조 밴드 '와일드 캐츠'의 정식 멤버가 된다.

미 8군 연예계에는 등급이 있다. A, B, C 클래스 등 등급에 따라 무대 출연료는 물론 공연하는 무대의 대우 자체가 달라진다. 노래 실력뿐 아니라 무대 퍼포먼스와 쇼의 호응도, 영어 실력까지 갖춰야 하는 엄격한 오디션 시스템과 무한 경쟁 체제 속에서도 가난에서 벗어나 자립을 하고 싶었던 김현은 기타리스트라는 꿈을 품고 기타 배우기에 열중한다. 멤버들과 함께 창작과 연습에 매달린 결과 오디션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밴드 등급이 올라가면서 '와일드 캐츠'는 승승장구하게 된다. 출연할 수 있는 공연도 많아지고 월급도 몇 배로 늘어나게 되지만 영광의 순간도 잠시, 밴드 멤버 중 한 명인 강엽의 마약 중독과 연예흥행사 단장의 횡포로 인해 수난을 겪게 된다.

전쟁 고아가 된 김현의 연예계 밑바닥 생활에서부터 기타리스트로 자리를 잡기까지의 이야기를 그린 성장소설인 이진의 '기타 부기 셔플'은 1960년대 미 8군 연예계를 비롯 충무로와 용산 등 서울 시내의 모습을 배경으로 성공을 꿈꾸는 가수들의 삶을 정밀하게 그려 내고 있다. 특히 전쟁 이후 가난에 허덕이는 한국의 모습과 문화의 중심지이자 별세계였던 미군 기지 주변의 모습을 대조하면서 '딴따라'로 천대받으면서도 음악에 대한 열정을 놓지 못하는 청년들이 뭉치고 도전하고 사랑하고 싸우고 헤어지는 과정을 리얼하게 보여준다.

이진 작가는 당대의 시대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을 한다. 후대에 재구성되고 희석된 모습이 아니라 마치 그 시대로 되돌아간 듯 재현해 내고 있는 소설 속 묘사와 스토리를 통해 연예계와 서구 음악 등 초창기의 대중문화가 우리에게 어떻게 뿌리를 내리게 되었는지 잘 유추해 볼 수 있다. 또 당시 연예계에 널리 퍼진 마약과 조직폭력, 성매매 등 미군 기지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주변 상황과 사건들 역시 스토리와 적절하게 맞물리며 전개되고 있어 독자들의 관심과 흥미를 끌기에 충분하다. 광화문글방.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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