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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형의 한라칼럼]제2공항 발표 그후 2년… 도정 달라진 게 없다
이윤형 기자 yhlee@ihalla.com
입력 : 2017. 11.21. 00:00:00
갈등과 혼선으로 지샌 2년이다. 2015년 11월 서귀포시 성산읍 일대가 제주 제2공항 예정지로 발표된 이후 제주도정은 바람 잘 날 없다. 공항 확충 문제는 제주사회의 숙원이었다. 1990년 정부의 '제주권 신국제공항 개발 타당성 조사 계획'이 발표된 이후 무려 25년 만이다. 역대 정부의 관심과 입맛에 따라 공항 문제가 좌우된 탓에 지체됐다. 제주를 홀대한다는 지적은 줄곧 제기됐다.

섬이라는 지리적·공간적 여건상 공항 문제는 피해 갈 수 없다. 현재도 그렇고, 제주 미래에 있어서도 상수로 자리하게 될 것이다. 제2공항 건설 발표는 그동안 공항 확충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일거에 해소시킨 측면이 있다. 하지만 불확실성이 해소된 대신 갈등과 혼란이 이어졌다. 제2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반발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 하루아침에 정든 터전을 떠나게 생겼으니 이들에겐 날벼락이나 다름없다. 목숨을 건 단식도 이어졌다.

사태를 악화시킨 데는 무엇보다 국토교통부와 제주도정 탓이 크다. 일방적인 발표만이 있었을 뿐이다. 그동안 주민의 아픔을 자신의 아픔으로 여기고, 그 아픔을 덜어주기 위한 노력과 배려를 찾아볼 수 없었다. 국책사업이라고 해도 밀어붙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당연한 이치다. 그런데 국토부는 해당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를 외면했다. 주민들은 부지 선정과정에서도 소외를 당했고, 숱한 의혹을 제기해도 무시당하기 일쑤였다.

이 점은 제주도정도 마찬가지다. 사업을 추진할 주체인 정부는 그렇다 쳐도 제주도정은 좀 더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어야 했다. 그렇지만 그동안의 대화는 형식적이었다. 면피용에 불과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공항 부지 발표 이전부터 갈등조정위원회 구성 등 법석만 떨었지 이후에도 진정성 있는 대화와 소통은 보여주지 못했다. 국책사업이니까 어쩔 수 없다는 식의 한가한 변명이나 하고 있어선 안된다. 소통과 협치를 내세우며 출범한 원희룡 도정에 대한 실망감이 크다. 제주도와 성산읍반대대책위와의 첫 공식적인 대화도 지난 13일에야 이뤄졌다. 이러니 반대하는 지역 주민들로선 정부보다도 오히려 제주도정이 더 밉고 서운하다. '때리는 시어머니 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미운'법이다.

제2공항은 속도전이 중요한 게 아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했다. 더디더라도 주민과 함께 갈 수 있도록 대화와 소통의 끈을 놓지 않는 게 중요하다. 최근 제주도와 반대대책위가 첫 공식 만남을 통해 5개 항을 합의한 것은 좋은 예다.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진정성 있게 다가서면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방증이다. 국토부로서도 이에 걸맞는 성의를 보여야 한다. 좀 더 전향적으로 머리를 맞대 2공항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

이번 합의가 제2공항 추진과정에서 어떻게 귀결될지 아직은 속단하긴 이르다. 하지만 대화를 이어가는 과정 또한 중요한 것이다. 제주도는 대규모 개발사업으로 늘 갈등과 대립이 상존하는 곳이다. 대부분은 소통부재 등으로 사태 악화를 불러온다. 그런만큼 대화와 소통은 꽃길만 찾아다녀서는 안된다. 어려울수록 가시밭길, 험지에서의 소통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지금껏 제주도정은 이 점을 소홀히 했다. 제2공항의 경우가 그렇다. 이해관계자를 설득하고 함께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제2공항 건설을 둘러싼 과정은 이를 시험하는 리트머스 종이와도 같다. 원희룡 지사 본인은 물론 제주도정이 유념해야 할 부분이다.

<이윤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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