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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세상]바다의 딸 外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17. 11.23. 20:00:00
▶우주를 체험한 문장가에게(한라산문학동인회 지음)='한라산문학' 30집으로 17명이 써내려간 동인시 80편을 담았다. 한라산을 주제로 다룬 강홍탁의 '비원' 등 테마시 5편이 더해졌고 강윤심의 '해무' 등 다시 읽고 싶은 옛 동인의 시 12편도 묶었다. 한라산문학동인회는 1987년 9월 창립해 지금까지 생명을 이어오고 있는 시 문학동인회다. 매월 첫째·셋째주 화요일 저녁에 모여 자작시를 발표하고 합평회를 갖는다. 비매품.







▶바다의 딸(좌여순 지음)='수선화 향기', '자연에서 배우다', '꽃보다 사람', '카르페 디엠' 등 4부로 나눠 묶였다. 그가 수필로 그려내는 제주는 알록달록 페인트칠한 여러 종류의 상업적 건물과 여행가방을 끌고 다니는 사람들의 풍경 너머 자원이 고갈되어 가는 깊은 물속을 누비는 바다의 딸이 있는 곳이다. 이 바람이 멈추어주길 기대하는 속에 '남은 날들 중 가장 젊은 날인 오늘'을 즐기겠다는 마음이 배어난다. 수필과비평사. 1만3000원.







▶불턱의 꽃(이정자 지음)=제주시에서 동쪽으로 35㎞ 떨어진 하도리 마을에 대한 연가가 들려온다. 하도리는 대표적인 해녀 마을이다. 해녀들의 쉼터인 커다란 불턱이 있던 굴동 포구, 문주란 자생지인 토끼섬, 혹한기에도 따뜻한 용천수가 솟아나는 구명물, 수국이 길손을 맞이하는 지미봉 가는 길 등이 펼쳐진다. 상군해녀의 딸로 태어난 덕에 제일 먼저 접한 놀이터가 바닷가였다는 그에게 해녀 이야기는 운명적인 글감이다. 수필과비평사. 1만3000원.







▶빨랫줄(고공희 지음)=표제작인 '빨랫줄'은 남편에 얽힌 이야기다. 손끝으로 단단히 빨랫줄을 묶어주던 남편이 어느날 병을 얻었다. 방패막이였던 남편의 몸은 점점 작아지고 말수까지 줄었다. 작가는 그런 남편을 위해 글을 써내려갔다. 그에게 수필은 남편과의 추억이 담긴 귀중한 보물이다. 지나온 시간들이 새삼 고귀했음을 깨닫는다. 50여편의 글을 통해 이제는 사진으로만 남아있는 남편에게 사랑을 전하고 있다. 정은출판. 1만1500원.







▶따뜻한 소실점(이애현 지음)=반복되는 일상에도 빛나는 순간들이 있다. "글을 쓴다는 것은 내 안에 있는 또다른 나와의 대화"라는 작가는 반짝거리는 그것들을 낚아채 글을 썼다. 식탁 위 남아있는 고등어 살점에서 복작대던 지난 추억을 길어올리고 투명하고 싱그러운 맛을 지닌 석류에서 아버지를 떠올린다. 사람 사이에 흐르는 정, 사람 사이를 이어놓는 관계에 눈길을 주며 섬세한 문장으로 우리네 삶을 풀어내고 있다. 수필과비평사. 1만3000원.







▶조약돌의 사상(현정희 지음)=한 편 한 편 글을 써나가면서 정체불명의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물리치는 치유 효과를 얻었다고 했다. 수필은 그에게 조약돌 같은 존재다. 조약돌은 수천, 수만년 거센 파도에 시달리지만 두 동강 나거나 부서지지 않고 동글동글하게 살아남는다. 수필은 조약돌처럼 삶의 풍랑에서 헤어나려고 몸부림 칠 때 말없이 다가와 친구가 되어 주었다. 마당에 익어가는 붉은 대추나무 열매에서 억겁의 세월을 읽는 감성이 흐른다. 수필과비평사.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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