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김정자 해녀와 가족들. 사진=강동민 기자 "60년 해온 물질은 생명줄이자 가족의 밥줄" 성게넣은 전복죽·전복버섯구이 특화 메뉴 부산 물질 처음 시작한 곳… 38년간 식당 운영 부산광역시는 제주도를 제외하고 해녀가 가장 많은 곳이다. 2016년 12월말 기준 30개 어촌계의 해녀는 모두 953명. 이중 기장군 18개 어촌계 소속 해녀는 601명에 달한다. 이들 대부분은 출향 제주해녀, 해녀의 2세들, 그들에게서 물질을 배운 현지 해녀들이다. 가족과 떨어진 출향해녀들의 외로움과 향수를 달랬던 음식은 무엇이었을까? 제주를 떠났지만 제주바다를 고향으로 여기고, 여전히 입맛은 제주를 떠나지 못한 부산 해녀들이 내어준 밥상 탐색기를 두 차례로 나눠 싣는다. ▶부산광역시 기장군 김정자 해녀회장의 밥상=부산 기장군 신암어촌계 회원 중 출향해녀 1세대는 3명 정도가 생존해 있지만 고령이어서 물질은 하지 않고 있다. 부산광역시 기장군 전경 김씨를 만나기 위해 찾은 곳은 기장군 연화포구를 끼고 조성된 천지할매식당이다. 이곳은 즐비한 식당 중에서도 초창기부터 운영돼 38년간 운영되고 있다. 늦은 점심을 먹고 있던 김씨가 취재팀을 맞았다. "어머니를 따라 10살 때부터 시작한 물질은 생명줄이었고 가족의 밥줄이었지. 대변항 공사로 바다가 매립되면서 처음 물질을 시작한 그 바다 위에서 38년간 음식점을 운영해오고 있어 내겐 이 장소가 더욱 의미가 있어." 전복버섯구이 성게전복죽 김정자 해녀와 함께 음식을 하고 있는 큰 아들. 전복죽을 하고 있는 김정자 해녀의 큰 며느리. 어머니 김씨가 어린시절 서귀포시 성산읍 시흥리 외가에서 먹던 엄마의 밥상도 그랬다. 김씨는 "어릴 때는 엄마가 독새기(계란) 하나를 삶아주거나 고구마로 떡을 만들어 주는게 참 맛있었다"며 "제주 메밀의 담백한 맛이 그대로 담긴 메밀수제비, 메밀떡도 그리운 음식"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그는 제주메밀과 해산물이 어우러진 고향의 맛을 듬뿍 담은 음식을 만들어내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무옷이 나오기 전에 입었던 고쟁이를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 김씨는 "50~60년전 당시 보리쌀과 조를 가지고 와서 고무통에 된장을 풀어놓고 성게를 꾹꾹 찍어서 국물을 내고 그것을 걸러내서 국을 끓여 먹었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입맛 사로잡는 전복죽 보양식으로 최고=이들 가족이 운영 중인 식당은 맛집으로 입소문이 자자하다. 취재가 이뤄진 날에도 평일이었지만 손님이 끊이지 않았다. 홈쇼핑업체 등에서 상품화하자는 제안도 있지만 신선한 맛을 유지하기 위해 거절하고 있다. 전복죽은 조리시간을 줄이기 위해 쌀을 미리 불려 소금, 참기름, 전복내장으로 미리 볶아두고 있다. 하루에 쓰이는 쌀의 양만 해도 엄청나다. 전복을 손질하는 김정자 해녀. 전복 손질을 하는 김정자 해녀의 손. 미리 불려 볶아놓은 쌀. 하루에 쓰이는 양이 엄청나다. 직접 맛본 성게전복죽은 어느 곳에서도 맛보지 못했던 특별한 맛이다. '전복반 성게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성게의 달짝지근한 맛이 전복죽과 잘 어우러진다. 부산 뿔소라는 제주소라보다 분홍빛이 더 강하고 씹는 맛이 부드럽다. 해삼도 특유의 꼬들꼬들한 식감때문에 많은 손님이 즐겨 찾는다. 전복과 버섯과 야채를 넣은 전복버섯구이는 그야말로 전복의 향과 맛에 불맛까지 더한 특별한 맛을 지니고 있다. 김씨는 "해녀만큼 당당한 직업은 없다. '해녀엄마'들의 힘은 그 어떤 힘보다 클 것이다. 앞으로 20년은 더 현장에서 물질을 하고 식당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취재=이현숙·손정경 기자, 사진=강동민 기자>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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