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포항 지진으로 온 나라가 충격에 빠진 일이 발생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지진에 대해 안전한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2016년 경주에서 진도 5.8의 지진이 발생함으로써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님을 실감하게 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불과 일 년도 안 돼서 그 일이 까마득히 옛날 일처럼 잊고 있다가 이번에 다시 포항에서 진도 5.4의 지진이 발생하였고 그 파괴력이 경주 때보다 더 강하게 느껴지면서 많은 피해를 가져왔다. 특히 이번에 피해 내용을 보면 주로 건축물과 구조물의 파손이 심각한 상황을 볼 수 있었다. 연일 매스컴을 통해 피해상황이 직접적으로 보도되는 모습을 보고 필자도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었다. 실제 진도 5.4의 경험을 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이 정도로 건축물이 심각한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였다. 그러면 과연 우리 제주 건축물은 지진에 안전한가? 또 어느 정도 지진에 우리 도시의 건축물들은 견딜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었다. 특히 이번 지진으로 사상 초유의 수능연기라는 사태를 보면서 제주지역의 학교건축은 얼마나 안전한가에 걱정스러운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따라서 우리 제주지역은 지진에 대해 건축적으로 어떻게 적용받고 있고 어느 정도 진도에 견딜 수 있게 건축물이 지어지고 있는지 잠깐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먼저 우리나라도 1988년부터 건축물 내진설계 기준을 제정하여 운영하고 몇 차례 강화된 기준으로 개정을 통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지금 현재는 2015년 개정한 3층 이상 또는 500㎡ 이상인 모든 건축물에 대해 내진 설계를 의무화하고 있다. 또한 건축물 내진설계 기준은 행정구역을 이용하여 지진구역을 Ⅰ, Ⅱ로 구분하고, 재현주기 2400년의 지진(진도 6.0)에 견딜 수 있도록 내진설계 기준을 시행하고 있다. 제주는 행정구역상 지진구역Ⅱ로 분리되어 Ⅰ구역에 비해 다소 낮은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이번에 포항지진은 지진구역Ⅰ에 해당하는 지역으로 내진설계 시 좀 더 강한 지역계수를 적용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이번에 피해 정도로 보면 과연 내진설계 기준에 적합하게 건축되었는지 의심스러울 만큼 피해 정도가 심각해 보였다. 물론 2005년 이전에 지어진 건축물 중 6층 이상 1만㎡ 이상에 해당되지 않는 건축물들은 좀 더 심각한 피해를 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특히 걱정되는 것은 제주 학교건축물들이 최소 30~50년 전에 지어졌고 시간이 지나면서 증축·대수선 거치면서 구조적으로 지진에 대한 내진설계 반영 여부가 검토되지 못하고 진행되어 온 게 사실이다. 그리고 한 가지 우려스러운 부분은 제주도 교육청 발주 공사 감리를 자체적으로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동안 예산 절감 차원에서 자체 직원을 활용하겠다는 차원에서 진행해 왔지만 한 해에 60~70건이 되는 공사감리를 한 사람이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할뿐더러 심도 있는 감리가 이루어졌다고 인정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아무리 예산 절감이란 명분이라도 학생들의 안전을 담보로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제라도 건축법에 합당하게 전문가를 통해 체계적으로 심도 있는 감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교육 당국은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비록 제주도가 지진 빈도수 및 가능성이 적다고는 하나 언제 포항과 같은 상황을 겪지 말라는 보장은 없을 것이다. 학교건축은 우리의 아이들이 안전하게 학습권을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하고 어떤 건축물보다도 우선적으로 배려되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 아이들은 제주의 미래이고 우리의 희망이기 때문이다. <선은수 제주도건축사회 건축위원장>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이 기사는 한라일보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ihalla.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webmaster@ihalla.com |